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모인 이유
장르의 경계를 허물며 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크리에이터 집단 대주 콜렉티브.

대주 콜렉티브의 멤버들. 왼쪽부터 김대운, 김민식, 박주애, 마리오.
대주 콜렉티브 김대운, 박주애 작가의 이름에서 한 자씩 따와 명명한 크리에이터 그룹으로 그들의 예술적 실험을 통해 다양한 장르의 경계를 넘나든다. 컬러비트에서 선보인 김대운 · 홍진솔 작가 2인전 〈익스터널 노드〉를 시작으로 제주에서 14명의 시각예술가와 댄스 퍼포먼스가 함께한 프로젝트 〈욕망탐구〉, 페이지룸8에서 개최한 김대운 · 박주애 작가 2인전 〈축원〉, 암스테르담에서 진행한 〈식구〉, 그 외에 아트 페어 더 프리뷰의 퍼포먼스 기획까지 대주 콜렉티브는 끊임없이 그들의 활동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
다양한 예술 장르를 융합해 새로운 이야기를 전해온 대주 콜렉티브. 3월 14일, 그들이 노블레스 컬렉션에서 열리는 〈티틴: 다시 만난 세계〉 전시를 통해 또 다른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트랜스로컬(translocal)’과 ‘타자화’를 주제로 이란, 핀란드, 싱가포르 등 다양한 국가의 아티스트가 참여한다. 대주 콜렉티브가 걸어온 예술적 여정과 이번 전시의 내용을 깊이 있게 알아보기 위해 그룹의 핵심 멤버인 작가 김대운, 박주애 그리고 큐레이터인 김민식과 마리오를 남양주의 작업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대주 콜렉티브의 시작이 궁금합니다.
박주애(아티스트) 김대운 작가를 처음 만난 것은 한 예술 프로그램에서였어요. 제가 도자 조각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금방 친해졌죠. 처음에는 ‘이런 전시를 해보면 어떨까?’, ‘저런 프로젝트를 시도해보면 어떨까?’ 등 가벼운 상상을 나누는 것으로 시작했어요. 그 상상이 점차 구체적 형태로 발전하며 다양한 예술 장르를 융합할 수 있는 프로젝트로 확장되었고, 결국 대주 콜렉티브라는 이름으로 실현되었어요.
김대운(아티스트)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미술만이 전부는 아니잖아요. 음악, 댄스, 디자인 등 다양한 예술 장르가 존재하죠. 그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한데 모아 특정 장르에 국한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어요.
다양한 예술 분야의 인물들이 모이겠군요.
김대운 저와 박주애 작가를 중심으로 프로젝트마다 게스트를 초대하는 방식으로 멤버들이 유동적으로 바뀝니다.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이 참여하면서 대주 콜렉티브의 규모도 확장되고 있죠. 이 팀의 가장 큰 특징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였다는 겁니다. 김민식 큐레이터의 경우 본업은 치과 의사지만, 예술에 대한 사랑이 깊고 새로운 시도를 끊임없이 추구하며 많은 프로젝트의 기획자로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댄서, 음악감독, 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어요.
박주애 제주에서 열린 〈욕망탐구〉전에는 패션 디자이너가 참여했어요. 그 디자이너는 티셔츠 디자인을 넘어 옷에 구멍을 뚫거나 QR코드를 삽입해 저희 인스타그램 계정과 연결하는 방식으로 티셔츠를 전위적 예술 작품으로 변형했습니다. 이런 실험적 접근이 바로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인 것 같아요.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방식의 작업이죠.
사적으로도 굉장히 친밀한 사이죠. 이런 특별한 유대가 작업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끼칠까요?
김대운 멤버들이 기본적으로 유연하고, 때로는 무모할 정도로 의욕적입니다. 일단 결심하면 그 뒤에는 의심의 여지 없이 확신을 가지고 나아가죠. 이런 강한 의지와 자신감이 큰 힘이 되어 저희 프로젝트를 끊임없이 이어가게 한다고 생각해요.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지만 그 다양성을 즐깁니다. 그래서 무엇을 하느냐보다는 그 사람의 잠재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순간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예술의 장르를 넘나드는 과정에서 장벽이 낮아지고 더 많은 가능성이 열린다고 느껴요.
김민식(큐레이터) 저는 ‘왜?’라는 질문을 자주 던집니다. 그 질문이 친밀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때로 불편할 수 있겠지만, 멤버들끼리 거리낌 없이 묻고 답하며 깊은 대화를 나누는 과정이 매우 값집니다. 때로는 송곳 같은 질문이 오히려 넓고 깊은 대화를 이끌어내는 것 같아요.
박주애 가끔 스튜디오에 초대해 제 작업에 대해 물어보면 진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아요. 심지어 다음 날 각종 자료와 함께 텍스트로 크리틱을 정리해 보내주는 사람도 있죠. 특히 음악, 댄스 등 다른 매체의 아티스트들이 던지는 질문은 제 기존 생각을 깨뜨리고, 그들의 몸짓이나 사운드에서 새로운 영감을 받기도 해요. 이런 상호작용이 제 예술적 표현의 폭을 넓혀주는 중요한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제주에서 열린 〈욕망탐구〉 프로젝트의 퍼포먼스 전경.
〈익스터널 노드〉 전시를 시작으로 〈욕망탐구〉 프로젝트와 암스테르담에서 진행한 〈식구〉까지, 대주 콜렉티브는 정말 숨가쁘게 달려왔죠. 지금까지 활동 중 특히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다면요?
