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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상 따라잡기

ARTNOW

현대 조각에 대한 개념을 확장하고 새로운 지평을 연 권오상을 밀착 취재했다. 그의 리얼 라이프 속으로!

마포구 서교동 작업실 전경

권오상 작가는 오는 4월 1일 아라리오뮤지엄 제주 탑동바이크샵에서 개인전이 예정돼있다.

권오상(1974년)
2000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졸업
2001년 인사미술공간 개인전
2004년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조소과 졸업
2007년 아라리오갤러리 개인전, 베이징
2010년 두산갤러리 개인전, 뉴욕
2011년 안도 파인 아트 개인전, 베를린
2012년 아라리오갤러리 개인전, 서울
2013년 테멩공 아티스트 인 레지던시, 싱가포르
2014년 조이스 파리 개인전, 프랑스. 부산비엔날레 특별전

권오상은 조각의 개념을 지속적으로 연구해온 조각가다. 디오더런트 타입 시리즈로 시작한 그는 스티로폼 같은 가벼운 재료로 형태를 조각하고 사진을 조각의 표면에 덧입히는 ‘사진 조각’과 ‘가벼운 조각’, 이렇게 2개의 축을 세우며 한국 현대 조각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여기에 머물 권오상이 아니다. 최근 선보이고 있는 뉴 스트럭처 시리즈는 알렉산더 콜더의 스태빌(삼성미술관 리움 정원에 놓인 거대한 빨간색 조형물) 구조를 차용해 현대적 재해석을 시도한 작품이다. 조각가들이 어떻게 조각사를 발전시켜왔는지에 대한 권오상의 지속적 관심이 콜더가 고안한 움직이는 조각인 모빌과 스태빌에 대한 오마주로 이어진 것. 해가 갈수록 활발한 활동으로 작가로서 명성과 대중의 인기를 함께 쌓고 있는 권오상의 일상을 그의 목소리로 전한다.

이번 오키나와 전시에서는 드로잉 작품도 함께 선보였다.

오프닝과 함께 진행한 아티스트 토크

1월 15일 오후 5시

작업실, 서교동
4월 1일, 아라리오뮤지엄 제주 탑동바이크샵에서 개인전이 예정돼 있다. 2008년 맨체스터 아트 갤러리(시립 미술관) 전시 이후 7년 만의 미술관 개인전이다. 전시 구성은 어떻게 할지, 관람객에게 어떤 작품을 보여줄지 상의하고 고민하는 일은 늘 즐겁다. 이 일로 아라리오뮤지엄의 류정화 부디렉터와 미팅이 잡혔다. 개인전 기간은 총 6개월. 꽤 긴 기간에 전시장도 지하 1층에서 지상 3층까지 총 4개 층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준비 과정부터 만만치 않다. 반대로 작가 입장에선 보여주고 싶은 작품은 많은데 공간은 한정되어 있어 전시 구성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그런데, 아! 원래 이 전시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뉴 스트럭처 시리즈 ‘넵튠과 옥토퍼스’가 아트 바젤 홍콩에 나가게 됐다. 시기가 이번 개인전 준비 기간과 딱 겹친다. 아쉽지만 최근에 작업을 완료한 사진 조각으로 대체하기로 결정. 이외에도 미술관 측과 전시 구성에 대한 여러 가지 의견이 오가고 있는 중이다. 살짝 이야기하자면 이렇다. 지하에선 최근 작업한 뉴 스트럭처 시리즈, 1층에선 사진 조각 중 대형 작품, 2층에선 페라리 작업과 몇 개의 플랫 시리즈, 그리고 3층에선 1999년과 2000년 초반에 제작한 초기 사진 작품을 보여줄 예정이다. 대략 신작의 비율이 70%, 그리고 예전 작품이지만 한동안 공개하지 않은 작품도 있다. 모처럼 권오상의 제대로 된 개인전을 보여줄 것이다.

