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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에서 빛난 꿈

WATCH & JEWELRY

빛나는 별의 궤적과 사자의 포효, 우아한 날개. 샤넬의 새로운 하이 주얼리 ‘리치 포 더 스타’ 컬렉션이 풀어낸 세 가지 모티브의 눈부신 실루엣이 고요한 교토의 밤하늘을 수놓았다.

프리 무브 네크리스.

윙즈 오브 샤넬 네크리스.

프리티 윙즈 사파이어 이어링.

윙즈 오브 샤넬 네크리스 제작 과정.

윙즈 오브 샤넬 스케치와 센터 스톤에 자리하게 될 파파라차 사파이어.

천년의 고도, 교토로 향하다
천천히 걷는 사람들, 돌계단 위를 따라 흐르는 시간, 계절이 바뀌는 속도까지 모두가 한 걸음 더 느긋하다. 소리 없이 마음속에 스며드는 도시, 교토가 그렇다. 과거 1000여 년 동안 일본의 수도였던 이 도시는 격렬한 속도보다 겸손한 축적을 택해왔다. 고풍스러운 목조 건물 사이로 봄에는 흐드러지는 벚꽃이, 가을에는 붉은 단풍잎이 도시를 물들인다. 천천히 스며드는 빛과 투철한 장인정신이 살아 숨 쉬는 이 도시에 지난 6월 초 샤넬의 초대를 받아 다녀왔다.
전통이 일상이 되고, 일상이 예술이 되는 교토에서는 말차 한 잔에도 시간이 깃들어 있는 듯하다. 길가에 자전거가 놓인 풍경조차 시선이 머물게 하고, 아무 대화 없이 가만히 앉아 있어도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오래 쌓여 깊어진 고요가 흐른다. 스스로 뽐내지 않고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이 도시에서 샤넬은 올해 새롭게 선보이는 하이 주얼리 ‘리치 포 더 스타(Reach for the Stars)’ 컬렉션을 공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교토 북부에서 가장 큰 사원인 다이토쿠지(대덕사)에서의 웰컴 칵테일, 교토 국립박물관에서 펼쳐진 컬렉션 전시, 그리고 히가시야마 정상에 자리한 오래된 사원 쇼군즈카 세이류덴에서 열린 갈라 디너까지, 교토라는 도시가 지닌 절제된 아름다움은 샤넬의 미학과 절묘하게 어우러졌고, 그곳에서의 시간은 내내 고요하고도 찬란하게 빛났다.

갈라 디너 현장에 마련한 포토 월.

갈라 디너 입구에 장식한 별, 사자, 날개 세 가지 모티브 문양의 연등이 은은한 빛을 발한다.

갈라 디너 현장에서 펼쳐진 전통 북 퍼포먼스.

와일드 앳 하트 네크리스.

프리티 윙즈 핑크 골드 이어링.

와일드 앳 하트 링.

