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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되지 않은 삶을 기록하는 일

ARTNOW

뉴욕과 하와이에 기반을 두고 작업하는 김성환 작가는 20세기 초 한인 이민자들의 삶과 여정을 시각적으로 기록한다.

김성환 개인전 〈Ua a‘o ‘ia ‘o ia e ia 우아 아오 이아 오 이아 에 이아〉 설치 전경 중 ‘몸 콤플렉스’(2024).

땅을 밟으면 발자국이 남는다. 그런 발자국에 의해 나무와 풀 사이로 길이 생겼을 것이다. 거기에 평탄한 보도가 놓이고,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넓은 도로가 나는 식으로 길은 발전해왔다. 하지만 물은 그와 다르다. 육지의 길과 달리 배가 물길을 지난 후에는 그 흔적이 지워지기 때문이다. 풍랑으로 배가 난파한 후에도 비와 바람이 잦아들고 나면 가라앉은 배는 간데없이 사라진다.
20세기 초 하와이를 거쳐 미국으로 이주한 한인 이민자들 역시 배를 탔고, 우리가 배운 역사에는 그들의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미국, 한국, 하와이에서 모두 마찬가지다. 그걸 시각적으로 기록한 것이 ‘표해록’(2017~ ) 연작이고, 그 과정을 전시로 만든 것이 이번에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선보이는 〈Ua a‘o ‘ia ‘o ia e ia 우아 아오 이아 오 이아 에 이아〉전이다.
하와이어와 한국어 표음을 병치한 전시 제목은 ‘그가 그에게 배웠다. 배웠다. 그에 의해 가르침을’이라는 뜻이다. 한인 이민자들의 삶과 여정은 왜 알려지지 않고 사라졌을까? 그 기록이 지워지게 한 힘은 어떤 것일까? 그렇게 사라진 기록을 우리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전시를 보러 온 사람들은 생각하고 질문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로 인해 전시는 계속 변화하고, 다르게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에디터 정규영(ky.chung@noblesse.com)
구술 김성환
사진 서울시립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