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를 묻다
당신은 지금 주변인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나? 이 질문에 의구심이 들거나 혹은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여기 소개하는 책들을 눈여겨보자.

다른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가족과 연인, 오랜 친구 사이도 작은 일에서 발단한 사소한 문제로 관계가 한순간에 틀어질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혹은 무엇을 고쳐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 <거리 두기>의 저자 임춘성 교수는 사람 사이의 거의 모든 문제가 ‘거리 조절’에 실패했을 때 발생한다고 말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어떤 관계든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스스로 중심을 잡고 우아하게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정보산업공학을 가르치는 그는 공학자의 독특한 시각으로 상대와 ‘적정 거리’를 유지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요지는 세상과 인생, 관계를 ‘시스템’으로 보면 어려운 문제도 의외로 쉽게 풀린다는 것. 1차원적 위로보다는 다양한 상황을 잘게 쪼개고 재조립하면서 논리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한다. 예컨대 ‘손해보지 않으려면’이란 파트에선 인간관계에서 손해 보는 기분이 드는 건 당신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란 사실을 지적하고, 단순히 기대치를 낮추기보다는 상대방과 현실적 ‘룰’을 정해보길 제안한다. 지루할 것 같다고? 아니, 이 책은 문학과 예술 등을 넘나드는 지적 비유와 다양한 사례를 담아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또 독자와 일대일로 대화하듯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저자의 어투 또한 가독성을 높인다.
한편 <나는 착한 딸을 그만두기로 했다>는 엄마와의 관계로 고민하는 딸들을 위한 심리학 책이다. “여자의 진정한 자유는 엄마와 적정 거리를 두는 데서 시작된다”고 말하는 이 책은 33세의 미혼 여성 루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엄마와 딸이 겪는 갈등을 픽션 형식으로 풀어낸다. 엄마의 잦은 간섭과 구속에 시달리던 루이가 비슷한 경험을 한 여성들을 만나고, 엄마와 적정 거리를 두는 법을 익히면서 진정한 홀로서기를 시작하는 내용. 각 챕터의 마지막엔 일본 최고의 가족 심리 상담 전문가 노부타 사요코의 칼럼을 실었는데, 여기선 엄마와의 관계 개선을 위한 실질적 방법을 일러준다. 예컨대 엄마의 어린 시절을 조사해 객관적으로 보고 이해하려는 시도를 하라거나, 싫은 일에 대해서는 ‘아니요’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작은 반항’을 시도하라는 식. 사실 이는 엄마와 딸의 관계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주변인에게 휘둘리지 않으면서 독립적 삶을 살아가고 싶은 사람이라면 일독을 권한다.
마지막으로 <관계의 조각들>은 글보다 그림으로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 마리옹 파욜은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다양한 언론 매체에 일러스트레이션을 싣고 있는 세계적 아티스트. 그의 가장 뛰어난 작품집으로 손꼽히는 이 책은 남자와 여자, 부모와 자식 등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다양한 관계를 조명한다. 이 책이 흥미로운 점은 오직 그림만으로 이야기를 풀어내 독자마다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 연인 혹은 친구와 함께 읽으며 서로 다른 관계의 조각을 끄집어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듯하다. 또 같은 사람이 보더라도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다르게 읽히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여러 번 볼만한 가치가 있다.
각종 기념일과 행사가 모여 있는 5월은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는 시기다. 그간 주변 사람과의 관계에 소홀했다면, 이 책의 도움을 받아 진정한 관계 맺기에 힘써보는 건 어떨까.
에디터 황제웅(hjw1070@noblesse.com)
사진 김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