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숨결
전통적 회화나 조각과는 다른 방식으로 관람객의 감성을 자극하는 작품이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요소가 공간의 흐름을 바꾸고, 그 섬세한 변화가 깊은 울림을 만든다. 미니멀한 장치로 공기와 분위기를 새롭게 해석하며 우리가 경험하는 공간의 본질을 재정의하는 작품.

Oh Jong, Line Sculpture #4, Wood, Paint, String, Plexiglas, 140×112×60cm, 2013. Courtesy of Galerie Jochen Hempel
오종 Oh Jong
오종은 공간의 울림을 감각적으로 탐구하며 작업을 이어간다. 그의 작업은 주어진 장소를 차분히 들여다보는 것에서 시작되며, 그곳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공명을 포착하려 한다. 이 공명은 건축자재의 무게나 재질에서 비롯되며, 직선적이고 기하학적인 건축 구조에서 발생하는 리듬과도 연결된다. 작가는 이러한 울림이 공간을 가득 채우기보다는 그 안에서 흐르며 부드럽고 가벼운 진동을 일으킨다고 느낀다. 이 진동 속에서 작업을 완성하며 자유로운 표현을 통해 음을 형성한다. 작품은 건축의 형태와 감성을 따르지만, 그 형상에서는 건축이 지닌 무게를 덜어내고자 한다. 부피나 무게로 공간을 차지하는 대신, 이미 존재하는 공간성이 유동적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제안한다. 그의 작품에서 점·선·면은 감성적이고 상황적인 위치를 기준으로 존재하며, 고정된 좌표가 아닌 변화하는 맥락 속에서 스스로 이유와 근거를 생성하고 소멸한다.

Tove Storch, Untitled, Dyed Silk, Metal, 160×70×40cm, 2019. Courtesy of NILS STÆRK and Tove Storch
토베 스토르크 Tove Storch
덴마크 작가 토베 스토르크는 조각과 설치 작품을 통해 재료와 모티브 간 상호작용을 탐구하며, 재료의 한계와 가능성에 깊은 관심을 기울인다. 그녀는 일상적인 것과 낯선 것 사이를 넘나들며 작품의 범위를 확장한다. 다양한 재료를 연구하며 긴장과 느슨함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전개하는데 일부 작품에서는 부드럽게 흐르는 실크의 탄력성을 탐구하고, 또 다른 작품에서는 단단하면서 거친 금속을 유연하게 흘러내리는 형태로 변형시킨다. 섬세하고 정밀하게 다뤄지는 재료는 그 안에 숨은 미지의 특성을 드러내며 예상치 못한 새로운 형태로 변형된다. ‘비단이 금속을 부술 수 있을까?’ 혹은 ‘액체는 고체를 대신할 수 있을까?’ 같은 질문을 던지며 작품의 색과 형태를 통해 성별, 사랑, 존재 등 철학적 이야기를 풀어내는 스토르크의 작품은 기존 관념에서 벗어나 고요한 순간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에디터 조인정(ijcho@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