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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시대를 살아가는 법

LIFESTYLE

일기예보를 확인하는 일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보자. 이제는 날씨로 전략을 세우고 돈을 버는 ‘날씨 경영’이 필요한 시점이다.

뗄 수 없는 관계, 날씨와 마케팅
“오늘부터 혹한이 시작된다고 하니 아동복을 전면에 배치하고, 가장 비싼 것으로 디스플레이하세요.” 지난겨울 강추위가 닥쳤을 때 모 백화점 마케팅 회의에서 나온 말이다. 혹한에 대비해 어머니들은 백화점에 나와 아이의 방한복을 산다. 가격이 비싸도 대부분 그냥 사기 때문에 백화점 측에선 추위가 닥치면 고가의 아동복 판매에 열을 올린다. 한국 어머니의 무조건적 모성애를 이용한 ‘날씨 마케팅’이다.
세계적 유통업체 월마트는 오랜 기간 날씨와 판매 빅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비가 오는 날 주 고객은 중년 주부고, 매장에 나온 중년 주부가 가장 많이 사는 것은 자줏빛 립스틱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또 자줏빛 립스틱을 산 주부는 다른 물건도 많이 사는 경향이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 결국 비가 오는 날엔 자줏빛 립스틱을 전면에 배치했고, 그것만으로 전체 매출의 12%가 증가했다. 비 오는 날 중년 주부의 지갑을 열게 한 날씨 마케팅의 효과다.
미국 증권사 메릴린치(Merrill Lynch)의 한 유통 분석가는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세 가지 주요 요소는 경제 현황과 현재 판매량 추세 그리고 날씨”라고 말했다. 유통업은 판매자와 소비자의 행위에 의해 매출이 이뤄진다. 그런데 소비자의 구매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바로 ‘날씨’라는 것이다. 이 점을 이용해 매출을 높이는 것을 ‘날씨 경영’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보자. 골프나 레저는 날씨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다. 만일 리조트에서 날씨 정보를 고객에게 제공한다면 어떤 이익이 있을까?
당장 예약 취소를 줄이고 충성도 높은 고객을 만들 수 있다. 공연이나 이벤트 등 야외 행사를 활성화하고 리조트 관리와 운영 전반에 걸친 위험 요소를 줄이는 것도 가능하다. 기상 정보를 활용한 한 리조트는 매출이 연간 100억 원 정도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날씨의 경제적 가치는 실로 엄청나다. 국민 건강을 증진하거나 자연재해를 줄이는 것만이 아니다. 기술 혁신이나 국제적 경쟁력 강화에도 필수다. 미국이 매년 2조7000억 원을 기상 산업에 쏟아붓는 이유는? 바로 날씨 정보를 이용하는 미국 기업의 경영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국내외 기상 산업의 현재는?
날씨가 마케팅에 미치는 영향은 점점 커지는 추세다. 그러다 보니 세계 각국에서는 기업 경영에 도움을 주는 날씨 산업을 발전시키고 있으며, 이들의 수익은 엄청나다. 먼저 미국의 기상 산업을 보자. 날씨 시장의 규모는 연간 9조 원대로 기상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만 350개, 인원은 대략 1만1000명 정도다. 대표적 업체로 ‘웨더채널’과 ‘WDT’ 등이 있다. 일본의 시장 규모는 6000억 원 가량이며 등록된 기상 사업체 수는 122개. 대표적 기상 정보 회사는 ‘웨더뉴스’다. 사원 수가 722명으로 연간 매출액이 무려 1400억 원이나 된다. 또 영국의 날씨 시장 규모는 7580억 원 정도이며 등록된 기업은 17개다. 대표적 업체가 ‘메트오피스’로 다양한 기상 정보를 판매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스톰지오’도 빼놓을 수 없다. 직원이 153명으로 항공, 재생에너지, 해운, 해양 굴착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핀란드의 ‘바이살라’는 세계 최대 기상 장비 회사로 직원 1400명에 연 매출액이 4300억 원 정도이며 네덜란드의 ‘메테오’ 그룹도 300명 정도의 직원을 둔 세계적 해양 정보 특화 기상 회사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2007년 약 300억 원이던 시장이 2014년에는 약 3000억 원으로 거의 10배나 성장했다. 그러나 외국과 비교하면 아직 현저히 낮은 수치다. 현재 민간 기상 사업체가 213개인데 거의 200개 정도가 오직 장비만 취급하고 나머지가 기상예보와 컨설팅을 하고 있으니 한국의 기상 산업 시장은 선진국에 비해 매출, 인원, 생산 자료, 판매 마케팅 측면에서 열악한 편이다. 그러나 기상청의 예보가 아닌 독자 예보가 허용된 지 6년밖에 되지 않아 미래는 밝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예측한 것처럼 기상 산업은 미래의 유망 산업이 될 것이다.

