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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양각색, 세계의 옥션 하우스

ARTNOW

옥션은 오늘날 세계 미술 시장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옥션이 인기를 끌면서 특색 있는 옥션 하우스가 여럿 생겨났고, 세계 각지에 지점을 내면서 국제적 회사로 급성장했다. 세계 곳곳의 옥션 하우스를 파노라마처럼 소개한다.

옥션의 역사는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766년 설립된 대표적 옥션 하우스 크리스티의 과거 경매 현장.

크리스티는 최근 현대미술 분야에서 높은 세일즈 기록을 세우고 있다.

크리스티는 최근 현대미술 분야에서 높은 세일즈 기록을 세우고 있다.

영국 최초의 공식 옥션 하우스 소더비

옥션의 역사
‘옥션(auction)’의 어원은 ‘증가시키다’라는 뜻의 라틴어 ‘auctus’다.
이미 옥션이라는 개념이 생길 때부터 가격 인상을 목표로 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왜냐하면 옥션의 낙찰 방식이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사람에게 소유권을 주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옥션이 시작되었는지 정확한 역사적 기록은 없지만 이런 판매 방식은 태곳적부터 거의 모든 상품에 적용할 수 있었다. 농산물, 육류, 어류, 각종 동산과 부동산, 심지어 노예나 신붓감 같은 사람에게까지. 옥션이 활성화되면서 고대 로마 시대부터 옥션을 기획하는 사람, 경매사, 옥션을 홍보하고 사람들을 모으는 역할 등 세분화된 직업이 생겨났다. 1674년 스웨덴에서 세계 최초의 공식적 옥션 하우스 ‘스톡홀름 옥션’이 설립됐고, 점차 세계 각지에 옥션 하우스가 생기면서 다루는 물품도 세분화·전문화되기 시작했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옥션 스쿨이 등장해 전문가를 체계적으로 양성하는가 하면,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온라인 경매에 이르기까지 옥션은 끝없이 진화하고 있다. 미술품의 경우 옥션이 활성화된 것은 컬렉션의 보급과 관련이 깊다. 왕실 등 소수 계층에게만 컬렉션을 허용할 때는 대부분 ‘상속’에 의해 처리된 미술품이 차츰 거래 대상으로 변하면서 회화, 조각, 장식품 등 다양한 장르의 옥션이 생겨났다. 갤러리가 작가의 작품을 컬렉터에게 소개하는 1차 시장이라면, 경매는 이미 작품을 소유하고 있는 컬렉터가 되팔기 위해 내놓는 2차 시장으로 컬렉터와 컬렉터를 중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미술품 거래는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편이지만 옥션 프라이스(경매 낙찰가, 일명 ‘해머 프라이스(hammer price)’라고도 한다)가 공개되고, 기록되고,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지면서 옥션은 미술 시장의 주요 척도로 인식되고 있다.

