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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넘어

ARTNOW

루양의 작품은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도구를 제한하지 않으며 아이디어를 확장해가는 젊은 아티스트의 현재를 보여준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그녀의 예술적 시선은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종교와 과학, 팝 컬처의 영향을 받아 독특한 작품세계를 펼치는 루양 작가

루양
1984년생으로 중국 예술 아카데미(China Academy of Art)를 졸업한 뒤 상하이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디어와 영상, 퍼포먼스 작업을 하며 전 세계에서 전시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 시애틀, 베를린, 상하이, 요코하마에서 개인전을 개최했고 베이징 미디어 아트 비엔날레, 리버풀 비엔날레, 이스탄불 디자인 비엔날레 등 다양한 미술 행사와 그룹전에 참여했다. 올해도 홍콩 블라인드스폿 갤러리(Blindspot Gallery)의 그룹전을 시작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 중국관에서 선보인 ‘Moving Gods’

1980년대에 태어나 TV와 게임 등 동시대 대중문화를 누리며 자랐고, 2000년대에 대학을 다녔으며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30대 중반 미술 작가의 작업을 한번 상상해보자. 오프라인 전시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작품을 자유롭게 공개하며 다른 분야와의 협업을 망설이지 않는 젊은 작가들의 작업은 그 스펙트럼을 쉽사리 가늠하기 어렵다.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의 중국관에서 선보인 상하이 출신 아티스트 루양(Lu Yang)의 ‘Moving Gods’는 현실과 가상, 진지함과 가벼움, 경건함과 극적으로 밝은 색채가 공존하는 독특한 영상 작품이다. 종교적 요소를 사용한 영상과 마치 패션쇼나 라운지에서 흐를 법한 음악의 매치는 표현의 규제나 한계에서 일찌감치 벗어난 듯했다. 루양은 비디오, 회화, 조각, 설치, 퍼포먼스 등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다양한 작업을 시도한다. 그중에서도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영상 작업은 그녀가 출신 국가의 정체성을 뛰어넘어 작가로서 바라보는 세상을 담아내는 주요한 방식이다. 작업에 큰 의미를 부여하며 예술가의 역할을 고민하기보다는 원하는 바를 표현해내는 현재에 집중하는 작가, 루양과의 대화를 전한다.

베이징 코뮌에서 공개한 ‘Lu Yang Delusional Mandala’의 스틸 이미지, 2015

Cancer Baby,   2014

당신의 작품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듭니다. 종교, 팝 컬처, 과학, 몸과 질병 등 폭넓은 분야에서 작업의 소재를 찾는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당신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무엇인가요?
저는 종교와 과학, 두 분야에 특히 관심이 있습니다. 작업을 위해 세상을 ‘3D’의 관점으로 바라보길 원하는데 종교와, 과학이야말로 광범위하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주제라고 생각해요.

초기작인 ‘Revived Zombie Frogs Underwater Ballet’ 프로젝트는 그중에서도 구체적으로 신경과학(neuroscience) 분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죽은 개구리가 춤추는 영상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통제’에 관한 날카로운 인식이었죠. 그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2009년에 구상한 작품이에요. 처음에는 작품에 관한 구체적 설치 계획을 담은 도표를 만들었죠. 그것을 몇몇 미술관에 보냈는데, 당시 일본의 후쿠오카 아시아 미술관(Fukuoka Asian Art Museum)에서 이 작업에 선뜻호의를 표하고 지원해준 덕분에 작품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해부학 수업에서 사용한 갓 죽은 개구리를 얻어 작업했어요.

당시 꽤 화제가 된 작품인데, 작업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작업하면서, 그리고 완성 후 온라인에 공개하면서 윤리적 논란이 불거졌어요. 우리가 개구리를 죽였다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이 악플을 달았죠. 여러 언론 매체가 영상을 포스팅했고, 동물 권익 보호 단체에서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다양한 종교적 상징을 차용한 ‘Moving Gods’의 스틸 이미지, 2015

비디오 작업을 하고 온라인에 작품을 공개하기 때문에 댓글을 통해 관람자와 직접 소통하는 경우가 많을 것 같은데, 그들의 반응이 작업에 영향을 미치나요?
보통은 영향을 받지 않는 편이에요. 보는 사람들을 의식해 작품을 만들지는 않습니다. 애초에 제가 그들의 반응을 조종할 수 없기 때문에 저는 그냥 제 생각을 발전시켜 작업할 뿐이죠.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꾸준히 찾아볼 수 있는 키워드는 ‘몸’이에요. 그게 베이징 코뮌에서 발표한 ‘Lu Yang Delusional Mandala’에서는 아바타로 발전한 것 같습니다. 몸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 시작됐죠?
정확하지는 않지만 어린 시절부터인 것 같아요. 고등학교 시절에 그린 몸에 관한 그림이 지금 제 작품과 상당히 비슷하거든요. 저는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이 이해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런 면에서 성장 배경이나 지식과 무관하게 누구나 가지고 있고 느낄 수 있는 ‘몸’이라는 주제는 매력적이에요.

