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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를 드높이는 굿즈

LIFESTYLE

영화, 뮤지컬, 출판 등 문화 전반에서 굿즈 열풍이 거세다. 하지만 디자인이 아름다운 상품이 아닌 문화 본래의 가치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존재해야 할 것이다.

1 인터넷 서점 알라딘이 민음사, 더부스와 협업해 선보인 콜라보 에디션 <제인 에어> 1·2와 맥주잔.
2 알라딘이 10월 특별 선물로 제공한 무민 텀블러.
3 영화 제작사 마블의 피겨 컬렉션.
4 영화 <킹스맨: 골든 서클> 티셔츠와 라이터 모양의 USB.

그야말로 굿즈(goods) 전성시대다. 1990년대 후반 아이돌 콘서트장에서 파는 팬들의 기념품 수준이던 굿즈는 이제 연간 매출 1000억 원을 기록하는 MD 산업이 됐다. 분야도 아이돌 팬덤이라는 경계를 벗어나 영화, 뮤지컬, 출판까지 진출해 특정 인물, 콘텐츠 등과 관련된 상품으로 끊임없이 진화 중이다. 얼마 전 김영하 작가는 자신의 SNS에 소설 <오직 두 사람>의 글귀가 적힌 맥주잔을 갖고 싶어 인터넷 서점 YES24에서 책을 구매했다는 고백을 남겨 웃음 짓게 하기도 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의 애칭 ‘이니’와 굿즈를 합친 찻잔, 시계 등의 이니 굿즈까지 등장해 놀라움을 안겼다. 1982년만 해도 굿즈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잡지 부록에 불과해 그 종류와 금액 한도를 정했지만 2009년 경품의 가액 한도를 폐지했다. 국내에서 가장 뜨거운 굿즈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분야는 단연 출판계로, 2014년 도서 정가제를 실시한 후 마케팅 수단으로 적극 활용 중이다. 2010년부터 출판사나 작가와 협력해 굿즈를 제작해온 인터넷 서점 알라딘은 일정 금액 이상 책을 구매할 경우 마일리지를 차감하는 조건으로 고객에게 북 램프, 가방 등을 제공한다. 알라딘 회원 사이에서 “굿즈를 사니 책이 함께 온다” 혹은 “알라딘이 또”라는 유행어가 생겼을 정도. 알라딘 굿즈 섹션을 따로 마련, 홍보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업계 4위던 알라딘은 지난해에 매출 증가율 19%를 기록하며 2위에 올랐다. 알라딘은 출판사 민음사, 크래프트 비어 스타트업 더부스와 협업해 <제인 에어> 콜라보 에디션 1·2를 구매한 독자에게 맥주잔을, 초·중·고 도서를 구입한 학생에게는 실생활에 필요한 책베개와 북엔드 등을 제공했다. 굿즈 제작 시 중시하는 점에 대해 묻자 알라딘 웹기획팀 조선아 과장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굿즈인 만큼 책과의 연관성을 일순위로 고려해 상품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책을 이용한 디자인이나 책을 읽을 때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고민합니다”라고 답했다. 대형 인터넷 서점 외에도 안도서점, 이후북스 같은 독립 서점에서도 자사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굿즈를 제작해 판매한다. 해외의 경우 정기적 굿즈 기획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나 출판사별로 SNS를 통해 단발성 이벤트를 진행한다. 지난 7월 아셰트 북 그룹(Hachette Book Group)에서는 악명 높은 미국의 정치가 알렉산더 해밀턴과 에런 버의 213주년을 기리며 두 사람의 정치 이력과 운명적인 라이벌 스토리를 담은 책 < Rivals Unto Death: Alexander Hamilton and Aaron Burr >와 그들의 얼굴을 새긴 2개의 술잔을 증정하는 특별 이벤트를 기획했다. 세계적 출판사 사이먼 앤 슈스터(Simon & Schuster)는 지난 9월 인스타그램에서 스티븐 킹이 1986년 출간한 소설 < It >를 원작으로 한 동명 영화 개봉에 발맞춰 무서운 공간에 가장 많이 방문한 사람에게 티셔츠, 신발 등의 굿즈를 제공했다. 