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축제
나무에 스파게티 국수가 열리고 펭귄이 하늘을 나는 단 하루, 만우절의 다양한 거짓말이 매년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차 한 잔으로 40마일을 주행할 수 있는 ‘미니쿠퍼 T’
4월 1일은 만우절, 가벼운 장난이나 거짓말이 허락되는 유일한 날이다. 16세기 프랑스에서 유래한 만우절은 오늘날 전 세계인의 거짓말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주변 사람들과 만우절 장난을 주고받는 것도 즐겁지만, 이날의 또 다른 재미는 세계적 기업이나 미디어의 유쾌하고 때론 황당한 거짓말을 지켜보는 것이다. 그중 혼자만 알고 있기 아까운 몇 가지를 소개한다.
영국의 공영 방송사 BBC는 반세기에 걸친 거짓말 내공을 자랑한다. 1957년 4월 1일, 이들은 TV 프로그램을 통해 스위스에서 이상 기온으로 나무에 스파게티 국수가 열린다고 보도했다. 농부들이 나무에서 국수를 수확하는 영상을 본 많은 시청자가 방송국에 이 나무의 재배법을 물어봤을 정도. 또 2008년 만우절에 BBC 다큐멘터리 <진화의 기적> 제작진은 하늘을 나는 펭귄의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영상엔 “펭귄 무리가 서로 다닥다닥 붙어서 추운 겨울을 나기보다 따뜻한 남미의 숲을 찾아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서 이동한다”라는 친절한 해설을 곁들였다. 당연히 이 영상은 BBC 특수효과팀이 제작한 것이었다.

1 취사 기능을 탑재한 아우디의 스페셜 모델 2 J. R. R. 톨킨의 소설 <호빗>에 등장하는 용 ‘스마우그’
과학 학술지 <네이처>는 1998년 만우절 온라인판에서 역사에 남을 만한 거짓말을 선보였다. 미국 서던 노스다코다 대학교의 한 연구자가 ‘스마우그’란 공룡 화석을 발견했는데, 이 공룡은 비행할 수 있으며 불을 내뿜은 흔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스마우그는 J. R. R. 톨킨의 소설 <호빗>에 등장하는 용의 이름. 물론 서던 노스다코다란 대학도 존재하지 않는다.
자동차업계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영국의 소형차 브랜드 미니는 2014년 만우절에 ‘미니쿠퍼 T’를 공개했다. 여기에 사용한 T는 차(tea)의 약자. 이 모델은 차 한 잔으로 40마일을 움직일 수 있는 첨단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색상 역시 ‘캐모마일 옐로’와 ‘레드 부시’, ‘얼그레이’ 3가지로 구성했다. 또 2015년 만우절, 아우디 일본 지사는 자사의 플래그십 모델 A8에 밥솥을 장착한 스페셜 모델을 발표했다. 아우디 측은 “밥 상태를 섬세하게 조절할 수 있도록 터치식 메뉴 패널을 장착했고, 장인의 혁신적 테크놀로지가 밥맛을 향상시킨다”고 설명했다.

만우절 농담이 실제가 된 증강 현실 게임 ‘포켓몬 고’
그런데 농담이 실제가 된 사례도 있다. 2014년 글로벌 IT업체 구글은 만우절을 맞아 자사의 지도 검색 서비스 ‘구글 맵스’에 포켓몬이 나타나는 깜짝 이벤트를 벌이며, 포켓몬 150마리를 모두 찾으면 ‘포켓몬 마스터’로 자사에 특채한다는 내용의 영상을 공개했다. 특히 영상엔 산이나 바다, 사막을 탐험하며 스마트폰을 이용해 포켓몬을 사냥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이는 현재 ‘포켓몬 고’의 게임 방식과 유사하다. 포켓몬 고 게임을 개발한 나이앤틱의 CEO 존 행크는 “많은 이용자가 포켓몬 이벤트에 열광하는 것을 보고 게임 개발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토록 많은 사람이 만우절 거짓말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독일의 심리학자 클라우디아 마이어는 저서 <거짓말의 딜레마>에서 거짓말을 “진화의 원동력이자 생존 전략이며 일종의 사회적 윤활제”라고 표현했다. 항상 진실만을 말하기보다는 약간의 거짓말을 섞는 게 상대방에게 위안이 된다는 의미. 만우절이 오래도록 이어져온 것도 거짓말의 ‘긍정적 효과’에 주목했기 때문일 것이다. 현대인을 웃음 짓게 하는 만우절, 올해는 또 어떤 기발한 거짓말이 우리를 즐겁게 할지 기대해보자.
에디터 황제웅(hjw1070@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