‘Lu Yang Delusional Mandala’는 아바타의 탄생과 죽음을 다뤘죠. 그 과정에서 종교적 관점도 엿볼 수 있는데,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 중국관에서 선보인 ‘Moving Gods’에는 더욱 풍부한 종교적 상징이 드러납니다. 어떻게 아이디어를 발전시킨 작품인가요?
제 친구인 큐레이터 왕싱(Wang Xing)은 이 작품을 두고 신성 파괴적 측면이 있다고 평했어요. 이 작품이술 미관에 어울리는 엄숙함과 그렇지 않은 사이키델릭함을 오간다고 말이죠. 저도 그 말에 동의합니다. 다양한 종교에서 차용한 전통적 요소를 활용하면서 시각적으로 화려한 배경을 묘사했고, 거칠게 머리를 땋아 내린 연기자들은 전형적인 수호자나 예수, 또는 시바 신이 환생한 모습으로 본연의 정체성과 그 변형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시대와 맞지 않는 메타 종교의 풍경이지만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대 세계에 유효한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의 3D 아바타가 탄생해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그린 ‘Lu Yang Delusional Mandala’의 한 장면

현란한 영상만큼이나 음악도 강렬해요. 모든 작품이 말이죠. 주로 어떤 뮤지션과 함께 작업하나요?
작품에 따라 굉장히 다양한 음악가와 작업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전자음악을 하는 스퀘어라우드(Square Loud)나 오페라 음악을 만드는 두윈(Du Yun)처럼 완전히 다른 장르의 음악을 하는 이들이죠. 심지어 데스메탈 밴드와 컬래버레이션한 적도 있어요. 그때그때 제 작품에 잘 어울리는 음악가를 찾는데, 모두 뛰어난 아티스트였어요.

젊은 작가들 사이에서 협업은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죠. 하지만 함께 작업을 발전시켜가는 방식은 제각각 다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가요?
제 작업이 온라인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함께 작업한 아티스트 중에는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분도 있어요. 2013년 작품인 ‘Uterus Man’의 경우 일본의 게임 팀과 협업해 게임 버전으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런 작업을 때할는 일본에 직접 가서 의사소통을 하죠. 굉장히 프로페셔널한 이들과 즐겁게 작업한 기억이 납니다.

당신의 키치한 작업은 게임을 연상시키기도 해요. 일본 문화의 영향도 느껴지고요.
상하이에서 나고 자란 제 또래가 그렇듯 저는 일찌감치 일본의 대중문화에 노출되었어요. 일본 음악을 듣고 만화를 봤죠. 애니메이션 영화도 좋아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그래요. 일본 대중문화는 심오하면서도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작품을 보다 쉽게 이해하고,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도록 대중문화를 차용하는 걸 즐깁니다.

1 2013년 일본의 게임 팀과 협업한 ‘Uterus Man’   2 ‘Power of Will – Final shooting’의 설치 전경, 2016

작업의 주요 도구가 컴퓨터인 만큼 인터넷이나 게임, 디지털 문화는 당신의 작업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온라인에서 작업하는 방식을 간단히 소개해줄 수 있나요?
새로운 시도를 할 땐, 보통 여러 웹사이트에서 소프트웨어 활용을 위한 지침서를 봅니다. 표현하고 싶은 것을 쉽게 표현할 수 있게 해준다면 종류를 가리지 않고 온갖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죠. 대체로 처음에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다음부터는 그것을 구현해내는 데 집중해요. 만약 저 혼자 만들어낼 수 없다면 필요한 기술을 가진 사람을 찾아 함께 작업하고 비용을 지불합니다.

디지털 세상에 공개할 수 있는 작품이고 세계 곳곳에서 당신의 작품을 볼 수 있는 만큼, 중국 작가 혹은 아시아 작가라는 정체성을 평소에 크게 느끼진 않을 것 같습니다.
저는 제가 그냥 한 명의 인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그냥 제 작품을 감상할 뿐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신경 쓰지 않죠. 저도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오프라인 전시에서 퍼포먼스를 하면서 관람객을 직접 만나기도 하죠. 작년에 전북도립미술관의〈Asia Yonug 36〉에 참여했고, 2015년에는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2015 Asian Arts Space Network >전에도 출품했습니다. 한국 전시에 대한 기억이 듣고 싶네요.
광주에서 ‘Lu Yang Delusional Mandala’를 전시했습니다. 당시 제 얼굴을 3D 스캐너로 스캔해 애니메이션 영상에 삽입했는데, 전시 개막식에서 일부 관람객이 제가 루양인 것을 알아채고 인사하거나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하더군요.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The Cruel Electromagnetic Wave above Absolute Zero,  2012

3 죽은 개구리를 이용해 작업한 ‘Reanimation! Underwater Zombie Frog Ballet!’의 스틸 이미지, 2009   4 Uterus Man Cosplay, 2013

종종 ‘뉴미디어 아티스트’로 불리는데, 당신이 생각하는 진정한 뉴미디어 아트란 어떤 것인가요?
최신 미디어라는 건 없어요. 모든 새로운 미디어는 얼마 지나지 않아 구식이 되기 마련이죠. 사람들은 단지 새로운 예술이 나타나면 그것을 뉴미디어 아트라고 부르는 것 같습니다. 제 마음속 모든 것에는 경계가 없어요. 이 시대에 태어나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제 예술을 표현하는 데 가장 적합한 방법을 찾아 사용할 뿐입니다.

영상,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는 것도 마찬가지인가요?
그 또한 제 아이디어에 적합한 형태를 취하는 것이고 경계를 두진 않습니다. 특정 예술 장르보다는 그 속에 담긴 것에 더 관심을 갖죠. 앞으로도 방법이나 도구보다는, 제 아이디어에 적합한가를 유일한 기준으로 두고 창작할 거예요.

지금은 어떤 작업을 하고 있나요? 다음 작품이 궁금합니다.
미안하지만 저는 언제나 비밀리에 작업을 진행합니다.(웃음)

그렇다면 예술에 임하는 당신의 자세에 대한 질문을 하고 싶네요. 현대사회에서 예술가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모든 것이 계속 변하고 있어요. 예술가도 하나의 직업일 뿐이고, 예술이 우리를 영원히 살게 할 수도 없죠. 그래서 저는 예술을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에디터 안미영(myahn@noblesse.com)
사진 제공 루양 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