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운 센 하이브리드
친환경 차가 효율과 경제성만으로 승부하던 시대는 지났다. 운전의 재미를 만족시켜야 요즘 하이브리드 카 대열에 오를 수 있다.

BMW 뉴 X5 x드라이브40e
좀 지난 일이지만 올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앨러미다 비행장에 332대의 자동차가 집결한 사건이 있었다. 주인공은 세계 최초의 하이브리드 카인 토요타 프리우스. 지구의 날을 기념해 수백 명의 프리우스 오너가 한자리에 모여 카 퍼레이드를 하는 진풍경을 펼쳤다. 그리고 이 일은 ‘세계 최대 규모의 하이브리드 카 행진’이라는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렸다. 캘리포니아 주는 미국 전역에 분포한 프리우스 중 40%가 이곳에서 운행할 정도로 친환경 차에 대한 관심이 높은 지역이다. 그러나 비단 이곳만이 아니라 자동차업계를 뜨겁게 달군 ‘디젤 게이트’ 이후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가 강화되고 세계 곳곳에서 친환경 차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도 하이브리드 카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60% 이상 급증했다고 한다. 하이브리드 카를 전기차로 가는 중간 단계로 보고 브랜드마다 신모델로 대중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그만큼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이제 ‘효율’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성능’을 얼마나 끌어올렸는가의 승부가 시작되었다. 인피니티 Q50S의 경우 역동적 주행 성능을 원하는 운전자를 위해 탄생한 대표적 하이브리드 카다. 개발 당시 F1 4년 연속 챔피언인 제바스티안 페텔(Sebastian Vettel)을 초빙해 화제를 모았고, 실제로 제로백 5.1초, 최대출력 364마력을 기록하며 스포츠카 못지않은 성능을 뽐낸다. 하이브리드 카의 원조 격인 토요타도 주행 성능을 향상시키는 연구가 한창이다. 올 초 선보인 라브 4 하이브리드에 적용한 E-4 기술에서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E-4 기술은 앞·뒷바퀴의 구동력을 적절히 배분, 평소에는 기존 동력으로 앞바퀴만 굴리다 상황에 따라 전기모터로 뒷바퀴를 굴리는 영민한 방식을 채택했다. 그 덕분에 연료 효율성을 충족시키며 어떤 도로 상황에서도 파워풀한 주행이 가능하다. 이제 효율성과 정숙성만 가지고는 명함도 내밀지 못하게 되었다. 남몰래 운동이라도 한 듯 강력한 힘을 키운 하이브리드 신차를 특징별로 살펴보았다.

1 볼보 올 뉴 XC90 T8
2 충전 중인 전기모터
디젤의 완벽한 대체재
험로를 주행하는 일이 많은 SUV는 힘과 연비가 뛰어난 디젤엔진을 선호했다. 하지만 소음과 진동, 환경오염에 대한 부담이 따랐다. 디젤의 장점을 살리면서 단점을 보완한 해결사가 바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전기모터가 출발할 때 최대토크를 지원해 초반부터 시원하게 달릴 수 있고, 배터리가 충전과 방전을 자동으로 오가며 주행을 돕기 때문에 연료 효율성도 뛰어나다. 이런 이유로 올해 유독 하이브리드 SUV의 출시가 돋보였다. 드라이브의 즐거움을 만족시킨다며 야심차게 등장한 닛산 최초의 하이브리드 모델 올 뉴 무라노도 그중 하나다. 2.5리터 QR25 슈퍼차저 엔진과 15kW 전기모터를 결합한 심장이 최대출력 253마력의 부드러운 주행 성능을 끌어내 고속으로 밀어붙여도 힘이 모자라지 않는다. 사륜구동 시스템을 적용해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코너링이 가능하다. 인텔리전트 듀얼 클러치 시스템으로 연비도 끌어올려 기존 가솔린 모델 대비 35% 향상된 복합 연비 11.1km/ℓ를 달성하며 효율과 성능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다. ‘가장 안전한 차’로 불리는 볼보가 한국에 처음 선보이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올 뉴 XC90 T8도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강력한 힘, 친환경 요소를 두루 갖췄다. 직렬 4기통 2리터 가솔린엔진에 전기모터를 얹어 최대출력 400마력, 제로백 5.9초를 주파하며 큰 덩치에도 민첩하고 높은 출력으로 놀라움을 자아낸다.

