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으로 여행을 떠나요
이미 여행지에 있는 당신을 다시 한 번 떠나게 만드는 전 세계의 여행 전문 서점 5곳.
정기적으로 랭귀지 클래스를 열어 잠재적 여행자들을 끌어모으는 아이들와일드 북스
뉴욕, 아이들와일드 북스(Idlewild Books)
유엔의 홍보 담당자였던 데이비드 델 베키오가 2008년 퇴직 후 여행 전문 서점을 열겠다는 한평생의 염원을 실현한 곳이다. 뉴욕 첼시 지구에 있는 이 서점이 다른 서점과 차별화되는 점은 책을 주제별로 구분하지 않고 나라별로 진열해놓은 것. 예컨대 이탈리아 섹션엔 이탈리아 여행 가이드뿐 아니라 그 지역을 무대로 한 역사·문학·지리·요리 서적 등이 함께 있고, 일본 섹션엔 무라카미 하루키나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을 가이드북과 함께 배치했다. 구석에서 보면 서점 전체가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작지만 높은 천장과 전면의 커다란 유리창 덕에 시원스러운 인테리어가 돋보이며, 한쪽에 마련한 공간에선 정기적으로 스페인어·프랑스어·이탈리아어·아랍어 등 외국어 강좌를 운영하거나 다양한 출판 파티와 독서 클럽 등을 주최하기도 한다. 오래된 단골들이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거나 손님의 문의에 부지런히 응하는 젊은 스태프의 모습이 보기 좋은 곳으로, 서점 곳곳을 장식한 인테리어 소품 중 일부는 오래전 아이들와일드 공항(JFK 국제공항의 옛 이름)에서 가져온 것이라 한다.
www.idlewildbooks.com
Comment_ 아시아권 서가에(아시아권 국가는 서가를 따로 분리해두지 않았다) 한국 작가로는 유일하게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꽂혀 있다.
여행서적은 물론 침낭, 담요, 텐트까지 판매하는 밴쿠버 최대의 여행숍 원더러스트
밴쿠버, 원더러스트(Wanderlust)
1989년 문을 연 캐나다 최대 규모의 여행 숍이다. 여길 굳이 서점으로 적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여행 서적뿐 아니라(물론 여행 서점에 가장 특화돼 있다) 여행용 가방과 침낭, 담요, 목 베개, 알람시계, 변압기, 자물쇠 같은 각종 여행용품을 총망라한 곳이기 때문에. 우리에게도 익숙한 <론리 플래닛(Lonely Planet)>부터 <문 트래블 가이드(Moon Travel Guides)>, <풋프린트(Footprint)>, <러프 가이드(Rough Guides)>, <포더스(Fodor’s)> 등 전 세계 25개 여행 전문 출판사의 여행 서적 1만여 권을 취급하며 모든 책이 아메리카,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등 오대양 육대주의 카테고리로 세심히 나뉘어 있다. 여행 서적과 별개로 각종 세계지도와 화폐, 여행 사진 등을 박물관처럼 전시해놓기도 했다. 워낙 규모가 크고 자료가 방대해 여행 관련 콘텐츠로는 무슨 일이든 벌일 수 있는 곳이다. 정기적으로 여행 작가와의 만남 이벤트를 열어 손님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www.wanderlustore.com
Comment_ 서점의 직원 채용 기준을 ‘Well Traveled(여행 애호가)’로 해둔 것이 재치 있다.
