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대장의 반란
가볍게 한 끼 때우는 용도를 넘어 파인다이닝에 영감을 주고, 한 나라의 미식 문화를 다른 나라에 전파하며 미식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은 스트리트 푸드. 최근 세계 각지에서 떠오르는 스트리트 푸드의 매력을 탐구했다.
길거리에서 캐주얼하게 만날 수 있는 음식, 스트리트 푸드가 최근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파인다이닝에서는 고급 식자재와 건강한 레시피로 길거리 음식을 화려하게 변신시키고 있으며, 푸드 트럭에서는 그간 길거리에서 만날 수 없던 포멀한 메뉴를 재해석해 스트리트 푸드의 수준을 높여가고 있다. 전 세계적 길거리 음식의 지위 상승은 스트리트 푸드 페스티벌에서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영국 런던의 여름을 뜨겁게 달구는 ‘스트리트 피스트’를 비롯해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열리는 ‘스모가스버그’는 수십 개의 업체가 참가해 진정한 축제의 분위기를 전한다. 베를린의 바이트 클럽은 스트리트 푸드와 DJ 파티를 결합한 형태로 젊은 베를리너의 사랑을 받고 있다. 파인다이닝 테이블에 오른 바오, 슈트를 입은 뉴요커가 줄을 서서 먹는 포케 부리토, 호주의 건강 음료로 자리한 블랙 라테까지. 지금 가장 유행하는 길거리 음식을 통해 세계 스트리트 푸드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도로를 달리는 규카쓰
뉴욕처럼 우리나라에도 소문난 푸드 트럭이 늘고 있다는 사실. 여의도, 반포 한강 둔치와 청계천, DDP 등 서울의 랜드마크에서 열리는 ‘서울밤도깨비야시장’은 서울의 푸드 트럭이 집합하는 음식 축제다. 이곳에서는 랍스터 플레이트, 스테이크, 에그 베네딕트 등 레스토랑에서나 만날 수 있던 메뉴를 길거리에 서서 먹는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우마이트럭의 유지훈 대표는 그중에서도 흔하지 않은, 소고기에 빵가루로 옷을 입혀 튀겨낸 일본식 소고기 커틀릿, 규카쓰를 선보이며 음식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긴 줄을 만들어낸다. “규카쓰는 숙성한 고기에 반죽을 입혀 튀겨내는 과정을 거치죠. 트럭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조리하기 쉽지 않지만 다른 푸드 트럭과 차별화하는데 성공했어요. 냉동하지 않은 소고기 살치살을 정확히 60초간 고온에서 튀겨내 겉은 바삭하고 담백하며 속은 촉촉한 미디엄 레어로 조리해요. 쉬는 날이면 일본 도쿄나 오사카를 다니며 메뉴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죠.”

낯설게 하기, 블랙 라테
최근 길거리 음료에서 주목할 만한 트렌드는 바로 블랙 푸드. 미국 뉴욕에 위치한 모건스턴스(Morgenstern’s)와 로스앤젤레스의 리틀 대미지(Little Damage)에서 블랙 아이스크림을 선보인 뒤 영국과 호주 등지에서도 블랙 푸드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오징어 먹물을 이용한 음식은 종종 찾아볼 수 있지만 활성탄소, 즉 식용 숯가루를 이용하는 점이 특별하다. 호주 멜버른에 있는 화이트 모조(White Mojo) 카페의 블랙 라테는 숯 대신 검은깨, 땅콩과 아몬드, 두유를 혼합해 만든 음료로 고소하면서도 진한 달콤함이 인상적. 푸드 스타일리스트 밀리는 “독소 배출 효과가 탁월한 활성탄소, 항산화 작용을 하는 안토시아닌을 다량 함유한 검은콩이나 검은깨 등을 이용한 블랙 푸드는 음식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컬러 덕분에 카페 신에서 떠오르는 메뉴죠. 올해 초 호주 멜버른에서 블랙 라테를 처음 접했어요. 커피를 좋아하지 않거나 채식을 즐기는 사람을 위해 만든 것이라고 하더군요. 길거리 카페에서도 이제 건강을 생각한 음료를 제안해야 할 때가 온 거죠”라고 말한다.