BMW i8
전략적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이미 i8와 i3를 통해 전기차 시장에 진출한 BMW의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서브 브랜드 BMW i의 이름을 달고 출시한 스포츠카 i8를 보면 BMW가 추구하는 전략적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관해 알 수 있다. 미래지향적 차체 디자인은 물론 효율적인 동력 구동 방식과 신소재를 통한 경량화로 고효율과 고성능을 일궈냈기 때문이다. BMW e드라이브는 이산화탄소 배출 제로를 지향한 구동 시스템. 전기모터와 고전압 배터리 등 핵심 부품을 자체 개발하고, 파워트레인으로 전기모터를 사용하는 등 BMW의 다이내믹한 유전자를 유지하며 효율을 극대화한다. 역동적 주행의 큰 걸림돌인 배터리 무게를 상쇄하기 위한 묘책도 세웠다. 알루미늄 섀시와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으로 차체 골격과 실내 공간을 구현해 전체적인 무게를 대폭 줄인 것. 이런 노하우를 집약한 BMW 뉴 X5 x드라이브40e가 데뷔를 앞두고 있다. BMW에서 처음으로 출시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SUV 모델로 BMW 트윈 파워 터보 기술과 e드라이브 구동 시스템 그리고 4기통 가솔린엔진을 결합해 최대출력 313마력의 파워를 장전했다. 저속에서도 쫀득한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속도를 높이면 짜릿한 가속감을 맛볼 수 있다. 뉴 7시리즈와 3시리즈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1 포르쉐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 2 페라리 라페라리 아페르타
슈퍼카의 숨은 조력자
하이브리드 모델은 연비가 좋다는 이미지가 강해 슈퍼카와 잘 매치되지 않는다. 하지만 전기 모터는 커다란 토크를 만들어낼 수 있어 파워업할 때 접목한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슈퍼카는 친환경, 저탄소가 대세로 자리 잡은 21세기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대표적 모델인 페라리 라페라리, 맥라렌 P1, 포르쉐 스파이더 918 등은 터보 엔진과 전기 모터를 함께 사용해 슈퍼카 특유의 고성능에 연비 효율을 더했다. 포르쉐는 ‘하이브리드’를 정의할 때 지속 가능한 효율뿐 아니라 퍼포먼스를 동시에 내포한다. 이 철학을 최근 출시한 신형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에도 고스란히 적용했다. 2015년과 2016년 르망 24에서 우승을 거둔 포르쉐 919 하이브리드를 기반으로 개발한 모델로 462마력(340kW)에 이르는 막강한 파워의 전기모터를 장착했다. 출발할 때 항상 전기 모드로 작동하고 최대 50km까지 무공해로 움직이는 친환경적인 차. 전기모터가 제공하는 추가적 파워를 지원 받아 최대 시속 278km, 제로백 4.6초를 기록하며 포르쉐다운 강력한 드라이브 성능을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지난 ‘2016 파리 모터쇼’에서 모습을 드러낸 페라리 라페라리 아페르타는 초고성능 하이브리드 슈퍼카 라페라리의 오픈톱 모델이다. 기존 모델과 비교해 탈착 가능한 카본파이버 소재 하드톱과 소프트톱이 고정된 루프 대신 자리한 것이 차이점. 성능은 이전과 동일하다. 800마력의 출력을 발휘하는 6.2리터 V12 자연 흡기 엔진과 163마력의 출력을 발휘하는 전기모터가 만나 총 963마력의 폭발적인 힘으로 달려나가며 페라리의 기함인 엔초 페라리를 가뿐히 능가한다.
에디터 문지영(jymoon@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