별, 사자 그리고 날개
교토 국립박물관 전시실에 자리 잡은 리치 포 더 스타 컬렉션은 샤넬 하이 주얼리의 기원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1932년, 가브리엘 샤넬은 파리에서 자신의 첫 하이 주얼리 컬렉션 ‘비쥬 드 디아망(Bijoux de Diamants)’을 선보이며 별과 혜성, 태양 같은 천체 모티브를 통해 여성을 빛으로 완성한 존재로 그려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여성은 자신의 별을 믿을 자유가 있다.” 이번 컬렉션은 가브리엘 샤넬의 신념을 다시 시각화하며, 별을 모티브로 한 네크리스와 이어링을 통해 밤하늘에서 쏟아지는 별 가루 같은 섬세한 광채를 구현했다. ‘블레이징 스타(Blazing Star)’ 네크리스는 골드와 오닉스의 조화로 혜성의 궤적을 길게 끌어내며 강렬한 빛을 강조했고, ‘대즐링 스타(Dazzling Star)’ 초커에는 3개의 다이아몬드 펜던트가 클래스프에 더해져 한층 고고한 매력을 뽐낸다.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드림 컴 트루(Dreams Come True)’ 네크리스. 블랙 쿠튀르 드레스의 네크라인에서 영감받아 디자인한 이 작품은 정교하면서도 섬세한 세공이 단연 돋보여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어서 소개된 사자 모티브는 가브리엘 샤넬의 별자리이자, 그녀가 자신의 슈트 버튼에 자주 사용하던 상징이다. 2012년부터 샤넬 하이 주얼리의 엠블럼으로 자리 잡은 사자는 강인함과 우아함을 동시에 품고 있으며, 이번 컬렉션에서는 두 가지 버전으로 새롭게 해석되었다. 첫 번째는 사자의 얼굴이 정면을 향하고, 갈기 주변에 별을 장식한 화려한 메달리온 스타일. ‘스트롱 애즈 어 라이언(Strong as a Lion)’ 세트는 화이트 골드로 완성한 사자에 화이트·옐로 다이아몬드로 구름을 둘렀고, ‘비 더 원(Be the One)’ 세트는 옐로 골드 사자를 중심으로 다이아몬드를 세팅해 감각적인 스타일을 완성했다. 두 번째 버전은 보다 조각적이고 절제된 디자인으로, 사자의 옆모습을 통해 신체적 존재감과 내면의 힘을 표현했다. ‘임브레이스 유어 데스티니(Embrace Your Destiny)’ 네크리스는 페어 컷 다이아몬드를 품은 사자 두 마리가 서로를 바라보며 목선을 감싸고, ‘스카이 이즈 더 리밋(Sky is the Limit)’ 세트는 날개 달린 사자가 부드럽게 네크라인을 에워싸며 절제된 카리스마를 드러낸다. 이 사자들은 격렬함이 아닌 고요함으로 존재감을 발산한다. 샤넬이 추구해온 ‘절제된 힘’ 그 자체다.

갈라 디너에 참석한 셀러브리티들.

와일드 앳 하트 네크리스와 링을 착용하고 세련된 아름다움을 드러내 시선을 모은 샤넬 엠버서더 김고은.

스트롱 애즈 어 라이온 이어링.

스카이 이즈 더 리밋 링.

핑크 아워 네크리스.

스트롱 애즈 어 라이온 네크리스.

‘날개’는 이번 컬렉션에서 처음 등장한 새로운 상징이다. 생전 가브리엘 샤넬은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날개 없이 태어났다면, 날개가 자라도록 하라.” 그녀는 여성에게 자유를 허락한 디자이너였고, 이 철학은 이번 컬렉션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오픈워크 기법, 비대칭 세팅, 그리고 섬세한 스톤 배치를 통해 하늘을 나는 듯한 가벼움을 구현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윙즈 오브 샤넬(Wings of Chanel)’이다. 핑크와 오렌지 컬러가 어우러진 19.55캐럿의 파파라차 사파이어가 중앙에 세팅된 이 네크리스는 다이아몬드 날개가 목선을 감싸며 펼쳐지고, 브레이슬릿으로도 연출 가능한 탈착형 펜던트는 광채와 실용성을 동시에 갖췄다. 이 외에도 ‘프리 무브(Free Move)’ 네크리스는 스타일링에 따라 맨살이 드러나는 등이나 네크라인을 유려하게 강조하며, ‘프리티 윙즈(Pretty Wings)’ 이어링은 그 어떤 실루엣에도 예상치 못한 매력을 더한다. ‘풀 스윙(Full Swing)’ 헤드주얼리의 레이스 장식은 이마를 따라 우아하게 흘러내리며 얼굴을 감싸 날개의 상징을 가장 은근하게 표현했다.
아울러 이번 컬렉션은 주얼리만이 아닌, 장인정신과 문화에 대한 경의의 표시이기도 하다. 고인이 된 패트리스 레게로는 교토 출신 옻칠 예술가 오카다 요시오(Yoshio Okada)의 작품에서 영감받아 그와의 협업을 오랫동안 꿈꿔왔는데, 그 결과 탄생한 옻칠 장식의 섬세한 날개 브로치는 교토의 전통 공예에 바치는 오마주였다.
샤넬은 언제나 기존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다. 하이 주얼리를 구성하는 획일화된 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스타일을 담아낸다. 그리고 이번 ‘리치 포 더 스타’ 컬렉션은 그 신념과 철학의 연장선에서 6월의 교토 밤하늘을 환히 밝혔다. 아름다움은 외면이 아닌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것. 찬란한 보석의 광채 너머에 여성이라는 존재를 둘러싼 미학적 고결함이 존재한다는 것. 샤넬은 이번 컬렉션을 통해 그것을 조용히, 그러나 누구보다 강하게 표출했다.

