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민정, 감각의 확장
전통 조각 재료와 미디어를 결합하는 ‘비디오 조각’ 장르를 개척해온 작가 금민정.
금민정 금민정 작가는 홍익대학교 조소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장소를 모티브로 한 영상 작업과 조각을 결합하는 ‘비디오 조각’ 장르를 개척해왔다. 2006년 첫 개인전 〈집 House〉를 시작으로 금호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예술의전당, 광주시립미술관 등에서 열린 다수의 기획전에 참여했으며 현재 서울시립미술관, 부산현대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금호미술관 등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나무, 쇠 등 전통 조각 재료와 미디어를 결합하는 비디오 조각 작품을 주로 선보였습니다.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이 장르의 탄생 과정이 궁금해요. 조소를 전공한 저는 쇠, 나무 등으로 입체를 만드는 법을 배웠고, 동시에 저희 세대는 비디오라는 새로운 매체를 작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전통적 입체 조각 방식에서 벗어나 생동감 있게 움직일 수 있는 방식에 대해 연구했죠. 다만 저는 기계장치에 의한 움직임보다 이미지가 움직이는 영상이 더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처음 3D 그래픽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영상과 오브제의 결합인 비디오 조각으로 자연스럽게 발전했어요.
미디어와 조각의 결합, 작업 과정에서 복잡하고 어려운 기술을 필요로 할 것 같습니다. 조각 재료와 모니터의 이질적 만남을 조화롭게 융합시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초기 작업에서는 대상이 가진 시간성에 대해 이야기했죠. 예를 들어 나무의 한 부분을 촬영한 영상과 실제 나무를 병치시켜 그 나무의 과거를 재현한 작품을 선보였어요. 거기서 더 나아가 최근에는 전시 공간 전체를 재료로 삼아 영상과 현실의 대비를 만들어내거나 데이터를 이용해 반응형 움직임을 감지하는 등 더 심화된 기술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위 금민정 작가가 직접 촬영한 소쇄원.
아래 금민정 작가가 직접 촬영한 금능해변.
대부분 직접 경험한 ‘장소’에서 모티브를 얻어 작업하시죠? 제 작업의 가장 큰 원동력은 기억입니다. 어떤 장소에 대한 특별한 기억 혹은 그곳을 방문했을 때 되살아나는 추억은 제게 큰 영감을 줍니다. 대상이 저에게 주는 직관적 감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유난히 따뜻하거나 춥거나 새로운 감각이 느껴지는 공간에는 그곳만의 스토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초기 작업에서는 저에게 큰 영향을 주는 집과 작업실 등 제 내면의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역사성이 깃든 장소거나 대자연 혹은 가상의 공간 등 외부로 그 영역이 옮아가고 있습니다. 또한 마음의 치유가 필요해 찾아간 곳을 재구성해 치유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등 추상적 가상공간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특정 장소에서 영감을 받은 향 브랜드 ‘지오아트굿즈(Gio Art Goods)’를 론칭하셨죠. 제 작품은 그동안 주로 시각과 청각에 의존해왔는데, 2년여 전부터 후각과 촉각 등 오감으로 확장해 향으로 기억에 대한 감성을 극대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즉 감각의 확장이죠. 제가 비디오 작업을 하듯 향이라는 매체로 제 예술 세계를 표현한 하나의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예술적 퍼포먼스로 향을 이용할 계획입니다.

‘지오아트 굿즈(Gio Art Goods)’.
그중 특히 소개하고 싶은 향이 있다면요? 론칭한 향 모두 제겐 의미가 깊지만 그중에서 ‘연모’를 소개하고 싶어요. 담양의 소쇄원을 모티브로 만들었는데, 마치 그곳에서 맡은 원목 정자 내음과 대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향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해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향입니다. 앞으로는 제 향기 작업의 모티브인 장소성을 세계로 넓혀 파리, 헬싱키, 도쿄 등 제 취향과 장소의 이야기를 담은 다채로운 향을 만들고 싶어요.
3월 노블레스 컬렉션에서 열리는 개인전 〈Sense Expansion, Scent Memory〉에서는 어떤 작품을 선보이실 예정인가요? 제가 주로 작업해온 비디오 설치 작품과 함께 새로 론칭한 향을 이용한 설치 작품으로 전시장을 채울 예정입니다. 그동안 비디오 조각 재료로 나무와 금속 등을 주로 사용했는데, 그 성질에 약간 변화를 주어 현대 산업 재료인 콘크리트로 작업한 작품을 선보이려 합니다. 최근 GS건설 사내 벤처 팀인 콘크리트연구팀에서 탄소 배출이 없는 친환경 콘크리트를 전격 협찬해줘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현대인에게 필요한 힐링의 요소인 자연을 콘셉트로 콘크리트와 이끼, 물 등 산업 재료와 자연 요소를 이용한 신작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노블레스 컬렉션을 찾아 작품을 관람하는 이들에게도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아요.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관람객의 감각적 몰입을 유도하고 싶습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도시에서 자연으로 마치 순간 이동을 한 것처럼 신선한 장면을 마주하게 되고, 숨어 있던 각자의 추억과 감성을 떠올리게 될 거예요. 제 작품을 통해 도시에서 만나는 자연과 함께 관람객들이 정서적 변화를 느끼길 바랍니다.
에디터 조인정(jcho@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