영국
세계 양대 경매 회사로 손꼽히는 소더비(Sotherby’s)와 크리스티(Christie’s)가 모두 영국에서 18세기 후반에 시작해 크게 성공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프랑스 혁명으로 파리의 미술 시장이 주춤하고, 많은 유럽 귀족의 소유물이 매물로 나오면서 대륙에서 떨어진 런던의 옥션이 호황을 맞게 된 것이다. 소더비는 영국 최초의 공식 옥션 하우스로 1744년 설립했고 처음에는 주로 도서를 다루었다. 세인트헬레나 섬으로 유배 간 나폴레옹의 도서를 비롯해 유명인이 소장한 도서는 특히 인기를 끄는 옥션 품목이었다. 점차 판매 품목이 세분화되어 오늘날 미술품과 앤티크를 주로 다루는 세계 최대 규모의 옥션 하우스로 성장했고, 1967년에 파리와 LA, 1973년에는 홍콩, 1988년에는 모스크바에 지사를 냈다.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작품은 2012년 5월 1억1990만 달러(약 1319억 원)에 낙찰된 뭉크의 ‘절규’고, 2010년 5월 런던 경매에서 팔린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걷는 남자’도 에디션이 8개나 있는 작품임에도 1억300달러(약 1067억 원)로 조각 경매의 최고가를 기록했다. 2011년에는 중국 현대미술 전문 컬렉터로 유명한 벨기에 출신 사업가 울렌스(Ullens)의 컬렉션 90여 점이 한 번에 소더비 홍콩 경매 품목에 올라 화제를 모았다.
크리스티는 1766년 설립 이후 현재 뉴욕, 파리, 상하이, 뭄바이 등 32개국 53개 도시에 지사를 두고, 80여 개 종목에서 매년 450회의 경매를 주관하고 있다. 가장 기록적인 경매로는 단연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의 사후 소장품을 판매한 2009년 2월의 경매를 들 수 있다. 당시 세계경제는 2008년 가을 미국 금융회사의 몰락으로 급작스러운 펀드 하락 등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나,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프리뷰에 1만 명 이상의 시민이 무려 4시간 동안 줄을 서서 관람했으며, 낙찰가 총액 3억800만 유로(약 3900억 원)를 달성했다. 특히 이 경매에 나온 중국 여름 궁전의 동물 머리 조각상은 아편전쟁 당시 약탈당한 중국의 유물로 문화재 반환에 대한 세계적 이슈를 불러일으켰고, 결국 이 작품을 크리스티의 수장 프랑수아 앙리 피노가 낙찰받아 중국에 반환함으로써 평화롭게 마무리됐다. 이 밖에 아이웨이웨이의 <12지신 조각>전, 성룡의 <차이니즈 조디악> 등 직간접적으로 중국의 문화적 압박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크리스티는 최근 뭄바이에서 열린 인도 근대미술 경매에서 낙찰가 총액 1540만 달러(약 170억 원)를 기록하며 인도에도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3위는 필립스 드 퓌리(Philips de Pury & Company)로 1796년 크리스티의 경매사 해리 필립스가 독립해 설립한 회사 필립스(Philips)를 모태로 한다. 설립 직후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의 컬렉션을 판매하며 큰 성공을 거두었고, 경매일 전날 이브닝파티를 열어 공격적 마케팅 전략을 펼치는 등 쇼맨십 넘치는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하지만 1999년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가 옥션 하우스 필립스를 사들인 후, 세계적 불황이 닥치고 몇몇 옥션에 실패하면서 거의 폐업 직전에 이르렀다. 그 후 일부 카테고리는 경쟁사 본햄스에 흡수되고, 필립스에 근무하던 스타 경매사 시몽 드 퓌리(Simon de Pury)가 인수하면서 사명이 필립스 드 퓌리로 변경됐다.
2008년 시몽 드 퓌리는 회사를 떠나고 러시아의 럭셔리 리테일 비즈니스 그룹 머큐리(Mercury)가 최대 주주 자리에 올랐다. 필립스 드 퓌리는 우리에게 <코리안 아이(Korean Eye)> 전시로 익숙하다. <코리안 아이>는 SC제일은행과 함께 한국 현대미술 작가 30여 명의 작품을 서울과 런던 사치 갤러리에서 전시한 후 필립스 드 퓌리 경매장에서 판매한 프로젝트로 < Moon Generation >(2008년), < Fantastic Ordinary >(2009년), < Energy and Matter >(2011~2012년)로 이어졌다.
그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옥션 하우스가 바로 본햄스 (Bonhams)로 1793년 설립되었으며 2013년 프라고나르(Fragonard)의 작품을 1700만 파운드(약 300억 원)에 판매하며 고미술 경매 기록을 세웠다. 이상 4개의 옥션 하우스는 모두 영국에서 시작했지만 오늘날 뉴욕, 홍콩, 베이징 등 세계 각지에 지사를 두며 성장해 더 이상 ‘영국의’ 옥션 하우스라 부르기 어려운 국제적 회사가 되었다.
프랑스
프랑스에는 독자적 옥션 하우스가 여럿 있지만 아직 지역 회사로 남아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언어적 장벽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사실 프랑스에서는 옥션이라는 영어 표현 대신 ‘ventes aux enchères’(sales of the auction)를, 옥션 하우스 대신 ‘maisons et hôtels de vente’(house and hotel of sale)라는 용어를 고수해 일반적 영어 표현으로는 검색마저도 쉽지 않다. 대표적 회사로 드루오(Drouot), 아르퀴리알(Artcurial), 타잔(Tajan) 등을 들 수 있다. 드루오는 1801년 경매사들이 모여 만든 유서 깊은 회사로 여전히 파리 시민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메인 오피스가 파리의 오래된 건물에 있어 협소한 장소의 문제로 한곳에서 모든 카테고리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품목별로 나눠 서로 다른 지점에서 옥션을 진행한다(이 점은 파리의 크리스티나 소더비도 마찬가지다). 주로 고미술이나 가구 등 전통 미술이 강세를 보인다. 아르퀴리알은 콩코르드 부근 샹젤리제 진입로에 자사 빌딩이 있는 비교적 현대적인 옥션 하우스로 1970년 3명의 경매사가 의기투합해 설립한 회사다. 니콜라 드 스타엘의 회화, 장 프루베의 가구 등 프랑스 현대미술 작가의 작품을 주로 다룬다.

