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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봄소리가 빚은 음악

CULTURE

말하고 노래하듯 연주하며 자신만의 시간을 빚어가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의 도전과 바람에 대하여.

화이트 슬리브리스 드레스 GABRIELA HEARST, 스트랩 힐 GIANVITO ROSSI

5월 초 도이치 그라모폰(DG)과 두 번째 정규 앨범이자 첫 번째 협주곡 앨범 <브루흐 & 코른골트>를 발매했어요. 두 작곡가의 곡을 택한 이유는 무엇이며, 어떻게 해석했는지 궁금합니다. 브루흐 협주곡은 오래전부터 꼭 녹음으로 남기고 싶었던 곡이에요. 1972년 DG에서 발매된, 서울대학교 재학 시절 스승인 김영욱 교수님과 밤베르크 심포니의 브루흐와 멘델스존 협주곡 음반을 수없이 들으며 연주자의 꿈을 키웠거든요. 그 음반은 제게 시작이자 로망이었고 같은 곡을, 같은 레이블에서, 같은 오케스트라와 녹음한다는 건 정말 상징적인 일이었죠. 그렇기에 밤베르크 심포니와 꼭 함께해야 했는데, 지휘자 야쿠프 흐루샤가 워낙 바빠 거의 2~3년을 기다렸어요.(웃음) 코른골트를 수록한 이유도 명확해요. 코른골트는 체코 브르노 출신 작곡가인데, 지휘자 흐루샤도 같은 지역 출신이고 밤베르크 심포니 또한 체코 출신 음악가들이 만든 오케스트라예요. 이 조합이라면 음악적, 정서적으로 특별한 결과가 나올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브루흐와 코른골트는 인간의 감정을 낭만적으로 증폭시키지만, 음악적 언어는 완전히 다르죠. 그 상반된 정서가 한 앨범에서 균형을 이루는 게 흥미로웠고, 바이올린으로 연주했을 때 가장 깊고 섬세하게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했어요.
지휘자 야쿠프 흐루샤, 밤베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업은 어땠나요? 특히 인상 깊었던 순간이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그야말로 꿈이 현실이 된 작업이었어요. 녹음과 투어를 함께하며 이 오케스트라가 솔리스트의 사운드를 얼마나 세심하게 듣고 반응하는지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놀랄 만큼 민감하게 반응하는 악단이었고, 지휘자 역시 제 해석에 깊이 공감하며 전적으로 호흡을 맞춰주었죠. 녹음 과정은 무척 순조로웠습니다. 예정된 세션보다 빠르게 녹음을 마칠 정도로 모두가 음악에 몰입했고, 특히 마지막 연주는 정말 자유로웠어요.
음반 작업을 구성하고 기획하는 데 아티스트로서 어떤 철학이나 기준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요. 음반 작업은 결국 아티스트의 디스코그래피로 남는 작업이에요. 그래서 단순히 ‘좋은 연주를 남기자’는 차원을 넘어 어떤 방향으로 내 음악 세계를 확장해나갈 것인지 늘 고민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이번 음반은 DG와 함께한 첫 협주곡이지만, 이전에는 실내악·독주곡 등 장르적으로 다채로운 음반을 작업해왔죠. 특히 이번 프로젝트에는 제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파트너 오케스트라가 함께했고, 숨은 명곡을 조명하고자 하는 저의 지속적인 관심도 함께 담겨 있어요. 현대 작곡가들의 작품, 덜 알려졌지만 가치 있는 음악을 음반을 통해 소개하는 것은 제게 중요한 의미예요.
정말 다양한 무대에 서고 있어요. 협업 대상과 곡을 택할 때 기준이 있나요? 레퍼토리를 정할 때는 먼저 지휘자나 오케스트라와의 합의가 중요해요. 어떤 지휘자들은 선호하는 곡이 확고해 비에니아프스키나 닐센 같은 곡은 꺼리는 경우도 있고요. 저는 오히려 그런 새로운 언어를 가진 곡을 탐험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물론 익숙지 않은 작곡가의 음악을 해석하는 과정은 굉장한 에너지와 시간이 소모되지만, 그만큼 보람도 크거든요. 예를 들어 닐센의 곡을 처음 접했을 때는 모든 것이 너무나 생소하더라고요. 하지만 깊이 이해하고 나니 기존에 연주하던 차이콥스키나 모차르트 같은 작곡가의 음악도 새롭게 들릴 만큼 시야가 확장되었어요. 그렇기에 음악적으로 도전하고 싶은 의지가 큰 지휘자, 연주자들과 협업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함께 성장하는 그 경험이 제게는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원 숄더 드레스 BOTTEGA VENETA, 기하학적인 패싯 구조가 돋보이는 로렌스 그라프 시그니처 컬렉션. 옐로 골드 뱅글, 옐로 골드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트리플 다이아몬드 패싯 뱅글, 옐로 골드 파베 다이아몬드 레이어링 밴드 링, 화이트 골드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트리플 파베 다이아몬드 화이트 골드 이어링 모두 GRAFF

