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권장 도서
홀연 아들에게 장문의 편지를 써서 마음을 전하는 것, 멸종 위기 동물을 걱정하는 사려 깊은 가정을 만드는 것. 5월, 이맘때면 문득 읽고 싶어지는 책 두 권.
한 아버지가 영국과 독일에 머물면서 어느 해 여름 미국에 있는 아들에게 편지를 썼다. 아버지는 곳곳을 여행하며 자신의 평소 생각을 편지에 적었다. 몇 시간씩 집중해 쓰다 보니 분량도 매번 A4 용지 10장이 넘었다. 하이네나 바이런 같은 낭만주의 시인의 시와 그 아름다움에 대한 찬탄을 쏟아내는가 하면 문학, 철학, 음악, 미술 등에 대한 탁월한 식견도 담았다. 가령 어느 날의 편지는 이렇게 시작한다. “여러모로 아빠는 밤을 정말로 좋아한단다. 항상 지금처럼 밤 시간을 좋아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애리조나에 있을 때 밤을 정말 사랑한 것만은 분명하지. 무엇보다 거기에는 해 질 녘 노을이 있잖니. 덧없는 아름다움의 가장 멋진 예랄까.” 밤에 대한 감상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해 질 무렵의 느낌(Abendempfindung)’이라는 모차르트의 성악곡과 옛 그리스인들이 별을 보던 이론으로 이어져 호기심이 돋게 한다. <아빠의 수학여행>은 한국 수학자 최초로 영국 옥스퍼드 대학 교수로 임용된 세계적 수학자 김민형이 아들 오신에게 쓴 편지를 묶어낸 책이다. 김 교수는 절대 실패하지 않는 ‘여행지에서의 편지’라는 형식을 빌려 아들과 완벽한 관계 맺기에 도전한다. 사실 이런 편지 쓰기는 김 교수 집안의 3대에 걸친 자녀 교육법이기도 하다. 김 교수의 아버지이자 한국 인문학의 자존심인 김우창 교수도 1980년대 중반 미국 예일 대학으로 유학 간 아들에게 인생과 교육, 철학, 역사 등을 담은 긴 편지를 썼다. 김 교수는 책에서 아들에게 무엇보다 삶에 좋은 질문을 던지는 법을 알려준다. 좋은 질문은 당장 답을 얻지 못한다 해도 바른 길로 인도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행복한 인간보다 성공한 인간이 되기를 강요하는 이 시대에 잔잔한 경종을 울린다.
그런가 하면 <마지막 기회라니?>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라는 역사에 길이 남을 장편 코믹 SF 허풍극을 쓴 더글러스 애덤스와 동물학자 마크 카워다인이 멸종 위기 동물들을 찾아 떠난 여정을 기록한 책이다. 이들은 뉴질랜드 코드피시 아일랜드의 ‘카카포’, 인도양의 희귀한 ‘모리셔스황조롱이’, 마다가스카르 섬의 여우원숭이 ‘아이아이’, 중국 양쯔 강의 ‘민물돌고래’(최근 완전히 멸종된 것으로 보인다) 같은 멸종 위기 동물을 찾아다니며 꽤 진지한 감상과 인류의 무지 혹은 어리석음을 토로한다. 지구에 얼마 남지 않은 동물을 찾는 것 자체가 고역인데, 이들의 탐사는 돌발적 현지 사정으로 수차례 위기를 맞기도 한다. 더글러스 애덤스는 진지한 대의를 위한 생생한 체험으로 우리를 안내하는 동시에, 멸종 위기 동물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는 주장을 늘어놓는다. 지구에 있는 동식물의 멸종이 수백만 년 동안 일어났고, 인간이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이어져왔다고 말하는 한편, 심지어 지금은 멸종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고 덧붙인다. 생명 존중에 대한 아이들의 인식은 가정 환경에서 싹튼다. 동물 생태에 대한 교육 역시 부모와 가족의 몫이다. 이 책은 멸종 위기 동물에 대한 작은 관심에서 생명 존중에 대한 교육이 시작될 수 있음을 전한다.
에디터 이영균 (youngkyoon@noblesse.com)
사진 김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