김대운 〈욕망탐구〉는 박주애 작가와 공동 기획한 첫 프로젝트로 서울과 제주를 잇는 특별한 의미가 있었습니다. 14명의 시각예술가와 DJ, 국악, 발레, 보깅 댄스 등 다양한 퍼포먼스를 결합한 전시였죠. 이 전시는 장르를 넘나드는 첫 번째 시도로, ‘작업을 마음껏 표출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고, 제목에도 ‘욕망’이라는 단어를 넣어 그런 의도를 드러냈어요. 그 후 활동에 자신감을 불어넣어준 프로젝트였어요.
김민식 〈익스터널 노드〉전은 제가 대주 콜렉티브의 일원으로 참여한 첫 프로젝트여서 더 의미가 있어요. 기획을 시작하며 많은 의구심이 들었지만, 전시를 잘 마친 후 큰 만족감을 느꼈습니다. 특히 김대운, 홍진솔 작가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진행한 덕에 작가와 깊은 대화를 나누며 전시를 기획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을 수 있었어요.
다가오는 3월, 노블레스 컬렉션에서 대주 콜렉티브가 기획하고 참여하는 전시 〈티틴: 다시 만난 세계〉가 열리죠.
김대운 〈서발턴은 말할 수 있는가〉라는 책에서 다룬 비주류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며 그들이 어떻게 억압받고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한 것이 전시 기획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이 전시는 한국을 포함해 이란, 핀란드, 싱가포르 등 다국적 아티스트가 참여하는데, 특히 한국에서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마리오가 큐레이터로 합류하면서 그가 겪은 한국 미술계의 높은 진입 장벽 등이 전시가 전하는 중요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리오(큐레이터) 한국에서 외국인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것은 항상 쉽지 않았습니다. 아티스트들은 개방적이지만 미술계의 구조는 여전히 폐쇄적인 현실을 실감했습니다. 외국인에 대한 편견과 장벽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을 느꼈어요. 이번 전시가 중요한 건 그런 단순한 개인적 경험을 넘어 사회적· 문화적 맥락에서 중요한 논의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민식 대주 콜렉티브의 전시는 주류 사회에서 벗어났거나 외부인 취급을 받는 이들의 경험, 즉 ‘타자성’을 중심에 두고 진행합니다. 이번 전시는 각국의 동시대 작가와 함께 글로벌한 시각으로 주제를 확장하려는 의도를 담았어요. 특히 반이민 정책과 다문화 사회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되는 현시대에 이 전시가 중요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전시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한마디로 요약한다면요?
김민식 모두 어딘가에서 소수가 될 수 있어.”
이번 전시에는 이란, 핀란드, 싱가포르 등 다양한 국적의 아티스트가 참여하는데, 각각 어떤 작품을 선보이나요?
김민식 이번 전시에서는 설치, 영상, 페인팅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합니다. 이란 출신 여성 작가 세피데 자마니(Sepideh Zamani)는 평면과 조각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통해 개인적 경험을 역동성과 위트를 더한 서사로 풀어냅니다. 핀란드 출신 작가 야코 뮈리(Jaakko Myyri)는 기계를 인간처럼 인식하며 타자화의 개념을 미래적 · 철학적으로 확장하고, 싱가포르 출신 작가 촨(Choānn)은 비주류가 겪는 사회 현실과 공간적 배제를 탐구해 이를 디스토피아적 시각으로 다룬 영상을 선보입니다. 김대운은 타자화된 존재를 포용하고 그들과 함께 나아가는 예술적 비전을 주로 도자라는 매체를 통해 제시해왔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도자와 다른 재료의 융합을 시도하며 서로 다른 존재가 모여 이루는 세상을 시각적으로 풀어낼 예정입니다. 박주애는 작가로서 또 여성으로서 경험하는 보편적 고충을 작업에 담아냅니다. 눈물이나 체액 등 자기 신체의 일부가 기화하는 형태로 내면의 감정을 형상화하며 신체성과 연결된 작업을 통해 만질 수 없는 감정을 물질적으로 전달할 계획입니다.
이번 전시의 후속 활동도 계획 중이라고요?
김민식 전시 기간에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 관람객이 작품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에요. 후속 전시로 〈마더〉전을 구상 중인데, 이 전시는 어머니를 주제로 한 작업을 선보이며 세대를 넘나드는 이야기를 다룰 예정입니다. 〈티틴: 다시 만난 세계〉전이 ‘타자성’을 주제로 문화적 · 지리적 경계를 넘나들며 동시대적 이슈를 횡적으로 다룬다면, 〈마더〉전은 세대라는 수직적 시각에서 전개하려 합니다. 어머니를 주제로 작업하거나 어머니와 함께 작업한 작품을 전시하면서 세대 간 차이와 그로 인한 타자화를 탐구하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대주 콜렉티브가 앞으로 꼭 진행해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다면요?
김대운 간단히 말하면 ‘대주유랑단’요. 〈욕망탐구〉전이 서울과 제주를 잇는 지역 중심 아트 프로젝트였다면 이제는 그 범위를 전 세계로 확장하고 싶어요. 각기 다른 문화와 결합해 서로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세계적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마치 월드 투어처럼 다양한 문화와 예술이 교차하며 더 큰 영향을 주고받는 프로젝트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박주애 세상 어디엔가 우리와 비슷한 방식으로 예술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거예요. 그들을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계속 찾아내 함께 작업하고 싶습니다. 재미와 흥미에서 시작된 일이야말로 가장 순수하고 강력한 에너지를 가진다고 생각해요. 비록 무모해 보일지라도 계속해서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창작을 이어나가고, 그런 동료들이 모여 이끌어가는 환경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에디터 조인정(ijcho@noblesse.com)
사진 김제원(인물), 대주 콜렉티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