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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놀이터

ARTNOW

덴마크 출신의 세계적 디자이너 헨릭 핍스코프는 ‘창조’의 정신이 깃든 모든 영역에서 종횡무진 중이다. 그가 조성한 초현실주의적 환경은 우리의 예상을 깨며 일상을 특별한 순간으로 변화시킨다. 아시아 첫 개인전을 앞둔 그를 만났다.

우리 시대의 ‘르네상스 맨’ 헨릭 핍스코프(Henrik Vibskov, 1972년~)의 개인전이 7월 9일부터 연말까지 대림미술관에서 열린다. 미술관의 ‘멀티플’한 성격과 헨릭의 작업이 무척 닮은 것 같다. 그의 친구인 작가 안드레아스 에메니우스(Andreas Emenius)와 협업한 프로젝트 ‘The Fringe Project’, ‘The Circular Series’로 주요 미술관과 갤러리, 비엔날레에서 몇 차례 전시를 개최한 적은 있지만 그의 작품 세계 전반을 소개하는 전시는 아시아에서 처음이다. 그의 주요 컬렉션을 빛낸 패션 설치 무대부터 디자인 중 작업한 각종 스케치, 드로잉, 사진 등을 망라한다. ‘노르딕 디자인’ 인기의 선두주자, 뉴-아방가르드 무대 디자이너, 설치미술가, 그래픽 디자이너, 일렉트로닉 밴드 ‘트렌트묄레르(Trentemøller)’의 드러머, 부티크와 카페 사장까지, 한 사람이 소화하기엔 놀랍도록 다양한 역할의 실체를 꼼꼼히 살필 예정이다. 대림미술관 앞에서 만난 그는 2m가 넘는 장신이었다. 평소 즐겨 입는 통 넓은 바지에 비니를 썼고, 손에는 커피와 담배가 들려 있었다. “아직 전시에 대해 확신할 순 없지만, 정말 미칠 정도로 놀라운 감정을 느껴요.”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여는 소감을 묻자 그가 웃으며 답했다. “이번 전시에서 더 많은 신작을 선보이려고 노력 중인데, 구작과 색깔은 달라도 전시장에서 서로 보완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어요.”
헨릭 핍스코프가 의상 디자이너의 세계로 들어선 이유는 작업에서도 드러나는 특유의 ‘대니시 유머’처럼 들린다. 여자를 많이 만날 수 있기 때문이라나.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 입학해 2001년 졸업과 동시에 자신의 레이블을 런칭하며 살벌한 패션계에 뛰어들었다(피터 젠슨과 개러스 퓨가 동기다). 고향에서 보던 돼지를 테마로 삼아 돼지머리를 의상에 프린트하고 돼지 모양의 가방을 제작한 학부 졸업 작품전은 덴마크 국영 방송에서 중계할 정도로 화제였다. 그는 스칸디나비아 반도 출신 디자이너로는 유일하게 2003년부터 파리 패션 위크에 매년 쇼를 올리고 있다. 특히 매 시즌 그가 감독한 런웨이 무대는 종합예술 작품을 방불케 할 정도로 입이 쩍 벌어진다(실제로 그는 바그너의 ‘종합예술 작품(Gesamtkunstwerk)’론에 영감을 받아 그래픽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는 음악부터 무대장치, 영상, 안무 등을 모두 직접 챙기고 쇼에서 드럼을 손수 연주하기도 한다. “내 일상을 부수는 거죠. 생각을 다시 하고, 그 위치를 다시 잡기 위해 뇌에 힘을 가하는 거예요. 천천히 죽어가는 대신에 말이죠. 그래도 항상 모든 것에 신경 씁니다. 어떤 일은 더 오래 해온 것이고, 다른 일정이나 작업 흐름과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죠. 사실 다른 장르를 하다 보면 가끔 길을 잃기도 해요.” 10여 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는 그에게 마르지 않는 영감의 원천을 물으니 제법 솔직한 답변이 돌아왔다. 생각해보니 그의 답변이 무대 위 모델이나 기계장치 등 각종 움직임을 강조하는 핍스코프의 무대 스타일과 어딘지 닮았다. 언제나 현재진행형인 새로운 자극! 그는 한국 관람객에게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을까? “그냥 저를 기억해줬으면 해요. 제 희망 사항이지만요.(웃음)”

헨릭 핍스코프의 ‘Mixed Mode’
헨릭 핍스코프의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학생증에는 바가지 머리를 한 채 상의를 벗고 정면을 무심하게 응시하는 증명사진이 박혀 있다. 학생증에 적힌 전공 설명에 눈이 간다. ‘Mixed Mode.’ 마치 그의 ‘멀티플’ 활동을 예견한 명패 같다. 그의 흥미로운 작품 세계가 궁금하다면 먼저 홈페이지를 방문해보자. 여러 프로젝트가 놀이동산의 표지판처럼 서로 연결된 다이어그램이 첫 화면을 장식한다. 2012년에 출간한 모노그래피도 유용한 팁을 제공할 것이다. 음악, 미술, 그래픽, 전시, 커머셜 프로젝트 등 헨릭 핍스코프가 구축한 컬러풀한 세계의 뒷모습을 맛보기로 소개한다.

