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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사랑이야

LIFESTYLE

원숭이 같은 예측 불허의 아들에게도, 윗목에 놓인 요강 같은 애인에게도, 세상을 떠난 아내의 빈자리에서도 느낄 수 있는 그것.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다룬 책 세 권.

짐승의 새끼는 대부분 태어나 곧장 걷거나 뛴다. 하지만 인간은 아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의 자식은 갓 태어나면 그 어떤 존재보다 취약하다. 부모는 그 취약한 시기를 지나 혼자 밥벌이를 할 수 있는 일정 시기까지 자식을 양육해야 하는 존재. <자식이 뭐라고>는 동화 <100만 번 산 고양이>로 널리 알려진 작가 사노 요코가 아들 히로세 겐의 육아 기록을 담아낸 책이다. 한데 책의 원제 ‘내 아들은 원숭이였다’에서도 알 수 있듯, 그녀의 아들 겐은 보통이 아니다. 원숭이처럼 괴성을 지르고, 검도장에서 얻어맞고 실신하며, 사춘기엔 엄마에게 소리를 지르며 노려보기까지 하는, 한마디로 천방지축. 아들과 엄마 얘기라니, 부모가 있는 자식 입장에선(혹은 그 반대라도) 뻔한 책일 거라 생각할 수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작가 사노 요코는 “배에서 나올 때부터 고역, 기르는 건 더 큰일”이라 말하면서도 책 속에서 가장 사랑하는 존재를 따스하게 바라보고, 그만의 방식으로 진실하게 대한다. 아울러 이 책은 사노 요코가 생전에 낸 책이 아니라, 그녀의 사후 아들 겐이 찾아 출간한 책으로도 유명하다. 겐의 말에 따르면, 이 이야기는 노트에 메모 형식으로 적은 게 아니라, ‘누군가 읽어주길 바라는 듯’ 상당한 매수의 원고지에 쓰여 있었다고. 책을 접하기 전부터 눈시울이 붉어진다. 한편 편혜영 작가의 <홀>은 스스로 감지하지 못한 오랜 균열로 가진 걸 잃어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 대학교수로 어느 정도 성공한 주인공 오기는 아내와 여행을 떠나지만, 교통사고로 아내는 죽고 자신 또한 눈을 깜박이는 것 외엔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처참한 지경이 된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자살하고, 결혼 전 아버지까지 세상을 뜬 그에겐 가족이라 부를 만한 사람이 장모밖에 남지 않은 상황. 다행인지 불행인지 장모는 딸의 죽음을 뒤로하고, ‘딸이 사랑한’ 사위의 재활을 위해 발벗고 나선다. <홀>은 내 삶에 난 ‘구멍’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다시 말해 지금의 가족, 연인, 친구와의 관계와 그 의미를 되새겨보게 하는 책. 균열이 있음에도 살아가게 하는 힘 그리고 사라지면 비로소 보이는 것에 관심을 갖는 이 책의 뿌리는 결국 ‘사랑’이다. 마지막으로 <연애의 책>은 시인 유진목의 첫 시집이다. 사랑을 ‘낡아진 속옷’에 비유하고, 목침을 베고 누운 남자를 바라보며 “당신도 이제 늙을 텐데 아직도 이렇게나 등이 아름답네요”라고 말하는 예쁜 글. 책 속에서 ‘너’는 ‘아랫목에 놓인 홍시’가 되었다가 ‘윗목에 놓인 요강’이 되기도 한다. 특히 ‘사이’라는 시에선 그런 예쁜 말이 더 극대화되기도. “시옷에서 이응까지 선 채로 포개었다가 아득히 눕는 이야기 보드라운 바람이 창문을 넘어오고 눈부신 커튼이 사샤 서셔 소쇼 수슈 스시 우리는 동그랗게 아야 어여 오요 우유 으이 가느다란 입술이었다가 오므린 입술이었다가 벌어진 입술로 누워 있는 사이 속옷을 아무렇게나 벗어서 발끝에 거는 사이….” 하얀 커버를 손에 들면 ‘연애의 책’이라고, ‘사랑에 관한 책’이라고 스스로 밝히는 이 대범함이 어쩐지 귀엽게 느껴지는 이 책을 펼쳐 읽다 보면, 거기 적힌 사랑의 기억들이 마냥 아득하게 느껴진다.

“풍경에 대해 생각하면 너는 곧장 생겨난다 풍경이라면 응당 너를 포함해야 한다는 듯이 유독 너에 대해서라면 고개를 끄덕일 마음이 되어 풍경으로부터 눈을 떼지 않는다…(중략)” _<연애의 책> 중에서

에디터 | 이영균 (youngkyoon@noblesse.com)
사진 | 김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