많은 비평가가 김봄소리의 연주에서 ‘개인적 서사’와 ‘정교한 구조감’을 동시에 느낀다고 하는데요. 본인이 생각하는 연주 스타일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가요? 감정을 잘 전달하는 것 같아요. 바이올린을 하나의 목소리처럼 다루고 싶은 바람이 있거든요. 때로는 노래하듯, 때로는 말하듯, 악기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들리길 바라죠. 사실 어릴 때는 소프라노가 꿈이었어요. 노래를 좋아했는데 음역이 맞지 않아 마음껏 부를 수 없었거든요. 그런데 바이올린을 통해 그 욕구가 해소되었고, 그래서 악기를 더욱 사랑하게 됐어요. 제게 바이올린은 감정을 전달하는 ‘언어’고, 그걸 통해 이야기를 전하는 연주자가 되고 싶어요.
요즘 가장 큰 음악적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지금 가장 몰두하고 있는 건 폴란드 여성 작곡가 그라지나 바체비치에 대한 프로젝트예요. 현재 폴란드 국립 음악 출판사 PWM 에디션에서 공식 앰배서더로 활동 중인데요. 최근 그녀의 미발표곡 ‘폴란드 랩소디’를 메뉴스크립트로부터 복원해 연주했고, 그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올여름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프리미어 상영될 예정이에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바체비치에 대한 애정이 한층 깊어졌고, 단순한 연주를 넘어 그녀의 음악을 더 널리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소나타, 협주곡, 소품 등 다양한 곡을 제 언어로 해석하고 소개하는 작업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에요.
현재 준비 중인 프로젝트나 예정된 무대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가장 가까운 일정은 그슈타트 메누힌 페스티벌로, 피아니스트 파즐 사이(Fazil Say)와 실내악 무대, 킷 암스트롱(Kit Armstrong)과의 듀오 리사이틀을 준비 중입니다. 이어 독일 라인가우 뮤직 페스티벌에서 베토벤 소나타 전곡 시리즈의 마지막 무대를 마칩니다. 8월에는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다큐멘터리 상영과 연주가 함께 진행될 예정이고요. 이번 시즌부터는 네덜란드 헤이그 레시덴티 오케스트라의 상주 아티스트로 활동을 시작해 콘세르트헤바우와 위트레흐트 등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펼칠 예정입니다. 또 10월에는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첫 협연이 예정되어 있고, 이후 서울시향과 함께 카네기홀 공연 등 미국 투어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늘 변화하고 싶어요. 시대가 변하는 만큼 연주자의 태도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스스로도 같은 것을 반복하는 데 금세 지루함을 느끼는 스타일이라 자연스레 새로운 작곡가와 음악을 계속 찾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작업을 통해 익숙하던 음악이 새롭게 다가오거나 더 깊이 있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계속해서 저 자신을 확장하고, 늘 배우는 자세로 음악을 대하고 싶습니다. 그게 제가 바라는 연주자의 모습이에요.

시스루 톱과 이너로 착용한 슬리브리스 톱, 러플 스커트 모두 AKRIS, 리본을 형상화해 사랑스러움을 극대화한 틸다의 보우 컬렉션. 총 1.69캐럿 다이아몬드로 리본을 유려하게 표현한 라운드 컷 다이아몬드 펜던트, 총 3.30캐럿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라운드 컷 다이아몬드 이어링 모두 GRAFF

 

에디터 김수진(jin@noblesse.com)
사진 최은미
헤어 신도영
메이크업 박수지
패션 스타일링 김송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