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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배우는 예술

ARTNOW

이우환은 예술을 이렇게 정의한다. “예술은 시이며 비평이고 그리고 초월적인 것이다.” 시와 비평으로, 철학으로 그리고 삶으로 예술을 말하는 책 6권을 모았다.

믿고 보는 컬렉터
부자가 아니면 미술품을 수집할 수 없는 걸까? 컬렉팅이 다른 세상 일 같다가도 <월급쟁이, 컬렉터 되다>를 들여다보면 그 생각이 달라진다. 평범한 직장인인 저자 미야쓰 다이스케는 15년 동안 월급만으로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을 비롯해 300여 점의 작품을 모은 컬렉션계의 이단아! 그는 현대미술품과 수집의 매력, 유명한 컬렉터의 사례, 자신의 롤모델을 소개하며 독자를 유인한다. 작품을 구입하는 방법, 전 세계 아트 페어 정보, 예술가들과 교류한 경험, 작품 구매 후 보존과 보관 방법, 그리고 작품 판매와 대여 방법 등 그의 실질적 노하우를 전수받다 보면 컬렉팅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닌 듯하다. 그렇다면 월급쟁이 컬렉터가 공개하는 노하우는? 적극적으로 예술계 인맥을 쌓을 것, 그리고 자신의 취향에 충실할 것. 그는 특히 현대미술 작품 수집을 강력히 권한다. “오늘 구입한 작품의 작가가 10년 후 또는 100년 후 파블로 피카소처럼 전설적 예술가가 될 수도 있지 않은가. 당신의 안목을 적극적으로 시험해보라.” 다이스케가 평범한 생활형 컬렉터의 성장기를 보여줬다면 찰스 사치는 우리 시대 거물급 아트 컬렉터의 대표적 예다. 그는 운영하던 광고 에이전시를 세계 정상의 자리에 올려놓은 뒤 거기서 얻은 막대한 부로 미술품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나, 찰스 사치, 아트홀릭>은 내성적이면서도 자신의 견해에 대해서는 지나치리만큼 확고한 입장을 보이는 ‘예술품 쇼핑 중독자’ 찰스 사치 최초의 문답 모음집이다. 그에게 질문을 던진 일반 대중, 언론계 종사자, 비평가들은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이 미스터리한 인물에게 수많은 질문을 쏟아냈다. 질문의 범주 또한 다양하다. 예술, 광고, 돈, 직업, 종교, 결혼, 정치, 음악, 동성애까지. 아주 사적인 질문도 있지만 사치의 위트 있는 대답은 오히려 질문자를 당황하게 한다. 역시 가장 많은 질문은 예술에 관한 것. 예술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지, 피카소의 좋은 작품과 나쁜 작품은 어떻게 구분하는지, 1000달러의 여윳돈이 있는데 어떤 예술품에 투자하면 좋을지 등 광범위한 내용이 담겨 있다. 독자의 예상을 뛰어넘는 오직 사치만이 할 수 있는 답변, 시종일관 유머를 잃지 않는 그의 놀라운 입담을 눈으로 좇다 보면 어느새 그가 이야기하는 미술 세계에 빠져들게 된다.

“피카소와 데이미언 허스트의 좋은 작품과 나쁜 작품을 구분할 수 없다면 당신의 컬렉팅 행위는 아주 제한된 만족만을 안겨줄 것입니다. 컬렉션이라는 행위는 결국 자신만의 작품을 선택하는 즐거움이 전부니까요. 구분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은 나처럼 불안정한 취향을 갖는 겁니다.”
– 찰스 사치, <나, 찰스 사치, 아트홀릭> 중에서

 

