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발을 세워라
플래그십(flagship)은 브랜드 내의 최고급 세단을 뜻하는 단어다. 브랜드의 얼굴인 만큼 최고의 기술력을 집약한다. 재규어와 푸조가 브랜드의 최고 모델을 출시했다.
누가 아름다움을 말하는가 한국은 대형 수입 세단의 격전지다. 각 브랜드에서 가장 크고 비싼 플래그십 모델이 한국에서 유독 판매율이 높다. 재규어의 기함인 XJ도 마찬가지다. 중국과 미국, 영국에 이어 한국은 XJ가 네 번째로 많이 판매되는 국가다. 지난 1월 25일 동대문 DDP에서 열린 뉴 XJ 런칭 행사. 재규어 디자인 총괄 디렉터 이언 칼럼(Ian Callum)이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 굳이 ‘현존하는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 같은 수식을 달지 않아도 이언 칼럼은 재규어의 현재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그가 이 행사에 모습을 보인 것은 그만큼 한국이 중요한 시장이라는 증거다. 뉴 XJ는 페이스리프트 모델이지만 외관이 크게 바뀌진 않았다. 다만 알파벳 J를 형상화한 주간주행 등과 테일램프가 이 차의 존재감을 좀 더 공고히 한다. 내부는 좀 더 많이 바뀌었다. 100% 알루미늄으로 만든 차체는 라이벌 대비 가벼운 무게로 높은 강성을 실현했다. 형제인 레인지로버에서 빌려온 전지형 프로그레스 컨트롤(All Surface Progress Control, ASPC)은 어떤 지형에서도 최적의 승차감을 제공하는 마법을 부린다. 하지만 이 차를 사야 하는 단 하나의 이유를 꼽으라면, 역시 아름다움이다. 세그먼트 내에서 가장 아름답고 우아한 차를 꼽으라면 단연 XJ다. 1억950만 원부터.

푸조가 만든 고급 푸조 508 RXH는 플래그십 모델인 508의 확장형 버전이다. 508을 기본으로 차체를 키우고 짐칸을 늘렸다. 푸조는 이를 이스테이트(estate)라고 표현하지만, 일반적으로 왜건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푸조가 굳이 이스테이트라고 부르는 건 국내에서 왜건에 대한 인식이 썩 좋지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푸조를 구매하려는 사람이라면 굳이 호칭에 예민하게 굴지 않을 것 같다. 뻔하고 지루한 선택을 하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푸조를 바라보지 않을 것이기에. 찬찬히 살펴보면 기함인 508을 기본으로 해 만듦새가 훌륭하다. 나파 가죽 시트, 헤드업 디스플레이 장착을 비롯해 실내의 디테일 하나하나에서 고급차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이런 고급차의 감성을 바탕으로 내부 적재 공간을 늘렸다. 트렁크는 기본 660리터, 뒷좌석을 접으면 최대 1865리터까지 늘어난다(기아 쏘렌토의 기본 트렁크 용량이 605리터인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공간이다). 푸조의 자랑인 연비는 12.7km/ℓ, 파노라마 글라스 루프는 앞좌석부터 뒷좌석까지 한눈에 다 담기 힘들 정도로 광활하게 펼쳐진다. 공식 가격은 5390만 원. 이만한 실용성을 겸비한 고급은 흔치 않다.
에디터 이기원 (lkw@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