뉴욕 푸디의 선택
미국 뉴욕은 트렌디한 푸디가 집결하는 스트리트 푸드의 성지. 쿠스 게스트로바의 이재구 셰프는 뉴욕에서 원 달러 피자, 할랄 가이즈의 뒤를 이어 현재 유행하는 스트리트 푸드로 포케 부리토를 꼽는다. “요즘 맨해튼에서는 김밥처럼 보이는 음식을 든 뉴요커를 종종 만날 수 있어요. 바로 포케 부리토죠. 건강하고 간편한 한 끼 식사로 인기예요. 작년에 런칭해 미드타운, 유니언 스퀘어, 그랜드 센트럴 등 뉴욕 내 3개의 지점을 낸 포케워크스(Pokeworks)가 그 중심에 있죠.” 하와이 전통 음식에서 유래한 포케볼은 생선회를 올린 샐러드로 우리나라의 회덮밥과 비슷하다. 볼, 부리토, 샐러드 중 선택한 뒤 생선의 종류는 물론 원하는 토핑과 소스를 고를 수 있다. 포케볼을 손에 들고 먹기 쉽게 부리토 형태로 제공하는데 토르티야를 사용하지 않고 김으로 말아 커다란 김밥처럼 보여 친숙하기도 하다. 디저트로는 스페인식 추로스에 아이스크림을 샌드한 추로스 샌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뉴욕 이스트빌리지에 위치한 디저트 클럽, 치카리셔스(Dessert Club, ChikaLicious)는 콘추로라 불리는 아이스크림을 먹기 위한 뉴요커로 붐빈다. 추로스 샌드를 응용해 만든 콘추로는 추로스를 돌돌 말아 올린 콘에 아이스크림을 담아낸다. 표면에 시나몬 가루를 묻혀 향과 맛을 더하고 바삭한 질감과 크리미한 아이스크림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프렌치 테이블에 오른 대만식 버거
조개 모양 중국식 찐빵에 다양한 속재료를 넣어 먹는 대만의 길거리 음식 바오는 미국과 유럽에서도 큰 인기를 얻으며 레스토랑의 메뉴로 만날 수 있게 됐다. 데이비드 장 셰프의 모모푸쿠(Momofuku)의 유명세에 일조한 것이 바로 포크 바오. 2017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에서 최고의 여성 셰프 타이틀을 거머쥔 메이 초우 셰프는 다이닝 바 컨셉의 바오 전문점 리틀 바오(Little Bao)를 홍콩 본점에 이어 뉴욕, 런던 등지로 확장 중이다. 중국식 바오 번은 밀가루와 베이킹파우더, 이스트, 우유, 탈지분유 등을 넣은 반죽을 발효시킨 뒤 쪄서 만드는데, 식감 좋은 바오 번이 맛있는 바오를 만드는 비법이다. 부드럽게 수비드 조리한 돼지고기를 사용하거나 버섯 퓌레와 트러플을 올리는 등 프렌치 테크닉을 접목하는 것이 요즘 추세. 국내에서는 경리단길을 중심으로 고급스러운 바오 레스토랑이 생겨나는 중이다. 줄라이와 메르씨엘 등을 거친 김현성 대표와 메르씨엘 출신 오종일 셰프가 이끄는 바오 27은 올해 초 문을 연 뉴 레스토랑. “프렌치 음식을 기반으로 아시안 음식의 영감을 바오에 접목하고 있어요. 슈림프 바오는 새우와 스리라차 마요 소스, 땅콩, 고수가 조화를 이룬 동남아풍 바오죠. 포크 바오는 돼지고기 목살을 브레이징한 후 잘게 찢어 와사비 마요 소스와 헤이즐넛 파우더를 곁들인 것으로 감칠맛이 매력적이에요.”
에디터 김윤영(snob@noblesse.com)
사진 박우진 푸드 스타일링 밀리(Millie) 어시스턴트 이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