핀란드에 위치한 세계 최대 기상장비 회사 ‘바이살라’

모바일로 기상 정보를 제공하는 미국의 ‘웨더채널’

기후변화를 거꾸로 이용하기
현재 온실가스 증가로 지구온난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기온 상승, 강수량 증가, 해수면 상승, 해수 온도 상승, 사막화, 대가뭄, 슈퍼 태풍, 화산과 지진 등의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발생 빈도도 높아지고 있다. 기후변화가 기업에 엄청난 리스크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미래의 급격한 기후변화 시대에는 어떤 비즈니스가 유망할까?
기온 상승으로 가장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는 것은 식량 산업이다. 식량 감산은 가격 폭등을 가져올 것이다. 식량 산업이 유망하다고 보는 이유다. 세계적 종자 기업 몬산토(Monsanto)는 미래의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작은 기후 정보 회사를 무려 1조 원의 현금으로 사들였다. 담수화 공장 등 물 부족 사태에 대비한 산업도 매우 유망하다.
대규모 방재 산업은 빙하 해빙으로 인한 해수면 상승에 대응하는 데 유리한 비즈니스다. 네덜란드처럼 물 위에 떠오르는 집을 짓는 건축 산업도 유망하고 사막화를 막기 위한 비즈니스도 전망이 밝다. 아프리카에 나무로 만리장성을 쌓는 프로젝트가 여기에 속한다. 온실가스를 덜 쓰게 하는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보다 근본적 대응이 될 수 있는데 미래 차, 태양광, 풍력 산업, 바다 에너지 기술, 해양 식량 개발, 전력 저장 기술, 우주 태양광발전 등을 미래의 유망 비즈니스로 보는 것은 이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재난 피해액이 상승하면서 보험사가 가입하는 재보험, 대재해 채권 등도 떠오르는 비즈니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메르스 등 창궐하는 변종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전염병 방지 산업도 필요할 것이다. 국제적십자사는 날씨에 투자하면 대부분의 경우 원금보다 15배 이상의 이익을 얻는다고 말한다. 돈이 안 되면 절대 투자하지 않는다는 조지 소로스, 워런 버핏, 빌 게이츠도 기후 산업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미래에 가장 많은 돈을 벌어줄 분야가 기후 비즈니스라고 보기 때문이다. 독일 일간지 <한델스블라트>는 “늘어나는 자연재해와 더불어 날씨는 앞으로도 경제에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다. 내일의 날씨에 대비하지 않는 기업과 개인에게 내일은 오지 않는다”라고 확신했다.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고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 북극곰은 슬프다. 그러나 바닷물이 더워지면 활동 범위가 넓어지는 돌고래는 신난다. 미래 기후변화는 대책이 없는 기업엔 위기가, 잘 준비하고 적응해온 기업엔 엄청난 기회가 될 것이다.

글쓴이 소개
연세대학교에서 기상학을 전공한 뒤 공군 제73기상전대장과 한국기상학회 부회장, 한국기후위원회 전문위원을 역임했다. 현재 조선대학교 대학원 대기과학과 겸임교수이자 케이웨더 기후산업연구소장이다. <반기성 교수의 날씨 토크토크> 외 16권의 저서가 있다.

에디터 안미영 (myahn@noblesse.com)
반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