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력이 주는 여유
전직 앵커이자 세 번째 책을 준비 중인 작가, 또 아내와 엄마이자 편집숍을 운영하는 사업가. 이 모든 것을 똑똑하게 수행하는 도현영 작가를 만났다. 정작 그녀는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불균형을 사랑하며 여유를 찾았다고 했다.

1 베이지 보디 슈트와 블랙 재킷, 엑세서리 모두 본인 소장품.
2 오염 물질과 스트레스에 대응해야 하는 이 시대의 여성으로서 매일 사용하는 Shiseido 얼티뮨 파워 인퓨징 컨센트레이트N.
3 눈가가 유난히 피로해 보일 때 사용하는 Lancome 제니피끄 프로바이오틱스 아이 마스크.
SNS 창을 통해 보여주는 삶이 일상화되면서 동시에 더해진 일이 있다. 즐겁고 화려하게만 보이는 타인의 일상에 비해 초라하고 보잘것없는 내 일상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 언젠가부터 자존감에 대한 자기 계발서나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는 따뜻한 조언이 많아진 이유는 요즘 사람들이 너나없이 느끼는 이 같은 피로감 때문일지 모른다. 과거에 한국경제TV에서 시사 전문 앵커로 커리어를 쌓고 현재 아내와 엄마, 며느리와 사업가라는 여러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도현영 작가에게도 부러움 어린 시선이 따른다. 하지만 정작 그녀는 본인도 하루에 몇 번씩 여러 역할 속에서 자신의 자질과 능력에 대해 반문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누군가에게 편안하고 여유로워 보인다면 그건 자신이 진작에 완벽주의를 포기하고 불균형을 사랑하기로 했기 때문일 거라고. 외적인 자기 관리만큼 그 어느 때보다 내적 건강함이 필요한 시기, 작년에 펴낸 <그녀들의 멘탈 뷰티>에 이어 새해를 목표로 새로운 책을 준비 중이라는 그녀를 만나 뷰티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다양한 타이틀이 있겠지만, 가장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한다면? <그녀들의 멘탈 뷰티> 작가 도현영입니다.
작년에 출간한 그 책은 여성들이 워너비로 삼는 과거 여인들의 내적 모습을 통해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을 전하는 동시에 ‘부족하고 서툴러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듯한 책이에요. 그런 메시지에 주목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20대에는 그저 커리어를 잘 쌓고 싶었다면, 30대를 지나오면서 여성의 삶에 대해 많이 생각한 것 같아요. 학교를 졸업한 후 여성에겐 선택과 결정의 순간이 많아요. 결혼을 했든 아직 싱글이든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반문하는 경우도 많고요. 저 역시 그랬어요. 그 답을 찾기 위해 시간을 두고 스스로를 돌아보니 저는 결국 온전한 제 선택으로 이끌어가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방법론을 탐구하며 여러 사람과 그 결과를 나누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분이 공감하고, 질문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글을 통해서도 이 같은 메시지를 나누게 됐어요.
여러 역할을 수행하며 깨우치는 것들이 있을 것 같아요. 두 아이를 키우고, 시부모님과 함께 살며 여러 역할을 감당하느라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 처음에는 힘들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시간 관리에 노하우가 생겼어요.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고, 꼭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가려내요. 하루를 가만히 돌이켜보면 꼭 하지 않아도 됐을 일이 은근히 많거든요. 그리고 하는 일의 진행 속도를 처음부터 약간 여유 있게 잡으려고 노력해요. 그렇게 제게 맞는 일상의 방식을 찾고 나니 심적으로도 전보다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책이나 강연을 통해 전하는 메시지는 결국 사회가 규정한 틀에 갇히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라는 말이 아닐까 싶어요. 요즘 사회 전반에 흐르는 메시지이기도 하고요. 이런 시대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우리는 대부분 자신이 속한 그룹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요. 자신의 생각을 말한 것뿐인데 나만 남들과 생각이 다른 걸까 두려워해요. 다행스럽게도 시대가 변하며 자신만의 색감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죠. 자신의 다름을 말하는 이들이 늘어날수록 그들을 마주하는 이들도 ‘다름’을 자기 기준에서 판단하거나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나와 기준이 다른 타인’으로 온전히 바라볼 수 있게 될 거라 생각해요.

4 밤에 마시면 숙면에 도움이 되는 나이트 티를 런칭했다. 향기 좋은 티백, 감촉 좋은 베갯잇 같은 것을 통해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 싶은 것이 그녀의 소소한 바람.
5 최근 오픈한 메종디 한 편에는 그녀만의 작업실이 자리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주는 이 공간은 그녀의 생기를 충전해주는 하나의 원천이기도 하다.
