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은 종합예술이다
지난 11월, 제4대 부산관광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정희준. 그는 취임식에서 침체된 부산 관광사업을 일으키기 위해 도시 전체를 활용한 콘텐츠 생산과 체험 관광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새해, 부산관광공사의 비전을 정희준 사장에게 물었다.

최근 15kg의 체중을 감량한 정희준 부산관광공사 사장은 취임 직후 지인으로부터 축하 인사말 대신 ‘이제 다이어트는 물 건너갔다’는 농담 아닌 농담을 들었다고 한다.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하는 자리임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정희준 사장은 취임한 지 한 달 남짓한 시간 동안 부산의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 자리가 결코 녹록지 않음을 실감했다고 한다. “관광이 도시의 역사, 문화, 예술 등 모든 영역과 연결되는 만큼 관광공사는 각 분야의 여러 사람들과 공조할 일이 많은 곳입니다. 취임 직후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제가 ‘잘 보여야 할 사람들’이 한두 명이 아니란 걸 실감합니다. 관광공사의 여러 사업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각 분야의 협조가 필요하고, 관계자에게 끊임없이 부탁하고 설득해야 하니까요.” 관광을 ‘종합예술’에 비유한 정희준 사장은 그동안 부산이 제2의 도시라는 타이틀에 안주하고, 바다만 내세운 ‘경치 관광’에 머물렀다며 제대로 된 관광 인프라를 마련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부산이 산업화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성장 위주로 나아가다 보니 도시가 균형 있게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성장에만 몰입했던 과거가 지금 미래로 나아가려는 부산의 몸을 무겁게 만들어버렸죠. 부산이 관광을 통해 재도약하려 해도 산업 시설만 잔뜩 있을 뿐, 관광 인프라가 받쳐주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문화 예술 인프라가 곧 관광 인프라입니다. 지역의 문화 예술이 살아야 관광사업도 잘되죠. 문화 예술적 토양이 자리 잡고, 문화 예술을 위한 창조적 공간이 생기고, 그것이 관광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부산은 관광 하면 무조건 시설만 앞세운 점이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해운대, 송정, 광안리 등 바닷가 앞에 레저와 관광을 활성화하겠다며 만든 마리나 시설을 보세요. 마리나의 구실은 미비하고, 그 안에 식당과 카페만 존재할 뿐이죠.” 지금 침체된 부산 관광을 일으키는 데는 관광 인프라를 마련하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부산에 와서 국제시장을 둘러본 뒤 꽃분이네 앞에서 사진 찍고, 씨앗호떡 먹고 나니 할 게 없더라’란 지인의 말은 정희준 사장에게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20~30대 청년들은 스마트폰 하나 들고 부산 내려오면 짧은 일정에도 알차게 여행하고 돌아가는 반면, 그것에 익숙지 않은 중·노년층은 부산에서 무엇을 보고 즐길지 막연하다. 다양한 연령층에게 ‘할 게 많은 부산’을 어필하기 위해서는 관광 콘텐츠를 발굴, 생산해 체험 관광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기존 관광자원, 콘텐츠와 엮어야 한다. 부산관광공사 정희준 사장은 빠른 시일 안에 조직을 파악하기로 하고, 올해 부산관광공사가 진행할 구체적 사업안을 짜기 전 이와 같이 ‘콘텐츠 발굴과 체험 관광 개발’이라는 밑그림을 그렸다. 사실 부산 관광이 침체된 원인과 개선에 대한 생각은 그가 오랫동안 부산에 살면서 느껴온 것들이다. 19년간 스포츠학과 교수로 지냈지만, 학교에만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스포츠, 사회, 문화 예술 안팎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온 그였다. ‘대학교수가 관광공사 사장 역할을 충분히 해낼 것인가’에 대한 주변의 우려에 정희준 사장 역시 이 자리에 오기 전 많은 고민과 갈등을 했다고. 하지만 많은 사람을 도시로 오게 하고 그 덕에 도시를 발전시키고 활기 있게 만드는 일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와 관광공사 책임자 자리를 받아들이게 되었다고 그는 말한다. 한국스포츠사회학회, 국가인권위원회, 문화사회연구소, 문화연대, 부산참여연대 등 소속된 단체의 성격만 봐도 그의 지난 행적이 관광공사에서 하는 일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특히 국내에서 손꼽히는 ‘메가 스포츠 이벤트 전문가’로 알려진 만큼 부산 관광사업에도 활기를 불어넣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불러일으킨다. “관광에서 마이스(MICE) 산업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회의나 포상 관광, 컨벤션 등을 다 합쳐도 국제적 이벤트를 유치하는 효과를 따라오진 못합니다. 국제적인 이벤트 유치가 21세기 도시들이 경쟁하는 방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런 점에서 부산시가 심혈을 기울이는 2030 등록 엑스포 유치는 부산관광공사도 당연히 함께 힘을 써야 할 일입니다. 부산 시민의 동의를 얻는다는 전제 아래 2030 엑스포뿐 아니라 하계 올림픽 유치도 꿈꾸지 못할 건 없죠. 이와 같은 국제적 이벤트를 계기로 관광자원을 발굴하고 활성화할 수 있다면 지역 경제 발전에도 많은 기여를 할 테니까요.”
“부산의 명성을 되찾고 싶습니다. 2019년 새해에는 개인적인 소망은 잠시 미뤄두고 오직 부산 관광에 날개를 달 수 있는 일에 매진하고자 합니다.”
평소 MTB 라이딩을 즐기는 정희준 사장은 자전거를 타고 부산 곳곳을 누비는 걸 좋아한다. 운전에 너무 집중해야 해서 주변을 둘러보기 힘든 자동차나 거리에 한계가 있는 걷기보다 훨씬 매력적인 교통수단이라고. 최근에는 그가 좋아하는 코스인 광안리, 해운대, 달맞이고개를 지나 기장까지 자전거를 타고 달리며 도쿄, 볼티모어, 피츠버그 같은 워터프런트 도시가 지닌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부산도 갖출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도 볼 것이라곤 온통 주상복합아파트와 산업시설뿐이고, 기장의 어느 카페 테라스에 앉아 바다를 바라볼 때도 거대한 발전소가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는 지금의 부산을 안타깝게 여기게 되었다. 자연환경이 도시와 조화롭게 호흡하고, 누구나 찾고 싶은 부산. 2019년은 정희준 사장에게 부산의 매력을 재점검하고 발굴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젊은 시절의 저를 생각하면, 여전히 청춘들은 부산에 대한 막연한 로망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어쨌든 부산에 오면 바다가 있잖아요. 피 끓는 열정, 패기, 반항, 도전, 도발, 다듬어지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거친 민낯. 이런 것들이 이 도시의 이미지이기도 하거든요. 적어도 제가 20대일 때의 부산은 한 번쯤 만사 제쳐두고라도 찾고 싶은 도시였습니다. 그런 로망을 살리고 싶어요. 부산의 명성을 되찾고 싶습니다. 2019년 새해에는 개인적인 소망은 잠시 미뤄두고 오직 부산 관광에 날개를 달 수 있는 일에 매진하고자 합니다. ‘부산의 부활은 관광에서부터!’ 힘찬 기합부터 제 자신에게 불어넣고, 2019년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에디터 손지혜 사진 공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