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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비둘기 조각상이 뉴욕에 내려앉은 이유

ARTNOW

거리 곳곳에서 만나는 공공미술은 뉴욕이라는 도시의 매력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

Lee Bul, Long Tail Halo, 2024, Installation View of 〈The Genesis Facade Commission〉. Photo by Eugenia Burnett Tinsley. Courtesy of the Artist. ©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뉴요커는 대부분 매일 마주치는 비둘기에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지만, 첼시 하이라인에 새로 설치한 이 5m 높이의 알루미늄 비둘기는 다르다. ‘공룡(Dinosaur)’이라 불리는 이반 아르고테(Iván Argote)의 이 거대한 조각은 단순한 새의 재현을 넘어 우리가 기념비로 삼는 대상에 대한 전통에 도전하고, 이주와 역사에 관해 탐구한다. 이 작품은 보행자와 차량 위로 우뚝 서서 우리가 비둘기를 내려다보던 시선을 뒤집는다. 전통적 기념물의 엄숙함을 벗어나 뉴욕 거리의 친숙한 새를 재조명하는 ‘공룡’은 공공 미술의 지속적 대화 속에서 유쾌한 비판적 관점을 더하며 하이라인에 색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뉴욕 거리를 걷다 보면 공공 미술 작품을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뉴욕의 공공 미술은 도시 생활의 일상적 배경이 되어 사람들이 별다른 노력 없이도 예술을 경험할 수 있게 한다. 퍼블릭 아트 펀드, 아트 프로덕션 펀드, 크리에이티브 타임, 하이라인 아트, 뉴욕시 문화부, 타임스스퀘어 아트, MTA 아츠 & 디자인 등 다양한 기관이 예술로 뉴욕이 더 풍성해질 수 있도록 기여한다. 특히 퍼블릭 아트 펀드는 뉴욕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공공 미술 기관 중 하나로, 다양한 공공 미술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지원한다. 크리스토와 잔-클로드(Christo & Jeanne-Claude) 부부의 ‘The Gates’(2005) 프로젝트가 대표적 예다. 뉴욕시는 1982년 ‘퍼센트 포 아트(Percent for Art)’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를 통해 공공 건축 프로젝트의 예산 중 일부를 공공 미술에 할애하도록 규정했다. 덕분에 병원, 학교, 도서관, 공원 등 다양한 공공시설에 수백 개의 예술 작품이 설치되었고, 뉴욕의 곳곳에서 예술 작품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Lee Bul, Long Tail Halo: CTCS #2, Stainless Steel, Ethylene-vinyl Acetate, Carbon Fiber, Paint, Polyurethane, 2024. Photo by Eugenia Burnett Tinsley. Courtesy of the Artist. ©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A.A.Murakami, Floating World, 2024, Presented by Times Square Arts.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의 천장에 그린 별자리 프레스코화 역시 뉴욕의 상징적 공공 미술 중 하나다. 이 외에도 닉 케이브(Nick Cave)의 퍼포먼스 아트 같은 공연 예술을 주기적으로 선보인다. 특히 뉴욕 지하철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공공 미술 프로그램이 펼쳐지는 곳이다. 메트로폴리탄 교통청(MTA)은 아츠 & 디자인 프로그램을 통해 지하철역마다 모자이크, 조각, 벽화 등 다채로운 미술 작품을 선보인다. 더불어 가장 큰 공공장소인 센트럴파크에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조각상 같은 다양한 조각 작품을 설치했고, 종종 대규모 예술 퍼포먼스도 펼친다. 지난해 여름에는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이배 작가의 대형 숯 조각 ‘불로부터’를 뉴욕 맨해튼의 심장부인 록펠러센터 앞에 세워 주목받기도 했다. 현재 아트 프로덕션 펀드의 기획으로 록펠러센터의 윈도와 로비에는 샨텔 마틴(Shantell Martin)의 거대한 라인 드로잉이 가득하다. 마틴의 작품은 흑백의 간결한 선으로 이뤄졌지만, 그 안에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뉴욕의 공공 미술은 기술 발전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디지털 아트와 인터랙티브 설치물은 공공장소에서 새로운 형태의 예술을 선보이며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한다. 뉴욕의 상징적 장소인 타임스스퀘어 아트의 ‘미드나이트 모멘트(Midnight Moment)’ 프로그램이 좋은 예다. 매일 자정 약 3분 동안 타임스스퀘어의 모든 대형 전광판이 순식간에 디지털 아트 작품을 동시에 상영하며 매일 밤 수천 명의 관광객과 시민이 함께 경험하는 예술적 순간을 만들어낸다. 미드나이트 모멘트의 핵심은 예술의 접근성과 대중성이다. 타임스스퀘어는 세계에서 가장 분주한 장소 중 하나다. 그곳에서 디지털 아트를 상영함으로써 공공 미술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장임을 강조한다.

Installation View of 〈Shantell Martin〉 at Rockefeller Center in Partnership with Art Production Fund. Courtesy of Art Production Fund. © Daniel Greer.

Edra Soto, Graft, 2024, Presented by Public Art Fund at Doris C. Freedman Plaza, New York City, Sep. 5, 2024 – Aug. 24, 2025. Photo by Nicholas Knight. Courtesy of Public Art Fund, NY.

미술관 차원에서 선보이는 공공 미술도 있다. 건물 외부에서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기 때문에 예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단지 예술품을 보관하는 장소가 아니라 도시 한복판에서 누구나 예술을 만날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되겠다는 미술관의 의지를 보여준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는 현재 이불 작가의 파사드 전시가 한창이다. 공공 미술을 통해 정체성과 사회적 주제를 탐구하며 관람객이 내면세계를 돌아보도록 이끄는 신작 ‘Long Tail Halo’가 그 주인공이다. 4개의 조각으로 구성된 작품은 내년 5월까지 만날 수 있다. 작가는 스테인리스스틸과 폴리카보네이트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인간의 진보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긴장을 사이보그 형상으로 만들었다. 사지나 머리가 없는 작품은 고대 영웅 같은 오라를 발하면서도 ‘결함’과 ‘비인간성’을 상징한다. 이불은 이 작품을 통해 고전적 미학과 미래적 요소의 결합을 보여주고, 현대사회가 마주한 모순과 복잡다단함을 성찰하도록 유도한다. 이처럼 미술관의 파사드 전시는 새로운 시각적 경험과 대화를 만들어낸다. 과거와 현재가 한 공간에서 어우러져 사람들로 하여금 시간을 넘나드는 예술의 힘을 느끼게 만드는 힘이 있다.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만나는 예술은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며, 도시 전체를 거대한 예술 공간으로 변화시킨다. 예술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 이상으로, 그 뒤에 숨은 이야기를 찾아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공공 미술은 도시의 역사를 기록하고, 변화와 복잡성을 반영하며 우리가 속한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다시 말해 공공 미술이 중요한 건 일상생활에서 사람들과 직접 소통하고, 사회적 · 문화적 변화를 촉진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이제 예술은 단지 박물관이나 갤러리 같은 전통적 공간에 머무르지 않는다. 국경을 초월하고 다양한 문화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뉴욕의 공공 미술은 단순한 미적 경험을 넘어 끊임없이 진화하는 문화적 대화라 할 수 있다. 그 대화 속에서 우리는 도시의 정체성과 역동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그 안에 숨은 다양한 목소리를 발견하게 된다.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전영(아이언벨벳 아트 컨설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