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의 기록
자신만의 방식으로 미지를 향해 떠난 위대한 탐험가들의 발자취
매일을 평온하고 무탈하게 보내는 것에 방점을 찍는 것도 삶의 한 방식이겠으나 안정을 거부하고 미지의 세계를 끊임없이 갈망하는 것 역시 또 다른 삶의 방식일 것이다. 우리가 흔히 ‘탐험가’라는 다소 모호한 호칭을 붙이는 사람들은 후자다. 이들은 왜 굳이 탐험이라는 명목하에 고통과 인내의 시간을 감내하는 걸까.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도전은 곧 인간의 본능이라? 아니면 개인의 공명심 때문에? 이유야 어쨌든 이런 모험적 선구자들이 있었기에 인류는 좀 더 빨리 서로의 세계를 관찰할 수 있었을 것이다.
<탐험가의 눈>은 인간의 지적 경계를 넓힌 탐험가들에 대한 얘기다. 이미 18세기에 호주와 베링해협까지 탐사한 영국인 제임스 쿡부터 기구를 타고 세계 일주를 한 베르트랑 피카르까지. 3세기에 걸친 탐험가 61명의 일기장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들의 이야기는 용맹하고 장엄하며 경이롭다. 당시의 사진과 그림 등 사료도 풍부해 읽을 거리는 물론 볼거리도 풍부하다. 이 책이 거시적 시각으로 탐험가를 다룬다면 <빙벽>은 미시적 시각으로 탐험가를 고찰한다. 인류 최초로 북극점에 도달한 인물로 알려진 로버트 피어리의 흑인 조수 매슈 핸슨은 피어리보다 1시간 앞서 북극점에 도달했지만 인종차별로 인해 역사에서 소외됐다. 승자의 역사를 뒤집어 생각하는 이 그래픽 노블은 섬세한 그림체와 시각으로 탐험의 그늘을 그려낸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면 탐험의 개념이 좀 바뀐다. 더 이상 인류가 발 딛지 못한 땅은 없으므로 탐험은 ‘정복’이 아닌 ‘체험’의 개념으로 확장된다. <50년간의 세계 일주>는 제목을 잘 봐야 한다. 50일이 아니라 50년이다. 저자가 여행한 곳은 UN 가입국 193개국과 타이완, 바티칸, 소코보까지 합쳐 무려 196개국. 25세에 시작한 여행은 75세가 돼서야 마무리된다. 여행의 스케일도 대단하지만 내용도 무척 흥미롭다. 알제리의 지뢰밭에서 캠핑을 하고, 사하라 사막을 통과하다 현지인의 사냥을 돕기도 하는 식이다. 단순한 여행기로 읽을 수도 있지만 50년 동안 한 인간이 어떻게 성장해가는지 그 과정을 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가슴이 뜨거운 인간의 또 다른 일대기가 궁금하다면 21세기의 마지막 모험가 베어 그릴스의 <뜨거운 삶의 법칙>도 있다. 이미 전 세계에 수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이 생존 전문가는 영상이 아닌 글로 자신의 성장담과 무용담 그리고 인간의 의지를 얘기한다. 극한의 상황에 스스로를 내던지고 거기서 살아남았을 때 느끼는 성취의 기쁨. 이 남자처럼 살 수는 없어도 이런 삶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다양한 감상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최악의 상황에서 생존하기 위한 팁도 군데군데 숨어 있다.
삶을 대하는 감수성은 점점 마모되는 것이다. 물론 완전히 뭉툭해진 뒤에는 어떤 자극도 당신을 쉽게 깨우지 못할 것이다. 마크 트웨인은 말했다. “20년 후, 당신은 경험했던 일보다 경험하지 못한 일을 아쉬워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당신만의 탐험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
에디터 | 이기원 (lkw@noblesse.com)
사진 | 김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