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리조트에 살어리랏다
남해 다도해 창선섬에 위치한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클럽은 얼마를 ‘남기느냐’보다 어떻게 ‘즐기느냐’에 집중한 골프 리조트다. 바다를 바라보며 샷을 날릴 수 있는 골프 코스와 수평선 위에 지은 멋들어진 리조트. ‘궁극의 치유’라는 문구는 바로 이런 곳에 쓰는 표현일 것이다.
바다 한가운데로 돌출한 초승달 꼬리 모양의 땅덩어리 위로 푸른 잔디가 펼쳐진다. 잔디는 갓 구운 커스터드처럼 보드랍고, 멀리 아련히 보이는 대여섯 개의 섬 위로 작은 새들이 운다. 외국의 골프 코스가 대부분 평지인 데 반해, 지난 11월 초에 오픈한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클럽은 단지 가운데에 산을 품어 입체감이 살아 있다. 200만㎡에 이르는 드넓은 단지 안에 80m 폭으로 이어지는 골프 코스와 리아스식 해안을 연상시키는 재미난 벙커. 잔디 위를 걷는 이가 아까 벌린 입을 아직도 다물지 못하는 건 비단 바닷바람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클럽의 골프 코스는 세계적 골프 코스 설계가 카일 필립스가 설계했다. 그는 세계적 명코스로 꼽히는 스코틀랜드의 세인트앤드루스 킹스반스 골프 링크스를 설계한 골프 코스계의 미다스 손. 그가 만든 골프 코스는 자연스러운 흐름과 지역적 특색이 살아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가령 골프장 인근의 홍합 양식장과 멀리 대형 유조선이 전혀 ‘방해’가 되지 않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이곳에선 게임을 하다 바다에 공이 빠지더라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빼어난 경치가 주는 보상이 더 크기 때문. 바다 위론 머리만 내놓은 작은 돌섬들이 보석처럼 촘촘히 박혀 있고, 저 멀리엔 그 발음도 선한 사량도와 수우도가 보인다. 총 18개에 이르는 거의 모든 홀에서 바다가 보이고, 이 가운데 16개 홀은 아예 바다를 향해 샷을 한다. 현재 이곳은 회원권을 따로 분양하지 않는 ‘대중 골프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1인당 그린피는 토요일 기준 37만 원으로 국내 골프장 중 최고가다. 3~4인 플레이는 가능하지만, 5인 플레이는 불가능하다. 한 캐디의 조언에 따르면 이곳은 한겨울에도 눈이 잘 내리지 않고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지지 않아 골프를 치는 데 전혀 무리가 없다고.
1 7성급 시설로 완성된 호텔 ‘리니어 스위트’
2 클럽하우스 로비
3 클럽하우스 내 음악감상실
700억 원을 들였다는 클럽하우스는 그 자체로 예술의 경지에 도달한 듯하다. 남해의 선량한 날씨와 자연환경과의 궁합을 극대화하기 위해 바다와 하늘을 향해 활짝 열어놓은 오픈 로비 또한 장관. 클럽하우스의 설계는 헤이리의 ‘딸기가 좋아’와 강남역의 `부띠크모나코`로 유명한 건축가 조민석이 맡았는데, 그가 특히 신경 썼다는 V자형의 길게 뻗은 프런트는 마치 우주선이라도 납치해 재가공한 듯 강렬하고 아름답다. 고급스러운 석회암으로 휘감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레스토랑과 음악감상실, 요가장, 스파 시설 등이 나온다. 특히 음악감상실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대형 오디오 기기는 미국 웨스턴 일렉트릭과 독일 클랑필림에서 들여온 명기로, 무성영화를 보고 있는 듯 완벽한 1930년대의 아날로그 음향을 들려준다.
클럽하우스 아래로 난 기다란 계단을 따라 바다를 향해 걸어 내려가면 리니어 스위트(Linear Suite)라 불리는 호텔 시설이 등장한다. 7개 동으로 이루어진 호텔은 동과 동 사이의 여백이 작은 섬들의 아른거리는 실루엣으로 채워져 있다. 특히 돌산을 둘러싼 D·E·F·G동의 아늑하고 고요한 공간이나, 능선을 따라 가만히 흐르게끔 배치한 A·B·C동의 유순한 선적(linear)은 미학적으로도 발군. 이곳 호텔 시설의 설계는 스타 건축가 조병수가 맡았다. 그간 화려함보다 재료의 특성을 잘 살린 의미 있는 건축을 주로 선보인 그는 이곳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클럽에서도 지형의 흐름을 잘 간파해내는 특기를 유감없이 발휘한 듯하다.
