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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만 보면 설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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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슈즈 브랜드이자 편집숍 유니페어(Unipair)가 올해 런칭 10주년을 맞았다. 대표 강재영은 지난 10년간 남자들이 자신에게 꼭 맞는 신발을 고르는 데 사이다 같은 길라잡이 역할을 자처했다. 그와 함께 한국 남성의 구두 문화가 성숙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두에 파묻혀 살아온 그의 10년 여정이 궁금했다.

유니페어의 런칭 10주년을 축하한다.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처음 유니페어를 시작할 때에는 감히 10년 후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매일매일 정신없이 보냈으니까. 그렇게 지내다 보니 어느덧 시간이 흘렀다. 사업을 시작하고 지금껏 자리를 지킨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만 다른 관점으로 보면 ‘겨우 10년’일 뿐이다. 유니페어가 다루는 브랜드 대다수가 100년을 훨씬 넘긴 회사이기 때문이다. 10년이 지난 지금, 여태껏 해온 일에 대한 칭찬을 듣고 싶은 마음보다는 앞으로 만들어갈 미래에 대한 기대감과 걱정이 큰 요즘이다.

2008년 슈즈 편집숍을 오픈한 당시의 이야기가 궁금하다.유니페어의 전신인 일치르꼬를 시작하기 전 외국계 식품 회사에 다녔다. 출근해야 하니 구두가 필요했고, 구입 전 어떤 구두가 좋은지 공부했다. 어릴 때부터 농구화를 수집해온 터라 신발에 남다른 관심이 있었고, 구두도 ‘에어 조던’ 같은 특별한 제품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일본 남성 패션지에서 알게 된 유서 깊은 브랜드는 굿이어 웰트 제법으로 구두를 만들더라. 가격도 비싸고 무척 고급스러웠다. 그런데 어찌 된 게 국내에서는 이 제법으로 만든 슈즈를 찾을 수 없었다(물론 명품 브랜드의 구두가 있긴 했지만). 그뿐 아니라 구두에 대한 정보가 전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테면 내게 잘 맞는 사이즈, 좋은 가죽을 고르는 방법, 제법에 대한 정보를 알 길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어떻게 구두를 샀나?결국 난 친형과 함께 구두를 사러 도쿄에 갔다. 마치 유럽의 오래된 저택에 들어간 것 같은 매장 인테리어와 잡지에서나 보던 여러 나라의 구두를 한자리에서 만났다. 구두를 살 때 점원의 서비스도 인상 깊었고. 그때 내가 경험한 남성 구두는 우리나라에선 전혀 느낄 수 없는 어떤 것이었다. 도쿄에서 구두 쇼핑을 한 후 한국에 그와 같은 느낌의 구두 숍을 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일치르꼬를 시작하게 됐다.

농구화 수집이 구두를 업으로 삼게 된 요인 중 하나 같다. 초등학생 때부터 미국의 NBA와 마이클 조던 선수에게 빠져 나이키 농구화를 모으기 시작했다. 또래 친구들과 달리 용돈을 모아 계속 신발을 샀다. 다양한 신발을 신고 경험하니 운동화를 포함해 신발이라는 카테고리 자체에 매료됐다. 사실 구두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나이키에서 일하는 게 인생의 목표였다. 실제로 두 번이나 면접을 봤지만 떨어졌다. 그래서 구두 장사를 할 운명이었는지도.(웃음) 마침 형도 다른 파트너와 함께 구두 사업을 시작한 터라 거기에 참여하게 됐다. 슈트와 같은 클래식 복식 문화가 남성 패션에서 점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 터라 운도 따른 것 같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구두를 다른 사람에게 알려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 꽤 의미 있는 일 같았다.

에드워드 그린, 알든, 파라부트 등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구두 브랜드를 국내에 차례로 소개하는 역할을 했다. 각 나라를 대표하는 브랜드를 고르되 상업성에 치우치지 않고, 자사 공장에서 직접 제조해야 한다는 것이 조건이었다. 물론 우리가 일방적으로 고르는 입장은 아니었다. 그들이 우리와 함께하기로 결정했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듯하다. 알든도, 에드워드 그린도 처음부터 우리의 주문을 받아주진 않았다. ‘진지한’ 구두 편집매장을 전개한다는 것을 알리고 지속적으로 만나는 등의 노력이 필요했다. 구두업계의 특성상 자리 잡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걸 그들도 잘 알고 있기에 파트너가 된 이후에는 우리의 환경과 사정을 잘 헤아려주었다.