영화 분야에서도 굿즈는 완판 행렬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판매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영화 홍보용으로 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럭키>의 비누, <터널>의 생존 키트처럼 영화의 중요한 모티브 혹은 내용을 반영한 굿즈를 제작해 시사회를 찾은 관객들에게 증정한다. 이를 위해 소시민워크 같은 영화 굿즈를 제작해주는 업체가 따로 생겼을 정도. 영화 굿즈의 인기 이유를 묻자 영화 홍보사 무브먼트의 진명현 대표는 “굿즈는 적은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는 최고 마케팅 수단으로 1인 미디어의 역할을 한다”고 답했다. 실제로 지난 9월 말 개봉한 영화 <킹스맨> 시사회 후 티셔츠, 라이터 모양의 USB 등 이를 인증하는 경험담이 다수 올라온 걸 볼 수 있었다. 굿즈 제작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는 외화 수입사 그린나래미디어는 <라우더 댄 밤즈>, <로스트 인 파리> 등의 영화 굿즈를 제작했으며 지난 9월 <우리의 20세기> 개봉을 기념해 주인공 도로시아가 피우는 담배 케이스를 만든 후 영화 스틸 컷과 명대사를 담은 포토 카드를 넣어 제공했고, 그녀가 영화 속에서 착용한 팔찌도 재현했다. 하지만 굿즈가 마냥 기쁜 존재만은 아니다. 전체 마케팅비의 10%를 넘지 않는 선에서 기발한 아이디어를 반영한 새로운 굿즈 개발에 힘써야 하기 때문. 그린나래미디어 임진희 과장은 “정해진 마케팅 예산 안에서 제작해야 하기 때문에 쉽진 않아요. 하지만 적은 비용으로 영화를 오래 알릴 수 있다는 장점이 분명 존재하죠”라고 말했다. 미국의 디즈니나 마블 같은 영화 제작사는 일찌감치 스토어를 열어 피겨는 물론 토트백, 신발, 우산 등을 판매하며 팬층을 견고히 했다. 워너브러더스도 <해리 포터> 굿즈 공식 사이트를 만들어 해리 포터, 론 위즐리, 헤르미온 3명의 주인공이 사용한 마법 지팡이와 안경 등 세세한 품목까지 모두 판매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뮤지컬 굿즈도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초창기에 작품을 소개하는 프로그램 북과 OST 정도였다면 지금은 휴대폰 케이스, 캔들, 만년필 등 실용적이고 미적으로 진화한 제품이 많아졌다. 제작사에서 선보이는 굿즈는 적게는 4종에서 많게는 15종까지. 물론 단순히 로고만 박힌 제품보다 작품을 떠올릴 수 있고 작품에 대한 감성을 담아내는 것이 굿즈의 목표다. 뮤지컬 제작사 HJ컬처는 “넌 잘해낼 거야” 등 <라흐마니노프>의 대사가 적힌 배지를 제작했고,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시라노> 제작사 CJ E&M은 실링 왁스 세트, 편지지, 깃털펜 등의 굿즈를 선보였다. 특히 깃털펜은 3만~4만 원대의 가격에도 출시 이틀 만에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렇듯 굿즈는 남들이 갖지 못한 한정판을 소장하고 그것을 SNS에 자랑하고 싶은 대중의 욕구와 맞물려 문화 산업의 견인차 역할을 하며 점차 그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하지만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은 지양하고 본래 문화의 품질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둬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굿즈를 위한 굿즈’가 아닌 굿즈여야 하는 이유를 찾는 것이 앞으로 문화 산업계가 주목해야 할 목표가 아닐까.

5 외화 수입사 그린나래미디어는 영화 <우리의 20세기> 개봉을 기념해 주인공 도로시아가 착용한 팔찌를 재현했다.
6 뮤지컬 <아이다>의 만년필 굿즈.

 

에디터 최윤정(amych@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