“골프장과 리조트를 지을 때 경제성보다 작품성을 따졌다”는 ㈜한섬 피앤디의 정재봉 사장은 총 4000억 원의 사재를 쏟아부어 이곳을 완성했다. 눈에 보이는 곳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자재까지 모두 최고급이며, 예술적으로도 완성도가 높다. 이쯤 되면 ‘생애 꼭 한번 머물고 싶은 세계 10대 베스트 리조트’ 같은 순위에 이름이 오른대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을 듯.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클럽의 골프장은 지난 11월 초에 공식 오픈했고, 호텔 시설은 12월 중순 오픈 예정이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5시간 30분, 경남 사천공항에서 승용차로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 남해 땅끝 마을에, 궁극의 치유가 가능한 골프 리조트가 있다.
Mini Interview
리니어 스위트와 빌라, 수영장 등의 호텔 시설을 설계한 건축가 조병수와 클럽하우스·티하우스 등의 체육 시설을 설계한 건축가 조민석과의 인터뷰
골프장 시설 설계는 처음이다.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나?조병수(이하 병): 남해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지형의 흐름을 설계 단계부터 고려했다. 가능한 한 자연 지물을 그대로 살리는 방식으로 설계했는데, 기존에 있던 지형의 특성과 등고선의 변화를 극도로 세세히 조율하는 것이 어려웠다. 사실 이런 건 어려운 부분인 동시에 의미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클럽하우스 중앙 라운지의 정면과 천장을 뚫어 하늘과 바다가 한눈에 보이게 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왔나?조민석(이하 민):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클럽은 타지에서 섬을 향한 여정이 끝나는 종착지이자, 섬 전체 단지에서 새롭게 여행이 시작되는 장소다. 이 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요소는 바로 하늘과 바다로 대표되는 대자연. 이 두 자연 요소를 최대한 증폭시키는 방법을 생각하다 보니 그런 건축물이 나왔다.
‘땅집’이나 ‘이외수 주택’ 등 지금껏 자연환경을 중시한 건축물을 주로 설계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어땠나?병: 자연과 건축물의 조화를 꾀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리조트가 들어선 창선섬은 오래전부터 암각이나 지형이 거칠기로 유명했지만, 해안선의 조망만큼은 아름다운 곳이었다. 따라서 조선시대의 사찰 건축처럼 건축물 자체를 자연을 감상하는 틀로 땅속에 낮게 묻는 방법을 택했다. 일례로 영주의 부석사같이 기하학적 건축 형태의 틀을 통해 자연을 하나하나의 켜로 풀어나갔다.
이번 프로젝트가 이전의 작업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병: 이번 설계에선 땅의 흐름을 읽어내는 일이 가장 중요했다. 시공을 진행하면서도 부분부분 다양하고 복잡한 지형을 만나 참 많이 애를 먹었다. 다른 프로젝트와의 차이점이라면, 그간의 어떤 프로젝트보다 세세히, 자주 지형에 대해 고민했다는 것이다.
민: 동시에 아주 많은 이들과 함께 작업했다는 것이 이전과는 다른 점이다. 늘 현장에서 함께 고민한 건축가 조병수 선생님과 조경가 정영선 선생님을 비롯해 시공, 인테리어, 가구, 그래픽 디자이너 등 전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분과 함께한 작업은 내게 특별한 경험이었다.
골프 실력은 어떤가? 앞으로 자주 남해에 내려와 골프를 칠 생각인가?병: 골프를 잘 치지 못한다. 하지만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클럽은 골프뿐 아니라 산책과 음악 감상, 스파 등 다양한 리조트 시설을 갖춘 곳이라 이따금 즐기러 내려올 생각이다.
민: 골프엔 아직 관심이 없다. 하지만 설계에서 완성까지 6년이란 긴 시간을 보낸 곳이니만큼 종종 찾게 될 것 같다.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클럽은 앞으로 1~2년 안에 ‘세계 10대 골프장’ 진입을 내다본다고 밝혔다. 주요 시설을 설계한 건축가로서 감회는?병: 건축물은 건축가 한 명에 의해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시공과 건축주 또는 거주자의 올바른 사용 등에 의해 완성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훌륭한 팀과 작업할 수 있게 해준 건축주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민: 무엇이든 아끼지 않고 열정을 갖고 지원해준 건축주와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클럽 완공에 일조한 모든 이들의 열정이 최고의 골프 리조트를 만들었다. 천혜의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었던 건 건축가로서도 영광이다.
에디터 이영균 (youngkyoon@noblesse.com)
사진 김용관(건축), Joann Dost(골프 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