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에 관한 단상
아끼고 사랑하는 존재를 집 밖에서도 보고 싶은 마음. 사물인터넷이 가져다준 편리는 뜻밖의 고민에 빠지게 만든다.

사물인터넷 종사자들은 확산 가능성이 높은 산업 분야로 보건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을 꼽는다.
‘가입해야 했는데!’ 한 살 차이 나는 퍼그와 코카스패니얼을 각각 만 17년 동안 키웠다. 손바닥에 올려놓을 수 있을 만큼 어릴 때 점퍼 속에 넣어 와 평생을 우리와 함께했으니까. 식구들이 18년 동안 개만 두고 1박 이상 여행을 떠난 적이 없었다. 과거형인 이유는, 지난해와 올해 차례로 장례를 치렀기 때문. 오랜 시간 동물을 키워본 반려인이라면 짐작하겠지만, 온갖 수발부터 맞춤 휠체어까지 강아지한테 들어가는 비용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도 내내 후회되는 것은 인터넷 서비스 회사에서 준 카탈로그를 뒤적이며 가정용 카메라를 달까 말까 망설인 일이다. 한 녀석이 우리가 외출한 사이 세상을 떠나 우리 가족은 지금까지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걷지도 못하던 개가 안방 침대까지 기어가 누워 있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모습을 카메라로 봤다면 얼른 집으로 돌아왔을 텐데.
지금도 TV 인터넷 서비스 광고에선 외출 후 스마트폰으로 집 안에 있는 반려동물을 지켜보거나, 밤늦게 집에 돌아와 쓸쓸한 기분이 들지 않도록 미리 난방이며 전깃불을 켜둘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많은 사람이 그러한 서비스에 귀가 솔깃할 것이다. 이제는 따로 떨어져 사는 부모님이 걱정이다. 가끔 지병이 없던 동료 혹은 혼자 사는 친구의 부모님이 쓰러졌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을 때면 현실적 고민을 하게 되니까. 말 못 하는 어린아이를 남의 손에 맡긴 지인들이 쓰고 있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사실 어리고 힘없는 아이를 학대하는 걸 알게 되는 것도 집 안에 설치해둔 카메라 덕분인 경우가 많다.
그렇게 주춤하는 사이 가정용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의 적용 영역이 넓어지고 있었다. IT업계에서는 우리나라 스마트폰 보급률이 2009년에서 2011년까지 빠르게 증가하다 2013년 이후 그 기세가 누그러졌다고 본다. 실제 소비자의 눈에도 기기 자체의 혁신은 사실상 정체 구간에 돌입했다고 느껴질 것이다(2019년 출시 예정인 새 아이폰에 냉정한 시선을 보내는 것을 보면). 대신 5G 서비스와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서비스가 발전 중이다. 차부터 집 안 냉장고나 보일러까지 원격제어 가능한 서비스를 제안하면서 ‘초연결사회’란 말이 현실로 다가온다.
SK텔레콤은 4년 전, 국내 최초로 주거 공간 내 기기를 모니터링하고 제어하는 스마트홈 서비스를 출시했다. 지금은 이미 3세대 공동 주택 단지 홈 네트워크로 발전했다. 직접 얼굴 보고 말하기 어려운 층간 소음에 대해 양해 메시지를 발송하거나 놀이터에서 아이와 놀아줄 동네 친구를 매칭해주기도 한다. 자동차에서 원격제어하는 ‘카투홈(Car to Home)’ 서비스도 가능하다. 기존 스마트홈 앱에 연결된 홈 사물인터넷 기기 목록을 불러온 뒤 차량의 내비게이션 화면 터치 혹은 음성 명령으로 손쉽게 집에 있는 사물인터넷 전자 기기를 제어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기존 스마트 앱에 ‘IoT 숙면알리미’ 기능을 추가했다. 와이파이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구형 에어컨도 적외선(IR) 방식으로 가전제품을 제어할 수 있다. 자다가 춥거나 더울 때도 일어나야 하는 수고를 덜어준다. ‘우리집 지킴이’ 서비스는 사물인터넷 센서를 통한 침입 감지뿐 아니라 CCTV 녹화를 통한 비디오 보안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이렌 알림, 지인에게 메시지로 도움을 요청하거나 112 신고까지 직통인데, 이미 통신사에 가입된 집이라면 1만 원 남짓 추가 요금만 내면 된다!
