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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하는 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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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단을 고를 때 실용성이나 스포티한 성능을 우선순위로 두진 않는다. 개인적 취향도 있겠지만, 무난하고 안정적인 성능, 넉넉한 크기와 안락한 승차감을 보고 합리적으로 선택하는 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의 세단, 이성뿐 아니라 감성까지 움직인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 클래스의 품격 있는 외관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 클래스의 고급스러운 가죽 시트, 각종 편의 장치가 돋보이는 뒷좌석

40대 후반의 사업가 A씨가 대화 중 의외의 푸념을 한숨처럼 가늘게 내뱉었다. “요즘 운전하는 게 귀찮고 피곤해요.” 최근 지방 출장으로 장거리 주행이 잦은 그가 즐겨 타던 스포츠카를 뒤로한 채 고급 대형 세단을 하나 더 들인 가장 큰 이유는 시트의 안마 기능을 기본 옵션으로 갖춘 차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의미심장하게 덧붙였다. “세단은 마치 조강지처 같아요. 바람같은 자유를 꿈꾸다가도 다시 돌아가고 싶게 하는 편안함이 있거든요.”
세단의 속성을 그런 식으로 비유하다니, 피식 웃음이 나왔지만 틀린 말은 아닌 듯 했다. 뭐니 뭐니 해도 세단의 가장 큰 매력은 안락함과 편안함이다. 그런데 요즘의 세단은 여기에 더해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까지 곳곳에 숨어 있어 마치 기대하지 않은 추가 서비스를 받는 듯한 기분이 든다. 외관과 성능을 따져본 후에도 감흥의 정도가 비슷하다면 이러한 감성적 디테일 하나가 그 차를 사게 하는 최후의 결정 요인이 되기도 한다.
올 초 글로벌 런칭 행사가 열린 캘리포니아 샌타바버라에서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 클래스를 타본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 있다. 마이바흐와 메르세데스-벤츠 S 클래스를 결합한 최상위급 쇼퍼드리븐 세단이니 두말할 것도 없지만, 이 차가 인상적인 이유는 감성을 제대로 자극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접객’의 정수를 보여준다. 뒷좌석에 탄 후 시트에 머리를 기대고 있다 어느새 스르르 단잠에 빠져들었다. 앞자리 동승석 시트를 앞쪽으로 최대한 밀어놓고 다리를 쭉 뻗을 수 있는 덕분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작은 디테일이 너무나 섬세했다. 아이보리색 나파 가죽이 온몸을 감싸 안는 느낌. 그리고 잡념으로 무거워진 머리를 살포시 받쳐주던 보송보송한 헤드 쿠션. 단순히 최고급 차를 탔다는 느낌보다는 자연스럽게 긴장이 풀리며 안락함에 도취되는 기분이었다. 예상치못한 서비스는 실내 곳곳에서 끊임없이 손길을 내밀었다. 접이식 테이블 위 컵 놓는 공간 바닥에 보랭·보온 기능이 있어 차가운 생수의 온도를 그대로 유지한 채 마실 수 있고, 버튼만 누르면 투명 유리의 파노라마 선루프 색이 변하며 근사한 코발트빛을 선사한다. 룸미러와 뒷좌석 천장 손잡이에 장착한 소형 마이크로폰과 스피커로 인한 음성 증폭 기능도 놀라웠다. 큰 소리를 내지 않고도 앞좌석 운전자와 조근조근 대화할 수 있게 해준다. 달콤한 잠에서 깨어 한참 동안 기분 좋은 설렘에 멍하니 있다 깨달았다. 이 최상급 세단에서 느끼는 쾌감은 벤츠의 세 꼭지 별이나 마이바흐라는 이름이 주는 위용이 아니라, 실내 곳곳에 숨어 있는 디테일 덕분이라는 것을 말이다.

뉴 렉서스 LS와 어드밴스드 일루미네이션 시스템을 적용한 실내

레드 컬러 앰비언트 라이트로 실내를 장식한 아우디 A8

탑승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로 실내 조명도 빼놓을 수 없다. 조명 하나 바꾼 것으로 차 안의 느낌이 얼마나 특별해지는지 경험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요즘 많은 차에 적용하고 있는 앰비언트 라이트가 좋은 예. 아우디 A8은 룸미러와 앞좌석 레그룸, 센터 콘솔, 도어 암레스트 등에 LED 실내등을 장착해 실내에 은은한 빛이 퍼진다. 컬러도 한 가지가 아니다. 화이트와 블루, 레드 중 분위기에 맞춰 선택할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뉴 C 클래스도 3가지 컬러 중 선택 가능한 앰비언트 라이트가 있어 한층 럭셔리하면서 따뜻한 무드를 더한다. 뉴 렉서스 LS의 뒷좌석에는 ‘어드밴스드 일루미네이션 시스템’을 장착했다. 차량의 조명을 켜고 끄는 타이밍과 밝기 조절, 내·외관 조명의 움직임까지 통합적으로 제어해주는 시스템이다. 승차한 순간부터 내릴 때까지 주행 상태에 따라 자동으로 실내 조명을 바꿀 수 있어 빛 하나로 차량과 교감하는 느낌마저 든다.
후각을 공략해 기분을 프레시하게 전환해주는 차도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S 클래스에는 기본, C 클래스에는 옵션으로 들어가는 ‘에어 밸런스’다. 액티브 퍼퓨밍 시스템은 4가지 향의 향수 분무와 이오나이저 그리고 공기 필터링 기능이 포함돼 있다. 이온 기능으로 공기를 정화한 후 5분마다 향수를 분사한다. 답답한 차 안을 쾌적하게 채우는 은은한 향기는 처진 기분까지 리프레시해준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장치를 장착한 캐딜락 ATS 세단

디지털 노매드족의 감성을 흔들 만한 편리한 장치도 있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장치다. 캐딜락 ATS 쿠페에 이어 콤팩트 스포츠 세단인 2015년형 캐딜락 ATS 세단 모델에 장착한 무선 충전 시스템은 차 안에 전용 충전 케이블이 없어도 문제없다. 센터페시아의 시크릿 박스 안쪽에 올려두는 것만으로 간단히 충전할 수 있다. 아직까진 유선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차 안에서도 스마트폰을 이용해 업무를 보는 요즘의 비즈니스맨이 반길 만한 장치가 아닐 수 없다. 하반기에 새로 나오는 BMW 뉴 7시리즈에는 무선 충전기가 내장된 스마트폰 홀더를 적용한다.
물론 이러한 감성적 편의 장치가 필수인 건 아니다.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도 아니다. 하지만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삶의 가치와 질을 높여주는 중요한 도구로 우리의 생활 깊숙이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세단은 특히 그렇다. 누군가에겐 품위를 지켜주는 역할을 하고, 때로 가족을 태워도 여유로운 공간과 만족스러운 승차감을 제공해야 하고, 옵션이나 성능 혹은 가격 면에서 합리적 기준이 되어야 하는 차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서적 일체감이나 기분 좋은 교감을 안겨주는 감성적 디테일까지 더한다면 혹하지 않을 수 없을 듯하다.

에디터 컨트리뷰팅 에디터 이정주 (jjlee@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