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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만든 세상

ARTNOW

여기, 미술품을 사고 싶은 사람이 있다. 물론 미술품을 팔고 싶은 사람도 있다. 하지만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구매 과정이 번거로울 뿐 아니라 관심 있는 작품은 바다 건너 갤러리가 소유하고 있다. 이런 고민에 사로잡힌 이들에게 해결책을 제시한 사람이 있다. 전 세계 어디서든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접속해 작품을 열람, 판매자와 구매자를 찾을 수 있는 아트 플랫폼 ‘아트시(Artsy)’의 설립자 카터 클리블랜드다. 그가 프린스턴 대학교 재학 시절 시작한 아트시는 그의 탁월한 감각을 등에 업고 급속도로 성장세를 탔고, 현재 7만 명이 넘는 예술가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뉴욕 이스트빌리지에 사는 31세의 젊은 CEO가 말하는 온라인·모바일 아트 플랫폼 아트시의 모든 것

1 아트시의 설립자 카터 클리블랜드. 2 인터넷만 연결되면 세계 어디서든 접속해 예술을 공유할 수 있는 ‘아트시’.

원래 공학도였죠? 예술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쭉 예술과 과학의 만남에 흥미를 느꼈어요. 수학과 물리를 좋아했고 대학교에선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죠. NASA에서 인턴을 하기도 했고요. 쭉 이공 계열을 공부했지만 감사하게도 부모님 두 분이 모두 예술을 사랑하는 분이셨어요. 그래서 예술을 향한 열정을 제게도 나눠주셨죠. 집에 항상 미술품이 있었고, 미술관이나 갤러리도 자주 방문했습니다.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는 예술이 꼭 필요하다고 느낀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결과였죠. 미술 작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이미 높아졌어요. 미술관을 찾아가는 횟수도 빈번해졌죠. 이미지는 점차 의사소통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어요.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시각 문화에 깊숙이 참여하고 있죠. 제가 자라면서 예술의 힘을 경험한 영향인지 최대한 많은 사람이 미술 작품을 가까이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어요.

프린스턴 대학교 기숙사 방에서 아트시를 만들었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이런 온라인·모바일 미술 플랫폼을 생각해냈죠?
기숙사 방에 걸 그림을 찾다가 ‘아트시’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당시 미술계에는 이런 플랫폼이 거의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누구라도 전 세계 미술 기관과 미술품을 한자리에서 찾을 수 있고, 자신이 좋아하는 미술품을 쉽게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예술에 대한 열정을 지닌 컴퓨터공학도 출신으로서 미술 전문가와 최신 테크놀로지 전문가의 협업을 돕고 싶다는 생각은 늘 했어요. 아트시 같은 아트 플랫폼은 인터넷만 연결되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쉽게 접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예술 세계를 더욱 긴밀하게 연결하고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죠. 그래서 재학 중이던 2009년에 아트시를 만들었습니다.

아트시가 지향하는 목표와 핵심 컨셉은 무엇인가요?
아트시가 다양한 미술가와 기관을 포괄적으로 소개하는 덕분에 컬렉터나 구매자가 그 안에서 자신의 기호와 예산에 맞는 미술 작품을 찾을 수 있어요. 아트시가 문화적 움직임에 기여하고 많은 이들이 미술 작품을 보러 가는 세상을 원해요. 나아가 미술 작품과 예술가에 대해 읽고 배우면서 집에 미술 작품을 들이도록 장려하는 데 그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세계 곳곳의 사람을 손쉽게 연결하는 아트시가 미술 시장의 활성화와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예술계에서 아트시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아트시는 세계 곳곳에 있는 최고의 미술 작품이 하나의 온라인·모바일 플랫폼에 살아 숨 쉬게 하면서 미술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아트시는 인터넷만 연결된다면,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누구라도 전 세계에 퍼져 있는 미술 작품에 쉽게 접근할 수 있죠. 미술 작품을 찾고, 수집하고, 알아가기 위한 글로벌 플랫폼이에요. 우리와 파트너십을 맺은 전 세계 유수의 뮤지엄, 갤러리, 옥션 하우스, 아트 페어가 아트시를 통해 전 세계 컬렉터와 미술품 애호가의 네트워크와 곧바로 연결돼요. 아트시를 통해 매달 2000만 달러(약 214억1000만 원)가 넘는 미술품 거래가 이루어져요. 그런데 바이어와 셀러 사이의 물리적 거리는 평균 3000마일을 넘을 만큼 멀어요. 이 모든 게 손 안에서 이루어지는 온라인·모바일 플랫폼 덕분에 실현됐죠.

3 손쉬운 스마트폰 이용 환경을 제공하는 아트시.
4 나라 요시토모의 ‘Cosmic Girls (Open Eyes/Closed Eyes)’(2008년)도 아트시에서 거래된다.
5 아트 마켓이 활성화된 도시, 뉴욕에 있는 아트시의 오피스.