무려 6만여 권의 여행 관련 서적을 보유하고 있는 바르셀로나 최고의 여행 서점 알타이르
바르셀로나, 알타이르(Altair)
1979년 2명의 인류학자가 의기투합해 문을 연 유럽 최대 규모의 여행 전문 서점이다. 무려 6만여 권에 이르는 여행 관련 서적을 갖춘 곳으로, 장서의 규모로 보면 아마 세계 최고 수준일 것이다. 전 세계 유명 여행지를 다루는 일반 여행 서적부터 등산, 하이킹, 와인, 인류학, 은하계, 정치, 공예, 동굴 탐험 등 이런 장르에까지 ‘여행’이란 단어가 쓰이는 걸까 싶은 희귀한 여행 서적이 대륙별로 빼곡히 정리돼 있다. 그 외에 중국어, 한국어, 일본어, 아랍어 등 수많은 언어로 제작한 다이어리와 월드 뮤직 CD, 여행 DVD, 지구본 등 다양한 여행 아이템도 판매하고 있다. 다른 서점과 이곳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이곳이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과 한때 여행 잡지를 발행했다는 사실일 것이다(아쉽게도 이들이 발행한 여행지 <알타이르>는 최근 폐간을 결정했다). 세계의 수많은 여행객이 몰려드는 바르셀로나의 카탈루냐 광장 부근에 있다.
www.altair.es
Comment_ 서점 입구 안쪽으로 마음 맞는 여행 친구를 찾는 광고 게시판이 있는데,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그 게시판을 통해 여행 친구를 찾는다고 한다.
낡은 떡갈나무 책장이 매력적인 100여 년 역사의 여행 전문 서점 던트북스
런던, 던트 북스(Daunt Books)
1910년 에드워드 7세 때 여행 관련 서적을 모아둔 갤러리로 시작해 벌써 그 역사가 100년을 넘어선 유서 깊은 여행 전문 서점이다. 여러 유력 매체에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으로 여러 번 선정했을 뿐 아니라, ‘런던에서 가장 아름다운 독립 서점’으로 수차례 평가되었을 만큼 고풍스러운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유럽·아프리카·아메리카·중동·아시아 등으로 분류한 4만여 권의 각종 여행 서적이 결이 곱고 오래된 떡갈나무 책장에 가지런히 꽂혀 있으며, 그걸 처음 본 대부분의 방문객은 기꺼이 책 한 권을 사 들고 서점을 나온다. 여행 가이드 외에 다양한 여행 에세이와 사진집, 역사책, 지도 등을 갖춘 것으로 유명한데 특히 그림체, 제작 시기 등이 다른 이곳의 지도 컬렉션은 그 수준이 매우 높다. 또한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비닐봉지 사용을 억제하는 차원에서 고안한 이곳의 8파운드짜리 에코 백은 런더너들이 두루 애용하는 핫 아이템이다.
www.dauntbooks.co.uk
Comment_ 수년 전 샤넬의 뮤즈인 모델 아누크 르페르가 던트 북스의 에코 백을 메고 파파라치 컷에 찍힌 탓에, 여기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다.
도쿄, 노매드(Nomad)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이 여행을 떠나기 전 한곳에 모여 여행 준비로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문을 연 도쿄 기치조지 인근의 동네 서점이다. 여행 전문 서점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여행 서적과 지도, 여행기 외에 해당 여행지와 관련된 문학과 음악, 영화, 철학, 요리, 스포츠, 정치, 종교 등에 대한 책과 DVD도 다양하게 갖추었으며 벽면을 가득 메운 각종 여행 사진과 일러스트가 평온한 느낌을 준다. 이곳의 수많은 책 중 특히 눈에 띄는 건 소규모 자본으로 만든 독립 여행 정보지다. 캄보디아에 거주하는 일본인이 만드는 여행 정보지 <뇨늄(Nyonyum)>과 태국에 있는 일본 여행자가 펴내는 여행 정보지 <다코(Daco)> 등이 그것인데, 한때는 서점에서 직접 <노매드>란 여행지를 발행하기도 했다. 2~3명이 간신히 움직일 수 있는 좁은 공간이지만, 그것이 또 도쿄의 동네 서점을 거니는 묘미이기에 그리 불편하진 않다.
www.nomad-books.co.jp
Comment_ 신간과 구간을 따로 구분해두지 않았다. 둘 다 같은 ‘여행책’이기 때문이라고. 올해 나온 신간 옆에 30년 전에 나온 여행지가 함께 자리한다.
에디터 이영균 (youngkyoon@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