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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적인 내조

LIFESTYLE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 부인 알렉산드라 프라세티오는 자국에서 유명한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자 아트 컬렉터다. 인생을 지혜롭게 사는 방법은 매 순간 ‘최우선’ 순위를 선택해 노력하는 것이라는 대사 부인에게 현재의 최우선은 ‘인도네시아를 알리는 일’이다.

1 인테리어는 물론 의상도 심플하면서 세련된 스타일을 추구하는 프라세티오 대사 부인
2, 3 인도네시아와 한국 예술 작품으로 꾸민 우아한 실내

에디터는 오래전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 대사 부인을 인터뷰하는 시리즈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대사 못지않은 대사 부인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대사 부인의 이미지를 포함해, 일례로 그들이 장식한 대사관저는 라이프스타일을 통해 그 나라의 문화를 설명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대사 부인의 역할은 폭넓고 또 섬세해야 했다. 각 대사관저가 모두 인상적이었지만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저는 특히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예술 작품을 조화시킨 점이 돋보였다.

1 인도네시아와 한국 예술 작품으로 꾸민 우아한 실내
2 인도네시아의 대표 음식 비프 렌당을 포함한 메인 디시. 칠리와 코코넛 소스로 맛을 낸 오른쪽의 쇠고기 요리가 비프렌당이다.
3 인도네시아의 대표적 디저트
4 인도네시아 여성 아티스트 돌로로사 시나가의 조각 작품

여의도에 대사관저가 터를 잡은 지도 벌써 35년. 흰색의 깔끔한 외관처럼 대사관저의 내부도 정갈하다. 한국에 온 지 2년 된 알렉산드라 프라세티오(Alexandra M. Prasetio) 대사 부인은 보수를 통해 좀 더 기능적이면서 유지하기 쉬운 공간으로 만들었다. “대사관저를 인도네시아에서 가져온 목공예품, 조각, 회화 작품 등으로 장식하고 한국 작가의 작품도 함께 두었죠. 저는 인테리어에서 심플한 디자인과 중성적 색상을 선호합니다. 가구와 벽지를 화려하지 않은 것으로 고른 이유는 가구와 벽은 예술 작품의 배경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손님을 맞는 공간으로 주로 활용하는 1층에는 인도네시아의 유명한 아티스트 크리스틴 아이 추(Christine Ay Tjoe)와 아린 수나료(Arin Sunaryo)의 작품이 한국 작가 전광영 등의 작품과 어우러졌다. “전광영은 옥션에서 처음 알게 되었고, 이우환의 작품은 리움 등에서 이미 많이 접했죠. 요즘엔 양혜규에게도 관심이 많아요. 아, 최우람도 빼놓을 수 없겠군요.”
그녀가 한국인에게 알리고 싶은 인도네시아 아티스트는 수도 없이 많지만, 그중 크리스틴 아이 추와 아린 수나료를 꼭 소개하고 싶단다. 파리와 영국의 사치 갤러리 등에서 전시하며 국제적 인지도를 얻은 크리스틴 아이 추나 화산재를 재료로 이용한 색다른 작품으로 유명해져 구겐하임 미술관에서도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아린 수나료는 그녀가 긍지를 느끼게 하는 예술가다. “예술은 전 세계인의 언어입니다”라고 강조하는 것을 프라세티오 여사는 잊지 않는다.
아트 컬렉터를 만나면 늘 하게 되는 질문.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다. “마음이 시키는 작품”이라는 간결한 대답이 돌아온다. 20대부터 컬렉팅을 공부해온 그녀에게 컬렉팅은 이미 생활의 일부이기에,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을 묻는 질문 자체가 새삼스러웠을지도 모른다. 작가에 대한 정보는 주로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나 싱가포르 아트 스테이지, 아트 바젤, 베니스 비엔날레 같은 페어나 갤러리에서 얻는다.
자신감 넘치는 이력을 뒤로하고 현재 프라세티오 여사가 주력하는 일은 당연하게 ‘인도네시아 대사 부인’의 역할이다. 일과 가정에서 모두 성공한 듯 보이는 그녀에게도 혹 후회로 남은 일이 있을까? “인도네시아와 한국 여성에게는 공통점이 많습니다. 대부분의 현대 여성이 그렇듯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는 데 전념하기도 하고, 일에 몰두하기도 합니다. 둘 다 잘하고 싶기도 하죠. 결정적인 것은 그 순간의 최우선이 무엇인지 아는 것입니다. 설사 되돌리고 싶은 순간이 있다 하더라도 그 경험에서 무언가를 배우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영원한 것은 없고, 우리는 항상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으니 인생이 아름다운 것 아닐까요?” 인생에 달관한 듯 들릴 수도 있지만 일과 가사를 병행해본 여성이라면 그 선택의 기로에 놓인 절실함과 어려움에 절로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1 인도네시아의 무슬림 휴일, 웨딩, 연회 등에서 입는 내셔널 드레스를 차려입은 프라세티오 대사 부인. 전통 방식으로 장인이 만든 섬세한 솜씨가 일품이다. 뒤에 보이는 그림은 아린 수나료 작품.
2 인도네시아 여성 아티스트 돌로로사 시나가의 조각 작품

