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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돌아왔다

LIFESTYLE

김애란, 정유정, 배수아.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작가들의 새로운 이야기.

몇 달 사이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세 작가가 새로운 작품과 함께 돌아왔다. 김애란의 섬세한 감성, 정유정의 강렬한 서사, 배수아의 독창적 상상력이 담긴 신작 소설은 기다림이 헛되지 않을 만큼 훌륭하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겨울 초입, 따뜻한 커피 한잔에 그녀들의 신작을 곁들여 움츠러든 몸과 마음을 데우는 건 어떨까.
2002년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후 신중한 걸음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일궈온 작가 김애란. <달려라, 아비> 등 소설집 네 권과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으로 젊은 거장의 반열에 올라선 그녀가 13년 만에 장편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을 발표했다. 고등학교 2학년인 세 아이(지우, 소리, 채운)가 서로의 비밀을 엿본 후 호감을 비치기도, 의심하기도 하면서 만들어가는 우정과 거짓말, 그림과 죄에 관한 이야기다. 240쪽 분량의 소설에서 주요하게 다뤄지는 시간대는 두 달 남짓한 방학이지만, 내용이나 시기적으로 광범위하게 느껴진다. 세 아이의 시점을 오가며 서서히 진실이 밝혀지는 독특한 구성을 취해 현재 인물의 과거 일까지 총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기 때문. ‘무엇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관한 작가의 영리한 대답으로, 여기에 간결하고도 여운이 남는 문장을 더해 인물들의 다면적 삶을 완성한 점이 인상적이다.
<7년의 밤>, <28>, <종의 기원>에서 인간의 악과 대면해 사투를 벌인 작가 정유정은 현재 욕망과 정면 승부를 펼치고 있다. 장편소설 <영원한 천국>은 <완전한 행복>에 이은 욕망 3부작 두 번째 책으로, ‘과학의 발전으로 시공간의 제약을 극복한 영원의 세계에서 모든 것을 선택할 수 있다면, 최후에 남는 인류의 욕망은 무엇일까’라는 물음에서 출발했다. 소설의 한 축에는 유빙으로 둘러싸인 세계가 있다. 찾으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 도망치려는 자와 기다리는 자가 각자 욕망을 무기로 겨울바람처럼 매서운 복마전을 이룬다. 다른 한 축에는 타인의 욕망을 구현하는 스토리텔러인 해상, 그런 그녀에게 기이한 의뢰를 맡기는 경주가 있다. 두 사람이 만나는 곳은 ‘롤라’,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가상 세계다. 지독한 몰입감과 생생한 인물,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는 정유정식 서사에 500쪽 넘는 분량이 적다고 느껴지는 블록버스터 스케일의 작품이다.
배수아라는 이름 석 자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단어는 ‘낯섦’ 그리고 ‘이국적’이다. 추상화된 언어와 강제하지 않은 서사, 명확하지 않은 화자 등의 요소로 한국문학계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한 그녀가 5년 만에 신작 <속삭임 우묵한 정원>을 펴냈다. 이 장편소설은 “여행의 시작에 우체부가 왔다”라는 담백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화자인 ‘나’는 MJ라는 옛 인연에게 편지를 받고 그것을 읽지도 않은 채 여행 가방을 싸려 한다. 편지 한 통에서 시작된 여행을 앞두고 MJ에 대한 기억에 묻혀 따라온 시간과 정경, 당시 감정이 떠오른다. 여러 겹의 시간대와 회상이 중첩되며 모호한 이야기 흐름이 만들어지는데, 이는 불특정하고 비정형적인 인간의 기억과 닮았다. 과거로의 여정에서 들려오는 웅얼거림과 속삭임이 모여 하나의 인생을 복원한다는 사실을 넌지시 일러주는 작품이다.

 

에디터 황제웅(jewoong@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