이미 그만큼 관대함과 포용력을 지녔지만, 일과 육아를 병해하며 받는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을 것 같아요. 하루의 피로는 어떻게 다독이나요? 일단 하루에 단 30분만이라도 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 해요. 사람을 만나 소진한 에너지를 혼자 글을 쓰든 책을 보든 멍을 때리든 다시 채워야 해요. 또 나이트 리추얼에 관심이 많아요. 하루 일과를 마친 시간, 잠시 다시 책상 앞에 앉아 따뜻한 차를 마셔요. 이런 습관이 숙면이 힘들던 제 몸에 ‘이제 잘 시간’이라는 일종의 신호를 보내는 것 같기도 하고요. 차를 마시는 이 루틴 덕에 ‘멘탈 뷰티 나이트 티 박스’를 런칭하기도 했어요. 향초를 켜지 않아도 방 안에 향이 가득 퍼지는 차향이 좋아 우연한 계기로 차를 만들었는데, 좋은 기회를 만나 현재 롯데 호텔 제주의 숙면 패키지에도 참여하게 됐어요.
피로를 차로 다스린다면, 피부와 몸매는 어떻게 관리하나요? 제 나름의 일주일 뷰티 플랜이 있어요. 월요일에 반신욕을 한다면 화요일에는 마스크팩을 하고, 수요일에 저녁 미팅이 있다면 낮에 자전거를 타는 식이죠. 혼자 하는 뷰티 케어마저 계획적이면 피곤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제겐 오래된 습관이라 편하고 즐거워요.
일주일의 뷰티 루틴에 늘 함께하는 제품을 공개해줄 수 있나요? 반신욕을 위해서는 프레쉬 배스 큐브인 슈가 레몬 슈가 배스나 러쉬의 향 좋은 입욕제를 사용하고, 스킨케어 단계에는 시세이도 얼티뮨 세럼과 리치한 크림을 발라요. 눈가가 유독 피곤해 보일 때는 랑콤 제니피끄 프로바이오틱스 아이 마스크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피부과나 에스테틱에 다닐 시간이 거의 없어서 시간 여유가 있다면 메이크온 스킨 라이트로 홈 케어를 하기도 해요.
아무리 계획적이고 꼼꼼한 뷰티 케어를 해도 내면이 흐트러져 있으면 당당하고 아름다워 보일 수 없을 거예요. 밝은 에너지가 나올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한 부분이 있다면요? 때때로 두렵고, 불안하고, 외로운 것을 인정하는 거요. 그리고 변화가 필요하다면 어떤 선택을 할 줄 아는 용기를 내는 것. 우리는 갑작스러운 사고 같은 외적 상황은 선택할 수 없어요. 하지만 거기에 어떻게 반응할지는 선택할 수 있죠. 그저 주저앉아 울고만 있을지, 툭툭 털고 일어날지는 나의 선택에 달렸으니까요.
작가님과 이야기하며 느끼는 건 단순히 넘치는 에너지가 아니라 편안한 우아함인 것 같아요. 우아한 대화법에 대해 매일같이 질문을 받아요. 생각해보면 우리는 ‘표현하는 것’에 대해 제대로 배운 적이 없어요. 그래서 무의식중에 상대를 판단하고 평가하는 말을 하기도 하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을 때 돌아올 반응을 미리 예상하고 거짓을 말할 때도 있죠. 상대를 판단하는 습관을 접고,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며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얘기하세요. 구체적인 단어를 사용해서요.
많은 이들이 작가님에게 조언을 듣고 싶어 해요. 그들에게 어떤 대상이 되고 싶나요? 주변에 물건을 파는 사람만 있다면 아무것도 팔지 않는 내가 초라하게 느껴지는 법이에요. 저는 누군가의 주변에 있는 똑같이 잘난 사람이기보다는 ‘잘하고 있어’라고 응원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대단한 멘토가 아니라 ‘네가 하는 고민은 당연하고, 내 고민도 비슷해. 우리 같이 고민해보자’, ‘실수해도 괜찮아. 나도 그랬어’ 같은 말을 해줄 수 있는 여러 사람 중 한 명이었으면 해요.
새해를 목표로 새로운 책을 준비 중이라고요. 그 책을 통해서도 이런 메시지를 들을 수 있나요? <그녀들의 멘탈 뷰티>가 워너비 여성을 통해 내면의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한다면, 다음 책은 아이템을 통해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여자의 물건은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는 도구니까요. 중요한 일이 있을 때 꼭 입고 나가는 감촉 좋은 화이트 셔츠, 화장대 위의 마스카라 같은 아이템에서 시작된 공감 가는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책에서 공개하겠지만 그런 아이템을 미리 얘기해준다면요? 블랙 재킷요. 전 블랙 재킷을 입으면 뭔가 자세도, 자신감도 달라지는 것 같아요. 스파이더맨의 슈트 같은 느낌이랄까요.
마지막으로 앞으로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계속 글을 쓰고 싶어요. 누군가에게 그리고 저 자신에게도 위로와 용기가 되는 글과 영감을 나누고 싶거든요. 물론 오랜 시간 글을 써 내려가는 일은 쉽지만은 않기에 방법은 하나예요. 기쁘게 버티는 것. 그리고 최근 청담동에 ‘메종디’라는 편집숍을 오픈했어요. 버킷 리스트 중 하나가 제 라이프스타일을 구성하는 아이템을 큐레이션하는 것이었거든요. 이 또한 오래 버티는 것이 계획이겠네요.(웃음)
에디터 이혜진(hjlee@noblesse.com)
사진 정동현 헤어 장혜연 메이크업 정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