말씀하신 것처럼 아트시는 세계 최대 온라인 미술 시장을 구축했습니다. 규모가 이 정도로 성장할 거라고 예상했나요?
아트시는 다행히 시작할 때부터 가고시안이나 페이스 갤러리 같은 톱 갤러리와 함께했습니다. 이렇게 세계적 기관과 함께 출발하면 수백, 수천 개의 갤러리나 옥션 하우스, 아트 페어와도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사람들이 가장 탐내는 미술 작품을 보유하면 열정적인 컬렉터의 참여를 유도하기 쉽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요.

다른 온라인이나 모바일 플랫폼과 아트시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기존 아트 비즈니스와 경쟁을 벌여야 하는 여타 온라인 플랫폼과 달리, 아트시의 파트너는 전 세계 컬렉터나 미술 애호가에게 직접 접근할 수 있어요. 아트시는 파트너를 한자리에 모으니까 여러 갈래로 나뉜 분야의 전통적 아트 생태계를 하나의 집중적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로 통합하는 거죠. 세계적으로 실력 있는 엔지니어링 기술 인력으로 구성된 제품 주도형 회사라는 점에서도 예술계에서 독보적이죠. 목표는 아트시를 통해 미술 작품 수집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거예요. 최고의 기술 투자는 바이어, 셀러, 파트너의 만족으로 이어지죠.

아트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나요?
비즈니스는 보통 전문 인력과 오랜 관계를 유지하며 다지지만, 아트 신의 역사를 보면 변화가 더디다고 생각해요. 아트시를 시작했을 때 미술계가 온라인으로 옮겨갈 수 있을지, 사람들이 거리낌 없이 디지털 창구를 통해 미술 작품을 구매할지에 대한 의구심도 들었죠. 하지만 이제는 온라인, 특히 스마트폰을 통해 컬렉터가 직접 보지 않고도 작품을 구매합니다. 아무리 고가여도 거리낌 없이 미술 작품을 구입하곤 해요. 이미지의 힘과 플랫폼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값비싼 작품이 팔리고 있죠.

6 아늑한 소파와 책이 함께 놓인 자유로운 분위기의 아트시 오피스.
7 태블릿 PC도 아트시를 이용할 수 있는 매개체다.
8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아트시 스태프들.

온라인·모바일 아트 플랫폼을 대하는 사람들의 인식이 점점 진지해지는 것 같아요.
고가 산업 중 패션이나 디자인 분야는 이미 온라인으로 옮겨갔어요. 이제는 고가 마켓 중 남아 있는 분야인 미술이 점점 디지털 비즈니스 형태를 구축하고 있죠. 미술품 바이어가 온라인으로 작품을 고르고 사는 일이 수월해짐에 따라 아트시만의 온라인 아트 마켓 플랫폼도 입지를 다지게 됐습니다.

미술의 사회적 가치가 점점 중요해지는 오늘날, 아트시의 역할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예술은 문화와 지형의 경계를 넘어 사람들을 연결하는 힘이 있다고 믿어요. 아트시는 전 세계 미술품을 망라하는 플랫폼을 통해 국가나 문화 사이에 가교를 놓고 공동체를 조성합니다.

아트시가 특별히 몰두하는 분야가 있다면요?
시각적으로 아름다우면서 동시에 정보를 열람하기 쉬운 직관적 디자인을 추구해요. 데이터 구축에도 계속 투자하고 있고요. 신진 혹은 노련한 아트 컬렉터가 식견을 강화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작년 3월엔 뉴욕에 기반을 둔 테크놀로지 전문 회사 ‘아트 어드바이저’를 인수했어요. 아트 어드바이저의 공동 창립자 중 한 명인 휴고 리우를 아트시의 수석 테크니션으로 영입했죠. 아트 어드바이저의 기술과 데이터에 관한 식견이 아트시의 플랫폼에 녹아 있어요. 아트시를 찾는 사람들이 현재와 미래의 미술 시장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게 될 거예요.

앞으로 아트시의 미래와 방향성이 궁금합니다.
작년에 아트시는 5000만 달러의 기금을 조성했어요. 현재 2000개가 넘는 갤러리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고, 경매도 190여 차례나 열었어요. 크리스티, 소더비, 필립스까지 상위 옥션 하우스 세 곳이 아트시를 통해 처음으로 한 플랫폼에서 함께했죠. 올해도 계속 파트너와 네트워크를 키워나갈 거예요. 누구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미술품을 찾고 구매할 수 있는 툴을 만들고 싶어요. 서치와 구매 과정을 단순화해 접근성을 높일 계획입니다.

 

카터 클리블랜드
아트시의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카터 클리블랜드는 2014년 <포브스>가 매년 선정하는 ‘30세 이하 인물 30인’ 리스트의 ‘아트 & 스타일’ 카테고리, <아트+옥션>의 ‘파워 리스트’,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뉴욕 테크놀로지의 라이징 스타’에 연이어 이름을 올리며 실력을 입증했다. 현재 아트시를 운영하며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초청 강연을 펼치고 있다.

 

에디터 백아영(xiaxia@noblesse.com)
사진 제공 아트시(Art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