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속 진중함 – 사무엘 살세도
복잡미묘한 표정이 담긴 그의 작품에는 깊은 감정을 끌어내는 힘이 있다.

Rollin’ Stones, Epoxy Resin, 130×80×75cm, 2022
한국에 작가님 작품을 소개할 수 있어 기뻤어요. 노블레스 컬렉션에서 열린 그룹전
저처럼 자유자재로 작업을 구상하는 작가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특히 작업실을 벗어난 공간에 자리 잡은 제 조각을 보는 것이 즐거웠어요. 새로운 분위기에서 다시금 제 작품을 이해해볼 수 있는 시간도 뜻깊었고요. 아쉽게도 한국을 방문하진 못했지만, 가능하다면 언제든 이번 전시를 본 분들께 작품에 대한 피드백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작품에서 가장 돋보이는 요소는 쉬이 파악할 수 없는 인물의 표정이에요.
제 작업에서 반복되는 주제이자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은 사람의 얼굴입니다. 표정은 말과 몸짓처럼 의사소통의 한 형태예요. 그렇기에 제가 계속해서 구축해야 하는 관람객과의 대화 방식 중 하나죠. 거울처럼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비치고 다양한 의미를 지닌, 단언하기 어려운 표정을 늘 찾고 있습니다. 제 작품은 보는 이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데, 대표적 예로 감은 두 눈은 경험, 기억, 열정, 영혼 그리고 단순한 시간을 담은 것입니다.

Samuel Salcedo with his work.
사무엘 살세도 1975년 스페인 출생. 바르셀로나 대학교와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 대학교에서 순수 미술을 공부했다. 독일의 바트아롤젠 박물관(Museum Bad Arolsen)을 비롯해 파리와 모스크바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유이스 코로미나 재단(Fundacio Lluls Coromina) 등 다수의 기관에서 그의 작품을 소장 중이다.
작품의 전반적 형태와 제작 과정에 대해 들려주세요.
전통적 조각 형태로 작업하지만, 조각을 제대로 공부한 적은 없어요. 작업은 점토로 형태를 만드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완성되면 주물을 뜨고요. 이때 사진이나 석고 모형을 참고하지만, 실제 인물을 두고 작업하진 않습니다. 예술의 역사에서 사람들의 취향은 다양하게 변화해왔는데, 그중 저는 토테미즘과 구르는 돌을 은유적으로 참고합니다.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작업하는 것도 인상적이에요. 나무, 레진, 알루미늄, 철 같은 재료의 어떤 특성을 고려해 선택하시나요?
우리 피부가 시간 속 경험을 기록한 일종의 책인 것처럼 제 조각은 시간과 그 속의 기억을 담은 은유적 존재라고 할 수 있어요. 피부에 주름이 생기고, 강가의 돌이 침식을 거듭하며 다듬어지듯 조각의 표면에도 시간의 상처와 흔적, 충격과 보듬음이 모두 새겨져 있습니다. 나무, 철, 콘크리트 등 모든 재료에 공통적 의미와 함께 각각 고유의 특성이 있고, 더 나아가 색다른 감정과 기억을 떠올리게 해요. 그중에서도 저는 성장의 흔적이 남은 목재나 기초 작업에 사용한 모래, 주조 과정에서 나온 자투리 알루미늄 조각처럼 자신만의 기억이 있는 재료에 매력을 느껴요. 이는 우리가 삶의 여정에서 우연히 마주치고 영향을 주고받는 것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작품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요소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작업 과정에서 마주하는 우연한 사고나 위험 변수는 창의적 활동에 큰 영향을 주죠. 그래서 작업할 때 다루기 힘든 재료와 기술을 사용하고, 결과를 완벽하게 예측하기 어려운 작품을 제작해요. 이 모든 것의 원천은 작업실에서 사유하고 창조하는 시간이에요. 저는 작업에 앞서 작품을 계획하거나 따로 스케치를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날의 기분이 큰 영향을 미쳐요. 즉흥적으로 개입하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완벽한 자유를 느끼죠. 그래서 작업실에 머무는 것 자체가 저를 존재하게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위쪽 Großer Kopf, Polyester Resin, 240×150×170cm, 2022
아래쪽 Drain Pipe, Aluminum, 185×60×60cm, 2022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진실하게 작업에 임하고, 진실하게 감정을 설명하려고 해요. 종종 우리는 현재 겪고 있는 상황에 압도당하기도, 불편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는 작업 과정에서 제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음을 이해하는 것, 또 제가 감당해야 하는 리스크임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어떤 경험이 작가로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자양분이 되었나요?
오랜 시간 저만의 언어를 찾고자 했어요. 그림을 그린 초창기부터 조각에 몰두하는 지금까지 작가로서 걸어온 여정에서 무언가 ‘이유’를 찾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우리는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다른 사람이 우리를 어떻게 보는지 생각하면서 ‘기억을 조각의 재료로 삼는다’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었죠. 대표적 예로 아버지가 병으로 서서히 기억을 잃고, 동시에 사람의 기억이 얼마나 희미해지는지 지켜보면서 인간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2023년 계획이 궁금합니다.
작년에는 공공장소에서 진행한 전시와 프로젝트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어요. 올해도 비슷한 작업을 이어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와 함께 전신상도 작업해보려 합니다. 마지막으로 전신상을 작업한 지 몇 년이 지났는데, 그동안 제가 다뤄온 재료로 어떻게 전신상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실험해보고자 합니다.
에디터 박이현(hyonism@noblesse.com)
글 정희윤(노블레스 컬렉션)
사진 제공 비야산 갤러리(Villazan Galle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