유니페어란 이름으로 자체 브랜드도 선보인다.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 유니페어 매장을 운영하며 구두를 파는 것도 중요했지만, 굿이어 웰트 제법의 슈즈를 많은 사람이 경험하게 하는 것 역시 우리의 목표였다. 문제는 수입 구두의 비싼 가격이었다. ‘보통의 회사원도 신을 수 있는 가격대의 굿이어 웰트 구두를 만들자’가 그 시작이었다. 다행히 고객의 반응이 좋아서 다양한 모델을 선보이려 노력하고 있다.

매장 내에 일본 슈즈 수선 브랜드 ‘릿슈(Resh)’를 입점시킨 건 놀라웠다. 수선보다 판매가 먼저라 생각했다.숍을 시작하면서 수선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굿이어 웰트 슈즈의 장점이 구두창 전체를 교체해 신을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 슈즈를 판매하면서 전창갈이를 해줄 수 없다면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반만 하는 거라 생각했다. 고민하던 중 우연히 릿슈의 대표가 매장을 방문했고 숍인숍 형태로 문을 열었다.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구두 이야기를 해보자. 구두를 자주 신지 않는 내 입장에서는 구두가 스니커즈보다 편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우리가 스니커즈가 편하다고 하는 건 부드럽고 푹신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구두의 편안함은 발을 잘 감싸고, 발바닥의 아치나 뒤꿈치를 잘 잡아주고 힘을 받쳐주는 서포트의 개념이다. 구두의 관점으로 편안함을 따지면 구두가 스니커즈보다 편하다. 출장차 뉴욕에 갔을 때 하루는 운동화로, 다른 하루는 알든 구두로 9시간을 내리 걸었다. 그런데 피로를 덜 느낀 건 놀랍게도 구두 쪽이었다. 운동화는 부드러운 만큼 발을 지지하는 힘이 덜하고, 바닥의 물렁한 쿠션은 장시간 걸었을 때 근육이 더 피곤해지기 때문이다. 마라톤화의 바닥이 일반 러닝화보다 딱딱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루 종일 신고 걷는 용도로는 구두가 더 편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편한 구두를 찾는 방법은 대체 무엇인가?본인의 발에 가장 잘 맞는 사이즈를 고르는 게 최우선이다. 키에 비해 발이 커 보이거나 작아 보인다는 이유로 신발 사이즈를 결정하는 이가 많은데, 이 경우 쉽게 발에 피로를 느끼게 된다. 매장에서 발 사이즈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그걸 기준으로 크고 작은 신발까지 전부 신어보고 골라라.

남자라면 꼭 갖춰야 할 구두 세 가지만 꼽아줄 수 있나?블랙 컬러의 캡토 옥스퍼드 슈즈, 브라운 컬러 페니 로퍼 그리고 스웨이드 소재 처커 부츠.

앞으로 계획에 대해 말해달라.2019년에 새 브랜드를 소개한다. 그리고 기존에 진행하던 것을 계속 잘해나가려고 한다. 클래식 구두 브랜드와 그들이 만드는 제품은 해가 바뀐다고 스타일이 확 바뀌지 않기 때문에 언제나 새로움을 유지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지금 선보이는 슈즈의 품질과 매장의 서비스를 계속 잘 유지하고 싶다.

문득 가장 아끼는 신발이 궁금해졌다. 에드워드 그린의 알링턴 탑드로워(Top Drawer). 브랜드의 최상위 라인으로 구두의 바닥 부분을 한 명의 장인이 만들어내는 고급 사양의 구두다. 처음으로 맞춤 제작한 슈즈로 만듦새가 기성 제품보다 훨씬 정교하고 고급스럽다.

 

에디터 이현상(ryan.lee@noblesse.com)
사진 김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