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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온도

LIFESTYLE

감히 누가 동물과 사람의 사랑이 인간 사이의 그것보다 하찮다고 할 수 있을까. 가끔은 훨씬 뜨겁고 눈물이 나, 그래서 책으로도 나온 그들의 이야기.

 

동물을 키워본 사람만 아는 감정이 있다.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주인을 전래동화에서처럼 목숨 걸고 구하는 것, 그 절대적 충성이 사람에겐 없고 동물에겐 있다. 몇 년 전 일이다. 사무실 앞자리에 앉은 후배의 안색이 며칠 동안 좋지 않았다. 어느 날 아침, 후배는 얼마나 울었는지 뜨이지도 않을 정도로 부은 눈을 안경 뒤에 감추곤 힘없이 출근했다. 14년을 함께 산 애완견이 그날 새벽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차라리 그게 나았다. 백내장으로 앞은 안 보이고, 관절염 때문에 절뚝거리는 모습을 감추고자 주인 침대 밑 어두컴컴한 구석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애완견을 보며 그녀가 흘린 눈물을 생각하면. <굿바이, 프렌드>는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떠나보내야 하는 맘씨 착한 주인들의 마음 사용법을 알려준다. 반려동물과 이별한 그들에게 “살아 있는 모든 것은 결국 죽는다. 너도 죽는다”고 아무리 설득해도, 그렇다, 도무지 위로가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좋은 처방은 “나도 그랬잖아”. 그래서 개리 코왈스키는 당신처럼, 그리고 후배처럼 반려동물을 잃은 상실감에 힘겨운 시간을 보낸 사람들의 사례를 소개하며 “잘 먹고 충분히 휴식을 취해라. 그게 어려우면 잠시 휴가를 내어 마음을 회복하라. 그렇지 않으면 무기력증이 나타나거나, 우울증이 깊어지거나, 부부가 별거를 하거나 이혼할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물론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공감과 교감은 위로를 위한 최고의 처방이자 동물과 우정을 나누고 싶은 사람들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아프리칸 러브 스토리>의 주인공 대프니 셸드릭이 케냐의 야생 고아 코끼리들의 엄마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케냐에서 엄마 잃은 야생동물을 돌보고 그들을 다시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데 힘쓴 그녀는 ‘동물도 인간과 똑같은 감정과 개성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다. 야생동물 전문가인 남편 데이비드의 도움이 컸다. 아내가 고아 코끼리들이 야생으로 돌아간 후 허전해하자 그는 “모든 야생 고아는 우리가 ‘빌린 것’이지 결코 ‘우리 것’이 될 수 없다”며 동물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를 가르쳤고, “인간이 자연계에서 그간 너무 소외되어왔기에 대자연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자멸할 위험을 안고 있다”며 동물과 인간의 공생을 위한 반밀렵 활동에 앞장섰다. 그런가 하면 벵골 호랑이와 함께 인도양을 표류한 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파이 이야기>는 생사의 문제가 걸린 탓에 역동적이다. 간간이 잔인한 장면도 묘사되어 있다. 2013년 영화로 개봉했는데 “<노인과 바다>의 스펙터클 편”, “끝내주게 소름 끼치는 반전”, “생존을 위한 놀라운 상상력” 등의 평가만 봐도 <파이 이야기>를 단순히 소년과 호랑이의 우정을 그린 작품으로 예단하긴 힘들다. 뒤통수 치는 결말을 뒤로하고, 그래도 이 책을 통해 동물에 관한 오해를 바로잡은 건 이거다. 동물은 자신의 안전지대를 침범한 대상에게만 위협적일 뿐 다른 이유로 힘없는 상대를 해치지 않는다는 사실, 그리고 동물의 세계에서도 힘보다 머리로 서열이 정해진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린 참으로 동물에 관해 많이 알지도, 그렇다고 창조주처럼 우월하지도 않은 것 같다.

에디터 김이신 (christmas@noblesse.com)
사진 김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