동서양 예술의 맥을 짚다
걸작이 걸작으로 불리는 근본적 이유를 깨닫지 못한다면 그저 남들이 붙여놓은 이름을 읽는 것에 불과하다. <쉽게 읽는 서양 미술사>는 그런 갈증을 해소해주는 책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와 종교의 역사까지 아우르는 복잡한 서양 미술사를 순차적으로 설명하며 작품에 보다 가까이 다가가게 한다. 과거 ‘몇 년에’, ‘어느 나라에서’, ‘어떤 기법으로’처럼 암기식으로 배우는 지루한 미술사를 생각했다면 한시름 놓아도 좋다. 저자 이케가미 히데히로는 “중요한 것은 고유명사나 연도를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에 대해 사고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미술에 대한 근본적 가르침을 비롯해 ‘스케치 스킬’, ‘서술 스킬’ 등 저자만의 그림 읽는 노하우까지 습득하고 나면 미술관에서 마주치는 명작이 새롭게 보일 것이다. 한편 이우환 화백의 철학적 단상을 모은 수필집 <여백의 예술>은 동서양의 근·현대미술과 문화 전반을 그의 문학적 감수성으로 표현한 책이다. 예술론, 미학 에세이, 혹은 철학서로 느껴질 만큼 장르를 넘나드는 글을 읽다 보면, 그가 말하는 ‘여백’이 세계, 우주와 교감하는 무한한 영역이 아닐까 싶다. 특히 세잔, 마티스, 몬드리안을 비롯해 백남준까지 그에게 영향을 끼친 예술가에 대해 서술한 문장은 생동감이 넘친다. 그는 “마티스에 이르러 풍경화가 소멸되고 모두 다 정물화로 수렴되었다”거나 “백남준은 온전한 의미에서 비디오아트의 창시자인 동시에 비디오아트의 종말을 고한 자”라는 과감한 평가를 내렸다. 그가 끊임없이 사유해온 예술론과 현대미술을 바라보는 그의 독특한 시각에서 ‘여백의 예술’이라는 것이 몸소 느껴진다.

“우주의 삼라만상은 점에서 시작돼 점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점은 새로운 점을 부르고, 그리하여 선으로 이어간다. 모든 것은 점과 선의 집합과 산란의 광경이다. 존재하는 것은 점이며 산다는 것은 선이므로 나 또한 점이며 선이다. 삼라만상이 나의 재생산이 아닌 것처럼 내가 표현하는 점 또한 늘 새로운 생명체가 되리라.”
– 이우환, <여백의 예술> 중에서

 

예술가와 대화하기
<예술가의 뒷모습>은 제프 쿤스, 아이웨이웨이, 신디 셔먼, 가브리엘 오로스코 등 세계적 아티스트의 인터뷰를 모은 책이다. 저자인 예술사회학자 세라 손턴(Sarah Thornton)이 2009년부터 4년 동안 미술가 130명을 인터뷰하고 그중 33명을 선정했다. 이 ‘프로 예술가’들은 인터뷰에서 미술가로서 정체성을 지키는 방법과 자신의 평판, 사회적 위상에 대해 분명하고 솔직하게 의사를 표현한다. ‘자신의 작업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어떤 규범과 신념을 지키며 살아가는가?’, ‘미술 시장, 비평가, 미디어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등 다소 날카로운 주제의 질문이지만 민낯에 가까운 미술가의 답변은 꽤 흥미진진하다. 현대미술가들이 비밀스럽게 감추고 있던 내면과 감정의 속살을 들여다보니 ‘난해하다’ 싶던 작품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예술계 뒷이야기나 예술가의 개인적 근황보다 예술 철학, 현시대와 미래를 바라보는 시선 등 아티스트의 핵심을 찌르는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영국의 문예지 <화이트 리뷰(The White Review)>에 수록된 12명의 인터뷰를 새롭게 엮은 <예술가의 항해술>을 살펴보자. 전 세계 미술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큐레이터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부터 프랑스의 저명한 개념미술가 소피 칼, 도덕주의 예술가 구스타프 메츠거, 사진작가 위르겐 텔러 등 자신만의 우아하고 튼튼한 선박을 건조한 예술계 종사자들의 이야기다. 상대에 대한 배려가 담긴 질문과 답변에서 오히려 이전까지 누설한 적 없는 예술가의 생각과 철학 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무심결에 비밀 이야기가 새어 나오기도 하고 자기 합리화에 가까운 답변이 등장하기도 한다. 인터뷰를 통해 접한 그들 고유의 항해술은 새로운 작품 감상을 위한 계기를 마련하면서 예술과 관람객 사이에 연결 고리를 만든다.

“만일 우리가 ‘세계 혁명’ 같은 걸 추구한다면 예술이 아닌 다른 수단을 택하는 편이 더 현명할 것이다. 예술이 초래하는 결과는 측정이 불가능하다. 효율성과 결과에 눈이 먼 이 세상에서 예술은 직접적인 효과를 나타내지 못한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
–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예술가의 항해술> 엘름그렌 & 드락세트 인터뷰 중에서

에디터 임해경 (hklim@noblesse.com)
사진 김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