ⓒ Henrik Vibskov

ⓒ Henrik Vibskov

Collection
2001년부터 현재까지 핍스코프가 발표한 런웨이 컬렉션은 재료를 사용하는 탁월한 감각, ‘패션쇼’를 넘어선 기발한 무대, 장난기 넘치는 시즌별 테마로 정평이 나 있다. 돼지, 자위하는 스파게티, 착시 효과와 시각장애, 뒤집혀 천장에 매달린 까만 플라밍고, 투명한 혀, 찰리 채플린의 <모던타임즈>, 당나귀 등이 그의 무대에 모티브를 준 대상이다. 그러나 그의 무대는 완벽한 계획성보다 즉흥성과 시간의 자연스러운 흐름에 주목한다. 모델이 무대를 완성해가는 것. ‘딱딱한 벽돌 손가락들(the sticky brick fingers)’이라는 초현실주의적 단어 조합을 테마로 열린 쇼에서 무대 중앙에 물을 채운 연못을 만들어 그 안에서 알렉산더 에크만(Alexander Ekman)이 안무한 무용을 동시에 선보였다.

ⓒ Henrik Vibskov

ⓒ Henrik Vibskov

Scenography
‘시노그래피’는 빛과 음향에 의한 무대장치와 미술을 의미한다. 핍스코프는 시노그래피의 ‘달인’이다. 그는 자신이 속한 밴드 트렌트묄레르의 콘서트 영상과 무대를 직접 제작하는데, 그의 패션쇼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2009년 참여한 페스티벌에서는 그의 2010년 봄·여름 컬렉션에 선보인 5m 높이의 우산을 프로젝션 기능을 하는 스크린으로 사용했다. 최근에는 비외르크(Björk)의 오페라 < medúlla >를 위한 무대와 의상을 디자인했다.

Music
핍스코프가 특별히 애정을 쏟는 분야는 음악이다. “음악은 인류가 어떻게 등장했는지(패션), 공간에 들어가 어떻게 행동하는지(무대미술), 두 분야를 결합해요.” 열 살 때 아버지에게 드럼 키트를 선물 받은 후 현재까지 드럼을 연주하고 있다. 13세에 밴드를 구성했으며, 22세 때부터 7년간 덴마크 인디 밴드 ‘Luksus’에서 활동했다. 2007년부터 현재까지 트렌트묄레르의 라이브 투어 드러머다. 물론 자신의 런웨이에 울려 퍼질 음악을 직접 만들기도 한다. 음반 레이블 Fake Diamond Records사가 발매하는 ‘Mountain Yorokobu’ 프로젝트의 기획자이자 드러머로도 참여했으며, 앨범 5장을 발매했다.

ⓒ Henrik Vibskov

ⓒ Henrik Vibskov

Art Project & Exhibition
작년 헬싱키 디자인 미술관에서는 핍스코프의 17년 예술 여정을 조명하는 개인전이 열렸다. 그는 안드레아스 에메니우스와 일련의 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The Fringe Projects’(2007~2009년)를 통해 그들은 동물의 내장을 연상시키는 각종 ‘술’ 장식을 소재로 10개의 작품을 완성했으며, 책 < The Fringe Book >도 출간했다. 두 번째 협업 ‘The Circular Series’(2009년~)는 재료, 움직임, 풍경과 관련한 실험이 중심이다. 순환하는 형태의 오브제나 비주얼 아이덴티티 등을 주로 다루며 현재까지 6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연작 중 최근작이 2011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등장했다. 이 밖에 그의 작품은 북유럽 미술과 디자인 그룹 전시에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이다.

ⓒ Henrik Vibskov

Other Works
그는 코펜하겐(2006년)·오슬로(2008년)·뉴욕(2011년)에 부티크를, 코펜하겐에 카페를 운영 중이다. 또한 2010년부터 ‘100 Days’라는 새로운 리테일 스토어를 선보였다. 한 도시당 한 시즌 동안 100일을 머무는 팝업 스토어 프로젝트다. 독일을 대표하는 메르세데스-벤츠, 스페인의 메드윈즈, 일본의 피겨 회사 메디콤, 네덜란드의 명품 유모차 퀴니 등과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해 화제를 모았다.

에디터 김재석 (jskim@noblesse.com)
사진 권현정(인물) 사진 제공 헨릭 핍스코프 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