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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예뻤다

LIFESTYLE

주디 주 셰프와 대화를 나누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노블레스 아너스 행사에서 선보인 그녀의 음식이 유난히 따뜻하고 맛있었던 건 쾌활하고 긍정적인 에너지 덕분인 게 분명하다고.

 

<노블레스>와 음식과 문화를 통한 VIP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전문 컨설팅 회사 ‘원더박스’가 매년 함께 진행하는 ‘노블레스 아너스’를 위해 이번에도 해외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인 스타 셰프를 초청했다. 그 주인공은 런던 플레이보이 클럽의 이그제큐티브 셰프 주디 주. 아직 국내엔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국에선 지난 2010년 <아이언 셰프>에 출연, 최종 4인에 선정돼 유명세를 탔고, 2011년부터 방영하고 있는 네 번째 시즌에선 심사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는 요리는 기대 이상이었다. 다양한 동화 캐릭터를 그려 넣고 이색적이고 기발한 테마를 적은 메뉴판은 동화적 상상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를테면 맑은 수프인 콩소메를 찻잔에 티처럼 연출해 담고 바삭하게 구운 얇은 감자칩을 곁들여 ‘Tea and Sandwiches’라 이름 붙이거나, 연어와 비트를 곁들인 캐나다산 스노크랩에 ‘The Fish Footman’s Invitation’이라는 테마를 부여하는 식이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섬세한 터치는 여자 셰프인 그녀만의 장기인 듯했다. 글라스에 달아 장식한 미니 카드를 열어볼 때나 수프 안에서 동화 속 트럼프 아이콘을 연상시키는 하트, 스페이드 등의 당근 모형 조각을 발견했을 땐 슬며시 웃음이 번지기도 했다. 쌈장으로 만든 소스를 곁들여 한국식 터치를 살짝 가미한 스테이크도 신선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정신없이 바쁘고 피곤했을 빅 디너가 끝난 후 훨씬 편안해 보이는 차림의 주디 주 셰프와 마주했다.

