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LETTER

노블레스 매거진의 뉴스레터를 신청해보세요.
트렌드 뉴스와 이벤트 소식을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닫기

그중의 제일은 사랑이라

LIFESTYLE

사랑은 모든 걸 초월한다고 말하는 고전부터 진짜 사랑은 이별 후에 찾아온다고 말하는 에세이, 사랑만 한 블랙코미디도 없다고 말하는 소설, 그저 깊고 고요히 사랑 ‘같은 것’에 대해 말하는 시집까지. 오롯이 사랑으로만 써 내려간 책 네 권.

 

사랑을 정의하는 건 무의미한 짓이다. 사랑은 인간이 추구하는 모든 것의 궁극적 목표이기 때문에. 좋지만 슬프고, 숭고하지만 뒤죽박죽인 그 어떤 것이기 때문에. 하지만 여기 몇 권의 책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도 우리가 다시 한 번 사랑을 좇지 않을 수 있을까? 가령 고전인 <콜레라 시대의 사랑>은 이수일과 심순애도 울고 갈 신파적 사랑 이야기다. 가난한 청년이 아름다운 소녀와 사랑에 빠지지만 결국 소녀는 부유한 의사와 결혼해버리고, 청년은 죽음이 그녀와 남편을 갈라놓을 때까지 무려 50여 년을 기다린다는 것이 대략적인 줄거리. 책에 등장하는 대표적 빈곤병인 콜레라는 스페인어로 Colera(남성명사론 질병, 여성명사론 분노), 즉 ‘콜레라 시대’는 빈곤과 분노를 뜻한다. 스페인의 식민지에서 막 벗어난 19세기 말 콜롬비아가 배경으로 표면적으론 강대국에 착취당하고, 안으론 여러 내전에 시달리는 눈물겨운 개인의 시대를 콜레라에 빗대 묘사하고 있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읽어볼 가치가 있는 이 소설은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주는 고통이 있는 한 그곳이 어디든 콜레라 시대라고 말한다.

그런가 하면 사랑을 사랑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사랑 에세이도 있다. <사랑의 미래>에서 이광호는 모든 것이 끝난 후, 그것이 사랑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감정을 겨우 사랑이라고 이름 붙인다. 소설도 아닌, 그렇다고 에세이라고 말하기도 뭐한 41편의 에피소드를 묶은 책에서 그는 사랑에 대해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사랑의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사랑의 미래를 향해 떠날 수 있다. 어떤 희망도, 어떤 목적도, 어떤 대가도, 어떤 이름도 없이. ‘내’가 살아가야 할 세계가 어딘가에 남아 있고, 그 하늘의 늙은 그림자 아래서 ‘당신’이 늦은 아침밥을 먹고 있다면, ‘나’도 한 숟가락의 밥을 뜨고 다시 길을 나설 수 있다”고. 말하자면 이 책은 사랑을 이야기하는 다른 방법에 대한 탐색쯤이 아닐까.

정이현과 알랭 드 보통이 각각 한 권씩 쓴 <사랑의 기초>는 독자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것이 요물 같은 기획 소설이다. 정이현이 쓴 ‘연인들’은 서울에 사는 젊은 연인의 사랑과 좌절에 대한 이야기고, 알랭 드 보통의 ‘한 남자’는 런던에 사는 오래된 부부의 서로에 대한 기대와 실망에 대한 이야기. 하지만 재미있게도 2편을 나란히 읽어 내려가면 ‘연인들’은 대한민국 20대의 연애를 가감 없이 찍어낸 다큐멘터리고, ‘한 남자’는 알랭 드 보통 자신에 대한 해설서가 아닐까 하는 연상으로 이어진다.

시집 <눈사람 여관>은 이 방면(사랑)으로는 거의 대적할 상대가 없는 이병률 시인이 맘잡고 써낸 사랑 시집이다. “세월이 나의 뺨을 후려치더라도 나는 건달이며 전속 시인으로 있을 것”이라며, 아예 첫 장부터 지능적으로 곁다리 공격을 펼치는 시인은 겨울의 문턱에서 읽기 좋은 사랑이거나 사랑 ‘같은’ 시 62편을 작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읊어낸다. 특히 시집에 쓰인 시어는 너무 예쁘고 조곤조곤해서 읽다가도 덮고 싶고, 덮었다가도 다시 읽고 싶어질 지경이다.

에디터 이영균 (youngkyoon@noblesse.com)
사진 김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