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 마신다
이름난 브랜드 디자인이라도 실제 공간에 들여놓았을 때 어울리지 않는다면 무용지물. 최근 홈 퍼니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쇼룸은 단순히 가구를 볼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생활공간을 표방하고 있다. 한 단계 진화한 쇼룸, ‘퍼니처 카페’에 대해 살펴본다.
브라운핸즈백제
점차 공간과의 어울림을 중요시하면서 가구를 만지고 보며 실제로 사용해볼 수 있는 퍼니처 카페의 등장은 예견된 것일지도 모른다. 지난 3월에 오픈한 브라운핸즈백제는 도곡점, 마산점에 이어 선보이는 브라운핸즈의 세 번째 쇼룸이다. 브라운핸즈는 그들만의 개성을 보여줄 수 있는 장소로 100년의 역사를 간직한 부산 최초의 서양식 병원인 백제병원을 선택했다. 카페 안쪽에 자리한 크라운 테이블은 브라운핸즈의 시그너처 디자인. 전면의 오래된 질감이 눈길을 끄는데, 테이블 상판을 사포 대신 흙으로 다듬고, 다리를 비롯한 주물 프레임은 흙 틀로 찍어내 새 제품이지만 손때 묻은 예스러운 느낌이 난다. 그 분위기와 가구에 매료된 사람들이 모이는 카페로 유명세를 타고 있으며 문손잡이에서 창틀까지 새롭게 보수했음에도 빛바랜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해 브라운핸즈의 디자인 모토를 느낄 수 있는 공간. 남포동에 위치한 몰레는 디저트 카페로 알려졌으나 가구에 관심 있는 사람이 이곳을 찾는다면 독특한 테이블 디자인에 시선을 빼앗길지도 모르겠다. 디자인 그룹 제라(Jera)에서 선보이는 이곳의 가구는 1950년대의 북유럽 가정에서 볼 수 있던 디자인을 복각한 것이다. 목재 중에서도 내구성이 높은 티크목을 사용해 오랜 시간이 흘러도 변형이 적은 것이 특징. 프레임에 곡선을 더하고 골드 컬러 금속 장식을 사용한 낮은 테이블은 달콤한 블루베리 케이크와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린다. 50년 이상 된 오래된 티크목에서 느껴지는 깊은 컬러에 반해 빈티지한 감성을 선호하는 신혼부부들이 달맞이 쇼룸에서 컬렉션을 문의할 정도라고. 대구의 Live in 365는 ‘사진이 잘 나오는’ 카페로 SNS에서 먼저 알려졌다. 흙이 담긴 손수레에 무심하게 꽂힌 허브, 흐트러진 이불이 놓인 원목 침대 위에서 책상다리로 앉아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킨포크>의 한 페이지를 펼친 듯한 착각이 든다. 군더더기 없이 직선을 이루는 이곳의 가구는 견고한 북미산 원목을 이용해 제작한다. Live in 365의 이종우 대표는 제품이 고객의 손을 거쳐 자연스레 변하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한 쇼룸으로 카페를 떠올렸다고 덧붙였다. “쇼룸은 가장 예쁜 이미지를 보여주는 곳인데, 사실 가구는 음식을 쏟기도 하고 손때가 타기도 하잖아요. 저는 Live in 365의 디자인이 시간이 흘러도 질리지 않는 모던한 디자인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모던’이라는 리빙 트렌드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이제 모던은 간결한 디자인만을 뜻하지 않는다.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조화로운 디자인’이라는 뜻을 내포한다. 일상에 녹아든 모던 디자인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싶다면 퍼니처 카페로 향해보는 것은 어떨까.
몰레
Live in 365
몰레의 디저트 테이블
에디터 박현정
사진 옥수동, 여승진(몰레, Live in 3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