 INTERVIEW  with Dorothée Saintville
CHANEL Watches&Fine Jewelry International Product Marketing Director

샤넬은 ‘자유‘와 ‘우아함‘, ‘독립적이고 당당한 여성상’이라는 키워드로 대변되어왔습니다.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하이 주얼리 리치 포 더 스타 컬렉션에서는 이러한 브랜드 철학을 어떻게 재해석하셨나요? 리치 포 더 스타 컬렉션은 샤넬의 주얼리 크리에이션 디렉터였던 패트리스 레게로에게 헌정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는 샤넬과 함께한 15년 동안 샤넬 하이 주얼리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며 브랜드의 미학을 섬세하게 확장했죠. 이번 컬렉션은 샤넬이 생각하는 화려함에 대한 해석에서 시작됩니다. 패트리스는 종종 “하이 주얼리는 해 질 녘과 새벽녘, 낮과 밤이 교차하는 마법 같은 순간에 피부 위에서 반짝여야 한다”고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이는 가브리엘 샤넬이 1930년대 할리우드에서 당대의 스타들을 위해 드레스를 제작하던 시절 느꼈던 ‘샤넬식 글래머’에 대한 회고이기도 합니다. 이번 컬렉션의 모든 피스는 초커, 롱 이어링, 롱 네크리스 등 다양한 형태로 구성되어 레드 카펫에 어울리는 글래머러스함과 세련된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습니다. 또 오렌지 가닛, 옐로 사파이어, 옐로 다이아몬드, 루비, 파파라차 사파이어 등 일출과 일몰이 연상되는 다양한 컬러 스톤이 사용되어, 마치 빛이 주얼리에 그대로 스며든 듯합니다. 특히 파파라차 사파이어는 ‘떠오르는 태양 속 연꽃’을 상징하기도 하죠.
이번 컬렉션에 등장한 별, 날개, 사자라는 세 가지 상징적 모티브가 인상 깊습니다. 각각의 상징을 컬렉션 핵심 테마로 선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특히 이번에 처음 도입된 날개 모티브에 대해 자세히 들려주세요. 이번 컬렉션은 ‘별’, ‘날개’, ‘사자’라는 세 가지 상징을 축으로 삼아 샤넬이 추구하는 가치를 시각화하고 있습니다. 별(꼬메뜨)은 자유, 날개는 우아함, 사자는 대담함을 의미하죠. 이 모티브들은 단순한 장식 요소를 넘어 샤넬이 여성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즉 빛나고 도전하며 꿈꾸는 삶을 직관적으로 담아냅니다. 특히 이번에 처음 도입된 ‘날개’는 샤넬 하이 주얼리의 상징적 언어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새로운 시도였습니다. 예를 들어 2012년, 사자 모티브를 주얼리 컬렉션에 처음 도입하며 샤넬만의 상징 체계를 확장했는데, 이번에는 날개라는 새로운 모티브를 통해 또 한 번 도약한 셈이죠. 이 아이디어는 1930년대 가브리엘 샤넬이 할리우드에서 제작한 이브닝드레스에서 영감받았습니다. 이 드레스는 실루엣과 소재가 마치 날개가 있는 듯한 인상을 주었고, 이번 컬렉션에서는 그러한 이미지를 다이아몬드와 컬러 젬스톤, 오픈워크 기법으로 재해석해 담아냈습니다. 기술적으로도 매우 정교한 작업이 요구되었고요. 이번 컬렉션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가벼움’입니다. 골드 소재를 오픈워크 방식으로 세공해 피부에 감기듯 자연스럽게 착용할 수 있으며, 여기에 마키즈 컷 다이아몬드 등을 세팅해 간결하면서도 세련된 인상을 더했습니다.
가브리엘 샤넬이 1932년에 선보인 첫 하이 주얼리 컬렉션 ‘비쥬 드 디아망‘의 정신은 이번 리치 포 더 스타 컬렉션에 어떻게 계승되나요? 1932년 선보인 비쥬 드 디아망은 샤넬 하이 주얼리 역사에서 매우 상징적인 출발점입니다. 그 컬렉션은 아이디어에서 스케치, 최종 완성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활동성과 개성을 고려한 유연하고 구조적인 디자인의 주얼리로 구성되었으며, 당대의 글래머러스한 스타일을 탁월하게 반영했습니다. 당시 가브리엘 샤넬은 ‘여성들을 별자리처럼 감싸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해 천체 모티브를 중심으로 컬렉션을 완성했습니다. 