1793년 설립한 영국의 옥션 하우스 본햄스는 고미술 경매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793년 설립한 영국의 옥션 하우스 본햄스는 고미술 경매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793년 설립한 영국의 옥션 하우스 본햄스는 고미술 경매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티벳트 미술 작품을 주제로 한 폴리 옥션의 2014년 봄 경매 현장

2013년 폴리 옥션 봄 경매 전에 열린 프리뷰 전시

근·현대 미술 이브닝 세일즈에 오른 왕이둥의 유화 작품

일본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비교적 일찍 세계 미술 시장에 눈뜬 나라인 만큼 옥션 하우스도 여럿이지만 그 역사는 20~30년에 불과하다. 대표주자인 마이니치 옥션(Mainichi Auction)은 1973년 마이니치 신문사의 계열사로 설립, 2001년 독립했으며 도쿄와 오사카에 지부를 두고 국내외 미술품을 다루고 있다. 신와 아트(Shinwa Art)는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고 홈페이지에서 한국어 안내를 할 정도다. 비교적 후발주자인 맬릿(Mallet)은 2005년에 설립했으며 점차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중국
최근 무섭게 떠오르고 있는 옥션의 중심지는 바로 중국으로 현재 세계 미술 시장 거래액의 25%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신흥 컬렉터의 증가와 앞으로 중국 곳곳에 지을 미술관에 대한 기대 때문에 유수의 국제적 옥션 하우스가 중국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크리스티가 수백억에 달하는 여름 궁전의 동물 머리 조각상을 중국에 돌려준 것도 문화재 반환이라는 윤리적 차원의 반성과 함께 장차 중국에서 펼쳐나갈 비즈니스에 대한 포석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미술 시장의 호황을 바탕으로 중국 옥션 하우스도 놀라운 속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2005년 무기 거래업체 폴리 그룹에서 설립한 폴리 옥션(Poly Auction)은 2013년 총거래액 6억2000만 달러(약 6400억 원)를 기록하며 크리스티, 소더비에 이은 세계 3위로 올라섰다. 불과 몇십 년밖에 안 된 옥션 하우스가 전통적 강호인 서구 옥션 하우스를 제칠 수 있었던 것은 폴리 옥션이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1992년 설립된 폴리 그룹은 1999년 정부 소유가 됐고,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소프트 파워’를 장려하겠다는 정부 정책에 따라 미술관, 극장, 영화관, 영화와 TV 프로덕션, 그리고 옥션 비즈니스도 함께 시작하며 문화 예술 관련 활동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2009년 울렌스의 컬렉션 18점이 경매에 나왔을 때는 선수금 1000만 달러(약 100억 원)를 심지어 현금으로 지급했고, 중국 최대 은행인 민성(Minsheng)과 협력해 구매자에게 작품 구입 대금을 대출해주기도 했다.
그 뒤를 이어 차이나 가디언(China Guardian)도 총거래액 5억3700만 달러(약 5500억 원)를 기록하며 크리스티 홍콩의 4억1800만 달러(약 4300억 원)를 추월했다. 1993년 설립한 중국 최초의 옥션 하우스로, 폴리와 마찬가지로 국영기업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차이나 가디언의 공동 대표 왕옌난(Wang Yannan)이 천안문 사태 때 민주화 운동에 동참했다는 이유로 숙청당한 공산당 서기관 자오쯔양(Zhao Ziyang)의 딸이라고 소개하며, 문화대혁명 때 중국의 문화재를 파괴해야 했던 세대가 이제는 중국의 문화재를 세계 미술 시장에 소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최근 폴리 옥션과 차이나 가디언은 홍콩에서의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본토에서는 미술품 거래에 대해 34%의 세금을 부과하는 반면, 홍콩은 면세 지역이기 때문이다. 미술품에 대한 세금 납부는 지금까지 제대로 지키지 않아도 묵과해왔지만 2012년부터 단속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미술품 거래처는 홍콩으로 옮겨가 외국인 컬렉터에게 중국의 미술품을 소개하는 방향으로 비즈니스 전략을 바꾸고 있다.