오프닝 전날 ‘램프 앤 스타’ 설치를 점검하고 있는 작가

1월 18일 오후 6시

오키나와 컨템퍼러리 아트 센터
여기는 오키나와 현에서 운영하는 프로젝트 공간 ‘오키나와 컨템퍼러리 아트 센터(OCAC)’다. 일본엔 젊은 작가를 위해 나라에서 운영하는 예술 공간이 많다. 이곳에서 4명의 작가가 1년 동안 돌아가며 전시를 열게 됐다. 일본인 2명, 대만인 1명 그리고 나. 전시 두 달 전부터 이곳에 머물며 작업할 수 있도록 파격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아마도 아름다운 오키나와에서 작품의 영감을 받으라는 의도일 터. 이번에 난 두 작품을 선보였다. 알렉산더 콜더의 작품 스태빌을 차용한 뉴 스트럭처 시리즈 2점, ‘키 앤 블루’(2015년)와 ‘램프 앤 스타’(2015년)다. 작업 비용 때문에 오키나와 대신 서교동 작업실에서 작품을 제작했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 현지 대학생들에게 “너희가 보여주고 싶은 오키나와의 생활과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달라”고 했다. 그들이 보낸 사진과 인터넷에서 검색한 사진을 사용해 큰 사이즈의 뉴 스트럭처 시리즈를 완성했다. 전시장에는 그간의 작업 과정을 보여주는 드로잉을 함께 디스플레이했다. 오프닝이 시작됐고, 겸사겸사 아티스트 토크도 마련했다. 조각은 덩어리를 깎아 만드는 방법, 덩어리를 붙여가며 만드는 방법이 있다. 내 경우엔 더해가며 조각을 만든다. 특히 나는 이미지의 조형을 그대로 잘라 사용하면서 구조를 만들어낸다. 구조를 갖출 수 없는 2D 이미지가 결국 조형을 만들어내는 것에 일본 관람객은 가장 흥미를 보였다.

오프닝 행사 풍경. 이번 전시에는 총 8명의 작가들이 함께 했다.

갤러리룩스 이전 기념 전시를 기획한 박진영 작가(오른쪽)

오프닝에 참석한 김도균, 권오상, 박진영, 백승우, 정연두 작가(왼쪽부터)

1월 22일 오후 6시

갤러리룩스, 옥인동
사진 전문 갤러리로 꽤 정평이 난 갤러리룩스가 옥인동에 새롭게 건물을 지어 이사했다. 재개관 기념 전시로 몇몇 사진작가를 모아 그룹전 <장면의 탄생: 모서리를 걷는 사진들>을 열었는데, 그중 나도 끼어 있었다. 사람들은 그룹전에 대해 깊이가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훌륭한 기획자가 정성 들여 만든 그룹전이 개인전보다 파워풀한 경우도 왕왕 있다. 이번 전시는 사진가이자 기획자인 박진영 작가와 김도균, 박승훈, 백승우, 원성원, 이윤진 등 8명의 작가가 함께했다. 오프닝에서 작품을 한눈에 훑어보니, 익숙한 상황을 자신의 언어로 풀어내는 형식을 보여주는 다양한 세대의 사진작가 작품을 한곳에 모은 느낌이다. 나는 이번처럼 사진가의 전시에도 끼지만, 조각가의 그룹전에도 낀다. 사진과 조각, 내 작품엔 그 둘이 늘 공존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날 조각가로 불러주는 게 좋다. 조각은 절대 혼자 할 수 없는, 여러 사람과 같이 해나가야 하는 작업이다. 난 사람들과 소통을 통해 작품을 완성해가는 방식이 좋다. 이날 꽤 많은 작가가 오프닝에 왔다. 오랜만에 본 얼굴도, 자주 보는 얼굴도 있었다. 사람들은 작가들이 만나면 작품 이야기를 하느냐고 묻는데, 말도 안 된다. 기술에만 보안이 있는 게 아니다. 작가들 사이에서도 ‘누가 먼저 그 생각을 해냈는가’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미묘한 문제다. 우린 만나면 “다음 전시는 언제야?”, “작업실은 어디로 이사했어?”, “어떻게 꾸몄어?” 등 시시한(!) 이야기를 나눈다. 나는 다른 작가들의 전시에도 자주 가는 편이다. 그 공간을 어떻게 풀었는지 본다. 언젠가 나도 그곳에서 개인전을 할 수 있으니까.

청담동 모토쿼드에서 모터사이클 운동 성능에 관한 교육을 받고 있다.

지인이기도 한 프로 레이싱팀 강형식 팀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권오상 작가는 ‘람보르기니’ 브론즈 작업 후 모터사이클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한다.