이번 리치 포 더 스타 컬렉션 역시 그 유산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고 있으며, 그녀가 남긴 다음과 같은 말이 이번 컬렉션을 대변한다고 생각합니다. “날개 없이 태어났다면, 날개를 자라게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세요.” 리치 포 더 스타 컬렉션 역시 다이아몬드를 전면에 사용했고, 각 피스는 빛과 컬러의 변화, 즉 새벽과 해 질 녘의 하늘이 연상되는 컬러 스톤과 조화를 이루며 그 자체로 시적 서사를 담고 있습니다.
프리 무브‘ 네크리스나 ‘프리티 윙즈‘ 이어링 등 구조적이면서도 유연한 디자인도 인상적입니다. 이러한 균형을 구현하기 위해 어떤 창의적 과정을 거쳤는지 궁금합니다. 이상적인 균형을 실현하는 과정은 디자이너에게도 흥미로운 도전이었습니다. 유연함과 구조적 완성도,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창의성뿐 아니라 고도의 기술력, 뛰어난 원석 선택, 정밀한 세공이 필수죠. 디자인적 실험과 기능적 요소가 조화를 이룬 결과, 착용감이 뛰어나면서도 시각적으로 독창적인 주얼리를 탄생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는 스타일을 넘어 착용자에게 ‘편안한 예술’로 다가가야 한다는 가브리엘 샤넬의 디자인 철학을 반영한 것입니다.
드림 컴 트루 네크리스에 적용된 블랙 탄소 처리 기술도 흥미롭습니다. 그 기술적 디테일을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드림 컴 트루 네크리스는 다양한 요소가 정교하게 결합된 작품입니다. 브레이디드 효과를 준 우븐 체인을 메탈 소재로 꼬아 유연하고 부드러운 착용감을 확보했고, 여기에 블랙 탄소 처리를 더해 마치 블랙 레이스처럼 섬세하면서도 고급스러운 텍스처를 구현했습니다. 그 결과 다이아몬드가 블랙 처리된 금속 위에서 더욱 또렷하게 빛나며, 한층 입체적이고 풍성한 광채를 발산하죠. 하단의 체인 부분은 분리 가능해 다양한 길이와 스타일로 연출할 수 있어 실용성 또한 갖추었습니다.
하이 주얼리 시장이 더욱 치열해지는 가운데, 샤넬 하이 주얼리만이 지닌 고유한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가장 중요한 차별점은 독창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샤넬은 1932년 비쥬 드 디아망을 시작으로 트위드 드 샤넬 컬렉션, N°5 컬렉션의 55.55 네크리스의 55.55캐럿 다이아몬드. 그리고 가브리엘 샤넬이 강조했던 ‘움직임의 자유’를 주제로 한 다양한 컬렉션을 통해 매해 브랜드 철학을 재해석해왔습니다. 우리는 유산을 그대로 반복하지 않습니다. 늘 새로운 기술과 창의적 접근으로 샤넬의 디자인 DNA를 오늘날의 스타일로 다시금 풀어내고 있죠. 이것이 곧 샤넬 하이 주얼리의 근원이자 미래라고 믿습니다.
이번 컬렉션을 공개한 장소로 교토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우리는 매해 컬렉션의 정체성과 가치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장소를 선택합니다. 일본은 오랜 역사와 투철한 장인정신을 지닌 나라로, 샤넬이 중요하게 여기는 전통성과 품질, 정신적 유산이 잘 맞닿아 있습니다. 특히 이번 컬렉션에는 교토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옻칠 예술가와 협업한 ‘파이브 윙즈‘ 브로치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교토의 전통 공예와 샤넬 하이 주얼리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습니다. 패트리스 레게로 역시 일본, 특히 교토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교토에서의 컬렉션 발표는 우리에게 더욱 각별한 순간이었습니다.

터치 더 스카이 링.

드림 컴 트루 네크리스.

 

에디터 유은정(ejyoo@noblesse.com)
사진 샤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