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찬란한 비명
건반악기의 역사를 바꾼 연주자. 바흐의 곡에 생명을 불어넣은 기이한 천재 글렌 굴드.

글렌 굴드(Glenn Gould)의 연주는 유려하다. 피아노의 한 옥타브가 12건반으로 이뤄졌단 것을 부정한다. 마치 현악기처럼 음을 잘게 쪼갠다. 그의 건반은 물 위를 걷는다. 수면 위에 음이 머무는 시간은 찰나, 곧바로 다음 음이 이어지고 물리법칙은 무시된다. 그 걸음은 우아하고 때론 허망하다. 마치 허밍처럼 예측 불가능한 궤도로 비행한다.
건반악기에서 ‘재능’은 글렌 굴드를 뜻한다. 3세 때 피아노를 시작해 12세에 토론토 왕립음악원을 졸업한 천재에게 또 다른 천재인 레너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과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Herbert von Karajan)은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그 재능이 그를 행복하게 해주지는 못했다. 글렌 굴드는 기이했다. 첫 레코드이자 음반 역사상 길이 남을 걸작인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Bach: The Goldberg Variations)> 녹음 당시 입을 크게 벌리고 허밍을 했다. 엔지니어들은 그 소리가 섞이지 않도록 신경을 곧추세웠다. 1981년에 재녹음한 <골드베르크 변주곡>에선 음 사이로 그의 허밍을 들을 수 있다. 그것은 마치 낮게 신음하는 비명처럼 들린다. 굴드는 1964년 미국 공연을 끝으로 무대에서 내려왔다. 사망 직전까지 녹음으로만 활동을 이어간 것이다. 굴드는 자신이 연주하는 환경이 완벽히 통제되기를 원했다. 관객의 존재로 연주가 왜곡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기이한 천재는 만 5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올해 글렌 굴드의 탄생 85주년을 맞았다. 소니뮤직은 이를 기념해 리마스터 앨범을 출시한다. 한국에서도 곧 그의 찬란한 비명을 다시 들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에디터 조재국(jeju@noblesse.com)
사진 Getty 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