1월 24일 오후 2시

MV 아구스타 모토쿼드, 청담동
오랜만의 외도다. 모터사이클 교육을 받는 날이다. 모터사이클의 운동 성능에 관한 교육인데, 쉽게 말하면 ‘모터사이클을 어떻게 하면 죽지 않고 오래 탈 수 있나?’를 배운다고 보는 게 맞다. 모터사이클에 대한 관심이 생긴 건 2005년 더 스컬프처 시리즈인 람보르기니 브론즈 작업을 하고 나서다. 작품을 만든 후 우연히 두카티 매장에 가서 모터사이클을 구경했는데, 속된 말로 눈 튀어나올 뻔했다. 내 작품이 어찌나 초라하던지. 작품 사는 기분으로 두카티 한 대를 샀다. 작품 감상하듯 보면서 면허를 준비했다. 면허를 딴 이후 ‘토르소’ 등 모터사이클 시리즈 6개를 더 만들었다. 지금 내가 타는 모터사이클은 1190cc짜리 MV 아구스타다. 이날엔 모터사이클 서스펜션에 관해 배웠다. 서스펜션은 노면으로부터의 충격이 모터사이클과 운전자에게 직접 전달되지 않도록 충격을 흡수하는 장치다. 결국 이 또한 모터사이클을 안전하게 타는 법과 일맥상통한다. 안전 장비를 갖추고, 헬멧을 쓰고 절대 오버하지 말고 타라고 하는데, 사실 모터사이클을 탈 기회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우선 보호 장구를 입고 갖추는 데 15분 정도 걸린다. 그러고 나서 겨우 동네 한 바퀴 도는 정도니 그 노력과 시간이 아까워 요즘엔 거의 관상용이 됐다. 그래도 난 모터사이클이 작업과 여전히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미끈한 조형미를 보라. 예로부터 조각의 천재는 모두 이탈리아에서 배출된 이유를 알 수 있지 않은가.

벨기에 갤러리 ‘페이지’의 대표 이렌 로브와 상하이 지점 대표 산드라 인이 작업실을 방문했다.

이들은 권오상의 작업에 큰 관심을 표했다.

작업실 한켠에서는 티쏘와의 컬래버레이션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2월 2일 오후 3시

작업실, 서교동
작업실에 모처럼 외국 손님이 왔다. 브뤼셀에 본점을, 상하이에 지점을 둔 벨기에 갤러리 ‘페이지(Feizi)’의 대표 이렌 로브(Irene Laub)와 상하이 지점 대표 산드라 인(Sandra Yin)이다. 후쿠오카 아시안 아트 뮤지엄 레지던시에 참여한 김지민 작가가 페이지와 일한 적이 있는데 그들이 김지민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하면서 내 작업실에도 방문한 것이다. 내 영어 실력이 좋다고 할 순 없지만 눈앞에 작품이 있고 작가가 있는데 언어쯤이 무슨 장애가 될까. 둘은 내 설명을 열심히 들었다. 특히 사진 조각 중 최근 작품인 매스패턴스 시리즈 ‘붓다와 툴박스’, ‘부엉이와 하키 스틱’, ‘두상과 토르소’에 관심을 보였다. 아마도 불상과 앤티크 도자기, 고가구 등과 현대적 아이템이 함께 만들어내는 아이러니에 재미를 느낀 듯하다. 뭐니 뭐니 해도 작가로 살면서 가장 상기되는 경험은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까지 내 작업에 관심을 갖고 물어봐줄 때가 아닐는지.

갤러리이즈에서 열리는 티쏘 전시를 위해 작품 설치 중이다.

티쏘와의 컬래버레이션 작업에는 박용식, 송진수, 권오상 작가(왼쪽부터)가 함께 했다.

2월 2일 오후 5시

갤러리이즈, 인사동
브랜드와의 협업에 두드러기 반응을 보이는 작가도 간혹 있지만 난 협업이 결코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 작업 세계가 튼튼하다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난 조각에 없던 장르를 만들었다. 형식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실험적 형식만큼 내용도 중요시해야 한다. 난 내 작업 토양이 튼튼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 어떤 작업을 해도 그것은 내 작품이 된다. 나에겐 이런 자신감과 약간의 뻔뻔함 같은 것이 있다. 오늘은 티쏘와의 컬래버레이션 전시에 작품을 설치하는 날이다. 티쏘 창립 16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GMT 서울’ 모델을 출시하는데, 나를 포함한 3명의 작가가 티쏘와 커미션 작업을 진행했다. 이번 작품은 티쏘의 1800년대 말 광고와 1930년대 광고를 조합한 사진 조각이다. 플랫하지만 공간의 조형감이 있는 뉴 스트럭처 형식으로 작업하려 했는데 티쏘 측에서 벽에 걸 수 있게 만들어달라고 해서 사진 조각 형태가 됐다. 오늘 설치를 위해 박용식, 송진수 작가가 함께 모였다. “이 정도 높이면 될까?” “아니, 좀 더 내려봐.” “평행이 안 맞는 것 같은데?” “드릴 이리 줘봐. 내가 박아줄게.” 작가이기 전에 서로 친구인 우리. 오후 5시부터 시작한 설치는 그렇게 9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에디터 김이신 (christmas@noblesse.com)
사진 강태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