그녀는 대사 부인으로서의 활동 중 올봄 숙명여자대학교 아태여성정보통신원에서 한 강의를 소중한 기억으로 꼽았다. 글로벌 리더십과 네트워킹이라는 과목을 맡아 한 학기 동안 학생들에게 인도네시아에 대해 설명하는 기회를 얻은 것. 발리가 인도네시아의 전부라고 생각한 대다수의 학생은 그녀의 강의를 통해 인도네시아의 지정학적 위치, 유산, 문화 예술 등을 두루 접할 수 있었다. 프라세티오 대사 부인 역시 학생들과의 교류를 통해 한국에 대해 더 알게 되었다며 기뻐한다. 그때의 열정적인 강의로 숙명여자대학교에서 명예교수직을 제안받고 내년 봄 강의까지 잡혀 있는 상태다. 게다가 숙명여자대학교와 펠리타 하라판 대학(Pelita Harapan University)의 학생 교류 프로그램까지 성사시켰으니 그녀에겐 특별할 수밖에.
인터뷰 후 프라세티오 대사 부인과 함께 돌아본 대사관저에서 그녀의 저력을 자연스럽게 포착할 수 있었다. 대사관저를 둘러싼 정원에서 가져온 이끼를 센터피스로 장식한 다이닝 테이블, 봄에는 벚꽃을, 다른 계절에는 나뭇가지를 들여와 장식하는 화병 등은 그녀의 창의적 아이디어다. 건기와 우기만 있어 다소 심심한 인도네시아와 달리 계절의 변화가 뚜렷한 한국의 사계절을 사랑한단다. 2층의 개인 다이닝 공간에서 아침마다 내려다보는 앙카라 공원. 눈이 내린 후 공원의 아름다움이 최고라는 칭찬과 함께.
“앞으로 한국에 대해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싶고 인테리어, 요리, 테이블 세팅 등을 통해 저만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책을 발간하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본국으로 돌아갈 때는 보자기와 화장품을 가져가고 싶네요. 보자기 싸는 법에 대한 책도 구입했는데 인도네시아의 요소를 더해 응용해보고 싶어요. 화장품도 놀라워요. 한국 여성이 하는 대로 복잡한 단계를 따라 화장해보니 피부가 개선된 것 같습니다.” 그중 무엇보다 본국으로 돌아가면 그리워할 대상은 한국 사람이다. 성실하고 충직한 점이 한국인의 매력이라고 말하는 프라세티오 대사 부인.
인터뷰를 위해 인도네시아의 대표 요리로 구성한 점심을 준비하고, 인도네시아 전통 바틱과 직물을 꺼내오는 것은 물론, 전통 드레스로 갈아입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은 프라세티오 대사 부인. 그녀가 말했듯 지금 그녀에게 절대적인 것은 ‘대사 부인’으로 생활하는 것이고, 그 덕분에 우리는 인도네시아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모습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

에디터 이윤정 (yoonjunglee@noblesse.com)
사진 안지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