왼쪽부터_ The Cheshire Cat’s Meow, The Fish Footman’s Invitation, Tea and Sandwiches

이력이 독특하다.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공학(engineering)을 전공하고 월스트리트에서 일했다고 들었다. 다른 재미교포 2세와 마찬가지로, 엄격한 부모님 밑에서 전형적인 한국식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졸업하고 인턴십을 거친 후 모건스탠리에서 트레이딩과 리서치 일을 5년간 했다.
그런데 어떤 계기로 진로를 바꾸게 되었나? 더 이상 그 분야에서 일하고 싶지 않았다. 그만두기 몇 년 전엔 샌프란시스코에서 일했는데 뉴욕 거래 시간에 맞추려고 새벽 3시에 깨야 했다. 터무니없는 라이프스타일 아닌가?
안정적인 직업을 걷어찼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다. 글쎄, 금융 분야 일에 애정이 없었던 것 같다. 경제 전문가 같은 건 되고 싶지 않았다. 여가 시간엔 요리 잡지나 요리책을 보았고,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음식 먹는 걸 좋아했다. 엔터테이닝 분야에서 일하는 클라이언트가 많았는데, 그들과 샌프란시스코의 톱 레스토랑에 가서 훌륭한 음식과 와인을 즐겼다. 그게 내 첫 번째 파인다이닝 경험이다. 그 후 뉴욕의 프렌치 컬리너리 스쿨에서 요리를 배웠다.
<아이언 셰프>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되었나? ‘Slow Food USA’라 불리는 비영리단체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영국으로 이사한 후 고든 램지 레스토랑에서 2년 6개월 정도 일했다. <타임아웃> 매거진에 레스토랑 리뷰를 쓰고 텔레비전 일도 시작했는데, 그러다 출연하게 된 것이 <아이언 셰프>다. 그 쇼를 통해 다양한 한국 음식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김밥, 비빔밥, 갈비찜과 칼국수까지! 그 후 미국과 다른 지역에서도 다양한 일을 할 기회가 주어졌다. 지금 일하고 있는 플레이보이 클럽(1960~1970년대에 세계 각지에서 클럽을 운영하며 전성기를 누린 레스토랑 & 바이자 유명 카지노 클럽. 1980년대 들어 여권 신장 운동이 활발해지고 나이트클럽이 쇠퇴하면서 어려움을 겪기 시작해 런던 플레이보이 클럽도 문을 닫았다가 다시 개설했다)도 그 프로그램을 보고 나에게 연락한 거다.
런던 플레이보이 클럽은 어떤 분위기인가? 한국에서 알고 있는 이미지와는 많이 다르다. 고급스러운 하이엔드 클럽으로 카지노는 멤버십으로 운영한다. 그곳에서 일하는 걸 정말 재미있게 즐기고 있다.
요리하는 것 외에도 다양한 일을 한다고 들었다. 어떤 일을 하고 있나? 나는 셰프이자 푸드 라이터다. 건강과 운동, 음식에 관해 다루는 <셰이프(Shape)>의 온라인 매거진에 기고하고 있고, 미국 OK TV에서 매일 방영하는 쇼 프로그램의 푸드 통신원이기도 하다. 푸드 네트워크와 NBC 방송국에서는 한국 음식을 알리는 쇼도 진행하고 있다. 이 쇼에 소개한 한국 음식 콘텐츠를 담은 책을 비롯해 다양한 간행물도 쓰고 있다. 나는 300파운드의 몸무게를 가진 살찐 셰프는 되고 싶지 않다. 음식을 정말 좋아하지만 그만큼 건강과 웰빙에도 관심이 많고, 그래서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 한국에선 음식이 몸과 마음의 약이라고 하지 않나. 나도 그런 철학을 갖고 있다.
플레이보이 클럽에서도 한국 음식을 선보이나? 그렇다. 불고기 번 위에 가니시로 김치를 조금 얹어내는데 사람들이 정말 좋아한다.
한식의 세계화를 위한 미식 축제 ‘서울 고메 2011’에도 참가했는데 외국에서 보는 한식은 어느 정도의 위치인가? 나는 서양에서 자랐지만 한국인이기 때문에 양쪽 문화 모두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해외에서 한국 음식을 소개할 때마다 느끼는 건, 꼭 전통식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사실이다. 요리는 언어처럼 다이내믹하게 변화한다. 30년 전과 지금의 프랑스 음식은 완전히 다르다.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발전한 것이다. 한국 문화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한국의 맛을 친숙하게 전하는 것이 성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김치와 고추장, 된장이 어떤 맛의 한국 음식인지 알기만 하면 된다. 한국 식자재와 그 주요한 맛은 소개하되 다른 방식을 가미해 보여줘야 한다. 한국 음식에 대한 서양인의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고, 앞으로 더 글로벌한 음식으로 자리 잡을 거라고 생각한다.
금융 회사에서 거래를 하는 일과 주방에서 일하는 것에 어떤 공통점 혹은 차이점이 있나? 그런 주제로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고한 적이 있다. 트레이딩 일을 할 땐 헤드셋을 끼고 6개의 스크린 앞에서 매일 소리를 질러야 한다. 감정이 개입될 여유가 없다. 거칠게 밀치면서 ‘지금, 지금!’을 외치곤 한다. 욕설도 난무하고. 전형적인 남성의 세계고 매 순간 게임을 해야 한다. 차이점은 흑과 백이 분명한 금융 회사에선 나의 정확한 의견을 요구하지만 주방에선 단지 말없이 만들어내면 된다는 것이다. 전자에선 디렉터가 욕을 하면 나도 그대로 돌려주지만, 주방에선 헤드 셰프가 욕을 하더라도 ‘예스, 셰프!’ 해야 한다. 마치 군대 같다.
그런 경험이 지금의 일에 도움이 되고 있나? 그렇다! 생각해보니 나는 항상 남성 우위의 직업에서 계속 일하고 있다. 공학, 월스트리트, 레스토랑 주방… 그런데 그거 아나? 사실 나는 유치원부터 12학년까지 여자 학교만 다녔다. 그래서 학창 시절에 남자아이들과 같이 있은 적이 거의 없다. 그러다 남자만 있는 환경에서 일하게 되었다. 매우 흥미로운 경험이 아닐 수 없다.

 

딱딱한 권위보다는 좋은 사람과 즐겁게 일하는 분위기를 좋아하고, 세계 각국을 여행하며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해내고, 요리와 글을 통해 진지하면서 유쾌한 방식으로 만든 음식을 소개하며, 5년 후 또는 10년 후를 계획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주디 주. 그녀는 정말 예쁘고 멋져 보였다. 그런 그녀가 한국 음식을 전 세계에 알리는 일에 열정적인 한국인 셰프라 얼마나 다행스럽고 기쁜지 모르겠다.

에디터 이정주(프리랜서)
사진 선민수  인터뷰 진행 협조 다이아나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