富를 설계하는 법
현재의 저성장·저금리 시장에서 저축만으로는 부족하다. 주식과 채권에도 집중하자. 풍요로운 미래를 위한 현명한 대안이다.

어느 주말 아침, 늦잠에서 깨어 여느 때처럼 커피 한 잔을 들고 TV 앞에 앉았다.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 한 프로그램에 시선이 고정됐다. 영화를 소개하는 방송에서 <빽 투 더 퓨쳐>의 한 장면을 설명하고 있었다, 1989년 10월 25일 주인공이 현재에서 2015년 10월 25일 미래로 가는 장면이었다. 영화 제작 연도가 1989년이니 감독은 약 30년 후 세계가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순전히 상상에 맡길 수밖에 없었을 터. 그중 상당 부분이 과학의 발전에 힘입어 2015년 어느 정도 현실화됐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물론 시각의 차이가 있겠지만 일부는 아직도 허구로 남아 있거나 진행형일 거라고 짐작해본다. 인간의 상상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꿈꾸던 세상을 실현하려는 힘이 있으니까. ‘미래는 아마 이런 세상일 거야’ 하는 기대감으로 말이다. 거꾸로 우리가 현재에서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현재라는 미래를 경험했기 때문에 그 어떤 결정이나 행동에도 거침이 없을 거다. 특히 당신이 투자자라면 마치 시험 답안을 미리 본 사람처럼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도 있다.
30년 전의 세계는 일본이 버블 경제로 미국을 따라잡을 기세였고, 유럽과 미국은 인플레이션의 늪에서 어느 정도 회복되고 있었다. 중국 역시 공산주의의 길을 접은 시점이다. 자, 그럼 이쯤에서 만약 당신이 당시 무언가에 투자했다면 약 30년 후인 지금 그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이 기간에 코스피는 약 100% 오르고 S&P500은 628% 상승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한 점은 이때 어떤 종목이든 사두었다고 소위 대박을 맞았을까 하는 것이다. 일례로 부동산을 놓고 보자. 필자의 숙부는 1980년대 후반 창원 공업단지에서 철강 사업을 하면서 사촌들을 서울 학교로 보냈다. 숙모가 아이들을 위해 서울에 집을 하나 마련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며 숙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남에 아파트를 한 채 마련했다. 이후 숙모는 본가를 서울로 옮기고 싶어 했지만 숙부는 이런저런 이유를 들며 고향을 지켰다. 그리고 지금 금전적 부분만 놓고 결과를 보면, 예측했겠지만 지방의 아파트 가격은 거의 오르지 않은 반면 서울의 아파트는 1989년 시작한 신도시 건설 사업으로 매년 21% 상승이라는 경이로운 수치를 보여줬다. 다시 말해 지방 땅보다는 서울 땅이 더 좋은 투자처였고 숙모는 당당했다. 그런데 부동산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지난 10년간 변화를 놓고 볼 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의 한 국회위원의 자료에 따르면 전국 지역별 공시지가 상승률을 분석한 결과 서울의 평균 땅 값은 40.94%의 인상률을 보였다. 40.94%라는 수치는 복리계산으로 연 5%도 오르지 않았다는 의미. 앞서 언급한 코스피나 S&P와 비교하면 생각보다 작다. 즉 부동산보다 유가증권같은 금융자산이 더 큰 이익을 봤다는 얘기. 그 이유는 지난 30년은 성장과 상승의 시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5년간은 디플레이션이라는 문턱에서 중국 경기 둔화, 미국 금리 인상, 원자재 가격 하락 등 수많은 국내외의 복합적 변동성과 직면해 있어 불안하다.

그렇다면 이런 시점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안전하게 원금 고수의 방침을 세우는 것이 최고일까? 그것은 마치 퀴즈 대회에서 계속 도전했지만 정답을 못 맞힌 참가자가 벌점으로 감점되고, 결국 신중을 기하거나 아무 대답도 안 한 사람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는 것과 같다. 그리 효과적인 투자 방법은 아니란 말이다. 전문가의 관점에서 볼 때 계속 도전하는 자는 그 결과 많은 정보에 노출되고, 그 가운데 투자의 기회를 포착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의 저성장·저금리 시장에서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이때는 중위험·중수익형 투자 방식을 고수해야 한다. 또 지난 30년을 돌이켜볼 때 시대가 혁신적으로 바뀌고 새로운 산업혁명이 일어난 것 같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인류가 계속 기존 산업을 바탕으로 새로이 편집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구태여 복잡한 투자 이론을 얘기하지 않더라도, 평범한 일상에서 수많은 변화의 흐름을 포착할 수 있는 점을 떠올리자. 이를테면 저성장 시장에서 글로벌 투자는 기본이라는 사실처럼! 주식이나 채권만 놓고 볼 때 보통 호황기에 주식 투자는 국내 자산에, 채권은 주식시장이 무너질 때를 대비해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것이 기본 패턴이었지만, 지금 같은 저성장·저금리 시장에서는 주식은 글로벌 자산, 채권은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 국채에 투자하는 것을 고려하는 것이 옳다. 특히 아시아권은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 금리 인하를 단행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 금리 인하 시 차익을 실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한데 이러한 조언에도 불구하고 아직 투자 선택이 망설여진다면 워런 버핏이 말을 고민해보자. “만일 당신이 향후 몇 년간 순전히 저축만 하면서 살 생각이라면 그 기간에 주가가 상승하길 원해야 할까, 아니면 하락하길 원해야 할까?”
에디터 서재희 (jay@noblesse.com)
글 서영석(투자 전문가, 머큐리 밸류 파트너스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