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진객, 대구(大口)
미스터 M, 남자들의 요리 김승용 대표가 제안하는 대구 한 마리 계절 밥상.
대구 아가미 젓갈 아가미를 한 달간 소금에 재운 후 고춧가루, 조선간장, 무, 미나리, 쪽파, 청양고추를 넣고 조물조물 무친 것. 누룽지와 함께 먹으면 없던 식욕도 살아난다.
대구 이리전 이리에 밀가루와 달걀을 묻혀 참기름 두른 팬에 부쳤다. 한 입 베어 물면 크림 같은 고소함이 입안에 착 번진다. 화이트 와인은 물론 스카치위스키와도 잘 어울리는 짝꿍.
대구 뱃살 불고기 양념구이 쫄깃한 식감을 자랑하는 대구 뱃살에 달큼한 불고기 양념을 발라 오븐에 구웠다. 밥반찬은 물론 술안주로도 OK.
대구탕 다시마 육수를 베이스로 무와 대구 뼈, 껍질, 꼬리를 넣고 곰탕처럼 뽀얀 국물을 냈다. 청양고추로 얼큰함을 더하고 간은 소금과 국간장으로만 깔끔하게. 마지막에 이리와 대구 간인 ‘애’를 넣고 살짝 익히는 것이 포인트다.
대구 대가리 된장 소스 조림 갖은 양념을 한 된장 소스를 대구 대가리에 고루 발라 무와 함께 약한 불로 은근히 조렸다. 감칠맛이 최고. ‘어두육미’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그런 맛.
대구 이리 김칫국 묵은지 김칫국에 고명처럼 이리를 소복이 얹었다.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국물 맛이 해장용으로 그만이다.
폰즈 소스를 곁들인 대구 이리 살짝 데친 대구 이리에 곱게 썬 쪽파를 넣고 폰즈 소스를 뿌려 먹는 일식풍 애피타이저다.
대구살 튀김 프레시 빵가루를 묻힌 도톰한 대구살 튀김. 타르타르소스를 곁들였다. 곱게 썬 양배추 위에는 일본의 경양식집 스타일을 본떠 우스터소스를 뿌려냈다.
겨울의 깊은 맛, 고향의 맛이자 추억의 맛_ 대구
겨울이면 경남 진해와 거제도를 끼고 있는 진해만 일대를 후끈 달아오르게 하는 귀한 생선이 있다. 입이 커서 슬픈 생선, 그 이름은 대구(大口)다. 여름이면 북쪽 차가운 바다로 올라갔다가 겨울이 되면 한류를 따라 내려와 고향인 남해 연안에서 알을 낳는 떠돌이. 그때가 12월부터 2월이니 예부터 ‘눈 본 대구’라 하여 첫눈 온 이후 대구 맛이 끝내준다고 했다. 대구는 본래 동해 명태, 서해 조기, 남해 대구라 할 정도로 흔한 생선이었다. 하지만 한때 남획으로 씨가 마르다시피 한 적이 있다.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한 마리당 수십만 원을 호가하기도 했다. 다행히 지금은 다시 옛 명성을 찾아가고 있다. 인공수정을 통해 대구 치어를 방류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다. 대구는 이름에 걸맞게 큰 입에 한 번 놀라고, 그 덩치에 한 번 더 놀라는 생선이다. 명태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몸길이가 70~75cm 정도로 훨씬 크고, 몸 앞쪽이 두툼하고 뒤로 갈수록 납작해진다. 요즘 잡히는 대구는 배가 통통하게 불러 있다. 겉모양만 봐서는 암수 구분이 어려운데 배를 눌러 하얀 이리(수컷의 정소. 흔히 곤이라고 하는데 곤이는 암컷의 알주머니를 뜻한다)가 삐져나오면 수컷, 불그름한 알을 내보이면 암컷이다. 대구는 이례적으로 수컷을 더 쳐준다. 단백질 덩어리인 이리 덕분으로, 살짝 익힌 이리는 크림처럼 부드러운 질감에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대구는 지방은 적지만 비타민과 아미노산, 칼슘과 철분까지 고루 함유한 ‘영양 덩어리’다. 이처럼 실한 녀석들이 겨울마다 우리 곁으로 찾아와 지친 속을 훈훈하게, 든든하게 달래주니 어찌 반하지 않겠는가.
김승용 대표가 싱싱한 제철 대구 한 마리를 활용한 한 상 차림을 제안한다. 먼저 아가미는 소금을 뿌려 젓갈을 담근다. 대가리는 된장 양념을 발라 국물 자작하게 조리고, 뼈와 껍질과 꼬리는 맑고 시원한 탕을 끓인다. 뱃살은 불고기 양념에 재워 오븐에 굽는다. 이리는 담백하게 전을 부치거나 김칫국에 넣어 먹는다. 그야말로 버리는 부분이 하나도 없다. 돌아가신 그의 모친은 바닷바람을 맞으며 꾸덕하게 말린 대구도 참 좋아하셨다고 말한다. 어촌 사람들은 반쯤 말린 대구의 껍질을 벗겨 소금과 참기름에 찍어 먹곤 하는데 그 맛이 상상도 못할 만큼 기가 막히다. 오랜 암 투병으로 지친 모친에게 말린 대구 찜과 정종을 함께 내어드린 적이 있는데 막상 술은 입에 대지도 못하셨지만 옛 생각이 난다, 버킷 리스트를 하나 이루었노라 하셨다는 그의 회고가 가슴을 울린다. 겨울의 깊고 풍부한 맛, 검푸른 바다와 시리도록 찬 바람이 가져온 자연의 맛. 누군가에겐 향수와 추억의 일부가 되어 더욱 특별한 그 맛. 대구의 진미(眞味)를 지금 만나보자.
에디터 이재연 (jyeon@noblesse.com)
사진 김황직 코디네이션 이경주 요리 및 도움말 김승용 푸드 스타일링 김정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