솔깃하다. 혼자 사는 선배나 맞벌이하는 친구에게 무척 유용하겠다. 문제는 곳곳에 인터넷이 연결된 데다 이제는 360도 뷰가 가능한 카메라 렌즈가 달려 있다. 이는 곧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나에 대한 정보를 훔치거나 감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일단, 가정용 이전에 범죄 예방용으로 달아둔 일반 건물 CCTV부터 그 대상이 된다. 주로 수도권을 대상으로 한 인천의 한 CCTV 설치업자는 많은 고객이 설치할 때 설정한 비밀번호를 그대로 사용한다는 것을 알고는 스마트폰으로 접속해 훔쳐보다 적발된 일도 있었다(인천부평경찰서). 또 어떤 외국인 강사는 해외 사이트에서 서울의 인터넷 주소를 찾아내 접속, 안방에 설치된 가정용 CCTV를 해킹하다 5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다(서울동부지법).

아이나 반려동물을 위해 설치한 CCTV를 해킹해 불법 사이트에 여성의 노출 장면만 올리는 경우를 해외 뉴스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과연 남의 일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사물인터넷의 보급률이 높지 않던 때에는 직접(물리적으로) 각 가정이나 사무실의 CCTV에 특정 프로그램을 깔거나 접속하지 않으면 사실상 해킹이 많지 않은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지금처럼 안방까지 곳곳에 소형 카메라를 달고 와이파이를 이용하는 경우는 다르다.
현실적으로 지금, 우리 집에서 꼭 해야 할 해킹 예방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설치 시 부여된 랜덤 비밀번호일지라도 가능한 한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바탕으로 길고 어렵게 바꾸고 와이파이보다는 유선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수시로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하고, 정말 필요할 때가 아니면 아예 꺼둔다. 다소 심심할 정도로 간단한 방법이지만 놀라울 정도로 일반 가정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보안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아! 하나 더 있다. 몇 년 전 새 노트북을 샀다고 자랑하니, 스카이프(Skype) 같은, 화상 통신 서비스를 오래 이용해본 동료가 모니터 바로 위 카메라 구멍부터 스티커로 가리라고 조언했다. “무슨 오버냐?”며 무시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간담이 서늘해지는 일을 겪었다. 노트북 기능을 살피다 사진이 찍힌 것이다. 하필 집에서 속옷만 입은 채 일하던 중이었다. 자동 저장됐고, 클라우드로 바로 업로드할 것인지 물어보는 메시지를 본 뒤에야 그런 기능이 있음을 알았다. 이런 우연처럼, 가장 편안해야 할 내 집에서도 아예 누가 보면 민망한 차림은 피해야 하는 걸까. 신분증이나 여권은 어떤 디바이스든 카메라 렌즈가 있는 것 앞에는 두지 않아야겠고, 또 뭐가 있으려나.
지난해 과학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18 사물인터넷 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사물인터넷 매출액은 연평균 22.6%씩 증가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스마트홈 관련 매출이 2025년까지 6.8%씩 성장해 4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어느 시대 어느 산업이든 성장하는 곳에는 투자도 따르지만 관련 범죄도 늘고 대응책도 따라간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가장 원천적 배경은 즉각적으로 보고 싶다는 지금 시대를 사는 우리의 욕구와 습관이란 점이다. 지난 세기 사람들이 한평생 접하는 정보보다 하루 동안 더 많은 정보에 노출되고, 또 이용하고 있다는 우리. 심리학자 애덤 알터의 이야기로는 요즘 직장인들은 근무 시간 중 메일을 정리하는 데 25%를 쓰고 도착한 메일을 읽는 데 평균 6초가 걸린다. 건강을 목표로 달리는 웨어러블 기기의 기록과 ‘좋아요’ 수에 마음 걸리는 SNS는 중독의 기본 요소인 ‘목표 추구’가 들어 있다. 당장 내 물음에 답했으면 좋겠고 ‘카톡’ 메시지를 열어보며 무엇을 하는지 알고 싶은 조급함이 결국 누군가에게 악용되는 여지를 남기는 지금. 의심을 넘어 불필요한 감시를 예방하는 확실한 방법은 카메라 렌즈로 보는 대신 직접 찾아가고 상대를 믿어주며, 조금 느긋하게 전화하는 아날로그 방식이 아닐는지. 우리 모두 너무나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에디터 김미한(purple@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