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입맛대로
어느덧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말도 살찌는 계절을 맞아 식욕 돋우는 영화 네 편을 소개한다.

01. <아메리칸 셰프>
일류 셰프 칼 캐스퍼(존 패브로)는 음식 평론가와의 갈등이 불씨가 되어 레스토랑을 그만둔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그는 푸드 트럭에 도전, 서먹하던 아들과 미국 전역을 돌며 쿠바 샌드위치를 판다. 이 여정을 통해 아들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재기의 발판도 마련한다. 독립 영화 규모로 제작했지만, 감독 겸 배우인 존 패브로의 친분 덕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스칼릿 조핸슨 등 스타들이 총출동한다. 또 재즈와 블루스를 아우르는 배경음악도 즐길 거리.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음식 영화로, 버터를 듬뿍 발라 구운 쿠바식 그릴 샌드위치가 침샘을 자극한다.
02. <음식남녀>
세계적 거장 리안 감독의 초기 걸작. 노년의 수석 요리사 주 사부(랑슝)와 세 딸의 이야기다. 기독교신자인 첫째 가진(양구이메이), 커리어우먼인 둘째 가천(우첸롄), 패스트푸드 아르바이트생인 가령(왕위원)은 각자 자신의 길을 걷고, 주 사부는 씁쓸한 마음을 감춘 채 딸들을 위해 저녁식사를 준비한다. 세대 간 갈등과 용서라는 다소 진부한 주제를 뻔하지 않게 풀어낸 것이 특징. 주 사부가 만들어내는 중화요리의 향연은 보는 이의 오감을 자극하며, 특히 그가 식사를 준비하는 모습을 담은 오프닝 시퀀스가 압권이다.
03. <라따뚜이>
프랑스 최고의 요리사를 꿈꾸는 생쥐 레미는 하수구에서 길을 잃고 운명처럼 파리의 최고급 레스토랑에 떨어진다. 쥐답게 쓰레기나 뒤지라는 가족의 핀잔에도 불구하고 레미는 주방에 들어간다. 그가 요리하는 모습을 발견한 견습생 링귀니는 의기투합을 제안하고, 둘은 한 팀을 이뤄 요리사가 되고픈 꿈에 도전한다. ‘누구나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훈훈한 메시지를 전하는 이 영화에선 다양한 프랑스 요리가 등장하며, 만드는 과정도 꽤나 상세히 묘사한다. ‘샤토 라투르’, ‘샤토 슈발 블랑’ 등 곳곳에 등장하는 유명 와인을 발견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
04. <심야식당2>
일본에서만 240만 부를 판매한 동명의 베스트셀러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얼굴에 큰 상처가 있는 심야식당의 주인장 마스터(고바야시 가오루)와 식당을 찾는 다양한 손님들의 이야기다. 영화는 크게 세 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되며, 에피소드마다 새로운 메뉴가 등장한다. 돼지고기된장국 정식, 불고기 정식 등 마스터가 내놓는 소박한 요리는 영화 속 손님뿐 아니라 관람객에게도 큰 위로가 된다. 요즘 영화의 자극적인 전개에 지친 사람에게 추천한다.
에디터 황제웅(hjw1070@noblesse.com) 디자인 임지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