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함이 깃든 계절
눈쌓인 숲길 한가운데 멈춰 선 듯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작품들.

‘Pelican’, 2024.
줄리 커티스
작가는 최근 몇 년간 출산과 모성이라는 커다란 전환을 겪으며 마주한 생각을 작업의 중심으로 끌어왔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새 형상은 자아를 대변하며, 타인을 위한 노동과 돌봄 장면에 등장해 초현실적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특히 펠리컨은 기독교 도상학에서 모성과 자기희생, 부활을 의미하며, 중세 연금술 문헌에서는 물질의 변형과 영혼의 양육을 뜻한다. 줄리 커티스는 이 상징을 차용해 일상의 순간을 불안과 상상이 교차하는 서사로 확장한다. 작가는 상징적 의미와 내적 성찰을 바탕으로 모성을 지닌 자신의 심리를 깊이 탐구한다. 출산 이후 마주한 정체성의 흔들림, 그리고 스스로를 다시 발견해가는 과정이 작품 전반을 관통한다. 커티스의 한국 첫 개인전

<번민의 정원>전의 프리뷰 이미지.
정희민
기술이 우리의 지각과 감각을 매개하는 오늘의 환경 속에서 가상과 물질이 교차하는 경험을 탐구해온 정희민 작가. 비물질적 이미지를 손끝으로 더듬듯, 가상 세계에서 감응한 풍경을 회화와 조각이 뒤섞인 형태로 재구성한다. 디지털 세계에서 수집한 이미지와 실험적 3D 프로세스, 그리고 직접 개발한 겔 미디엄 기법을 결합해 다층적 질감의 입체적 표면을 만들어낸다. 정희민에게 가상 공간은 인간이 만든 새로운 생태계이며, 이미지가 끊임없이 증식하고 변형되는 인공적 정원과도 같다. 그는 그 안에서 혼돈과 질서, 성장과 소멸이 공존하는 풍경을 펼쳐 보인다. 그녀의 개인전 <번민의 정원>은 타데우스 로팍에서 2026년 2월 7일까지 열린다.

‘나는 여름 별장을 꿈꾼다, …’, 2025.
리너스 반 데 벨데
작가의 작업에는 서로 다른 페르소나를 지닌 다중적 자아가 등장하며, 각 서사는 설치·영상·회화 등 다양한 형식으로 펼쳐진다. 이를 통해 자신이 누구이며, 무엇에 관심을 두는지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고유한 세계를 구축해왔다. 갤러리 바톤에서 12월 24일까지 열리는 개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