옥션의 확장
이 밖에도 전 세계에 다양한 옥션 하우스가 존재하고, 그 카테고리도 무수하다. 우리나라의 서울옥션과 K옥션도 한 예로, 1990년대 중·후반 한국 미술 시장이 팽창하면서 함께 성장했다. 두 옥션 하우스는 각각 가나 아트센터, 갤러리현대를 모태로 시작한 것이 특징이다. 통상적으로 갤러리는 1차 시장, 옥션은 2차 시장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초창기에는 다른 갤러리들이 특정 갤러리를 주축으로 옥션 하우스를 설립하는 것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기도 했다. 미술 시장이 워낙 작고, 컬렉터도 소수다 보니 경쟁이 치열해지는 탓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구매한 미술 작품을 재판매할 방법이 드문 상황에서 옥션의 탄생은 컬렉터에게 재판매의 길을 열어주어 미술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했다. 차이나 가디언 왕옌난 공동 대표의 표현대로 시장은 넓고, 각각의 역할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옥션이 활성화되면서 덩달아 부각된 영역은 옥션의 경매 결과만 모아 소개하는 데이터베이스 사이트다. 아트넷(www.artnet.com)과 아트프라이스(www.artprice.com) 등으로, 기존 낙찰가를 검색해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판매하고 있다. 온라인의 영역은 비단 옥션에 대한 정보 제공에 그치지 않는다. 각종 온라인 옥션 사이트가 생겨나고 있고, 이미 아마존은 1999년 소더비와 합작해 소더비 아마존 사이트에 도전했다가 1년 만에 접은 전력이 있다.
인터넷 초창기인 당시 미술 작품을 보지도 않고 사는 것이 보편화되기 어려웠고, 작품의 배송에 대한 노하우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 둘은 좋은 관계로 각자의 비즈니스로 돌아갔지만, 2013년 아마존에서 다시 미술품 거래에 도전했다. 이번에는 최고가에 낙찰하는 경매 방식이 아니라 먼저 사는 사람에게 우선권을 주는 갤러리 방식이다. 아직까지 대부분의 온라인 작품 판매처는 경매보다 선착순 판매 방식을 취하고 있으며, 모니터 화면으로 보는 것과 실물의 차이가 비교적 적은 판화 작품을 주로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환경이 빠르게 개선되고 모바일 접속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많은 사람을 동시에 손쉽게 모이게 할 수 있는 온라인 옥션도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에디터 고현경
김영애(이안아트컨설팅 대표) 사진 제공 소더비, 크리스티, 폴리 옥션, 본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