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이 되어 있나요?
‘옷장의 기본기’가 담긴 컬렉션.

새로운 계절을 앞두고 물욕이 차오른다. 이런 시기를 겨냥해 패션 하우스는 새로운 유행을 창조하고 제시하지만, 요즘 패션 하우스는 유행만을 강권하지 않는다. 오히려 일순간 스치는 유행 대신 옷차림의 근원에 가까운 아이템이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되새기며 전파하는 중. 아마도 런웨이에 선 모델처럼 유행 전방의 옷차림을 매일 즐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과 갖춰진 기본기에 새로운 것을 더할 때 빛을 발한다는 만고의 진리가 담겼을 테다. 스웨트셔츠와 데님 팬츠, 블루종처럼 이들이 내놓는 제품은 사실 아주 기본적인 형태다. 하지만 면면히 뜯어볼 때 드러나는 소재와 완성도는 이를 선택하는 이에게 확실한 자부심을 안긴다. 음식이나 회화, 사진 모두 단순하고 기본적인 것에서 최상의 미학을 탄생시키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듯, 누구나 만들 수 있을 법한 가장 기본적인 것을 근사하게 표현해내는 럭셔리 브랜드 지점이야말로 구매자를 더욱 경도되게 하는 것이다. 루이 비통은 2019년 프리폴 컬렉션 시즌부터 스테이플스 에디션이란 이름으로 새로운 라인을 전개하고 있다. 최고급 면과 캐시미어, 데님, 가죽 소재로 완성한 의상과 가방, 슈즈, 액세서리 등 누구나 필수 아이템이라 고개를 끄덕일 만한 아이템을 다양한 커팅과 기술 가공법을 활용해 완성했다.
옷 접는 방법을 도식화한 가죽 태그와 ‘스테이플’의 실제 의미를 담아 핀처럼 고정한 귀여운 금속 디테일을 발견하는 즐거움도 있으니 놓치지 말길. 디올 맨은 에센셜 컬렉션을 선보인다. 꼭 필요하고 매우 중요한 것을 의미하는 컬렉션 이름답게 남성복에 대한 아티스틱 디렉터 킴 존스의 본질적 고찰이 담겼다. 무슈 디올 시절부터 디올의 미학적 세계와 인연이 깊은 네이비와 그레이를 중심으로 그물눈 형태의 ‘까나주’ 모티브, 디올 오블리크 모노그램 패턴 등 하우스의 상징적 요소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중요한 회의를 앞둔 평일 혹은 여유로운 주말, 오피스와 특별한 파티를 모두 아우르는 아이템으로 남자의 삶과 일상에 밀착된 인상을 준다. 요즘 버버리는 한층 젊어지고 진보했지만, 보이 라인과 별개로 젠틀맨 라인을 전개하며 기존 로열티를 지닌 고객과 멋을 아는 신사를 모두 흡수한다. 보이 라인이 아티스틱 디렉터 리카르도 티시 특유의 하이엔드 스트리트 무드로 채워진 반면, 슈트와 드레스 셔츠, 정중한 옥스퍼드 슈즈, 클래식한 캐멀 코트 등이 주를 이룬 젠틀맨 라인은 펑크를 사랑하는 동시에 승마를 즐기는 영국 남성의 귀족적 태도가 묻어난다. 에르메네질도 제냐 쿠튀르 라인과 별개로 일상을 위한 담담한 룩을 선보이는 에르메네질도 제냐 역시 오랜 친구가 될 법한 옷을 발견할 수 있다. 말쑥한 실루엣이 돋보이는 테일러링 슈트는 셔츠와 타이를 톤온톤으로 매치해 한층 세련된 분위기를 강조했고, 앨리게이터 밴드를 장식한 모카신과 클러치백은 시간과 장소를 초월한 스타일의 조력자가 되어줄 것이다.
에디터 정유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