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홍콩에선
새봄, 다섯 번째 축제를 여는 아트 바젤 홍콩의 이모저모.
그리고 마침내 아시아에 첫 갤러리를 오픈하는 세계적 갤러리스트 데이비드 즈워너의 야심.
꽁꽁 얼어붙은 경기 속에서도 따스한 기류를 뿜어내는 홍콩의 새해 현대미술 소식을 전한다.

1, 3 역대 최다 방문객 수를 기록한 지난해 아트 바젤 홍콩의 현장
2 오는 3월에도 홍콩의 많은 2층 버스가 ‘아트 바젤 홍콩’의 옷을 입을 것이다.
벌써 다섯 번째, 아트 바젤 홍콩
올해 전 세계 미술계는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다. 세계 최대 규모의 아트 페어인 스위스의 ‘아트 바젤’과 이탈리아의 ‘베니스 비엔날레’, 5년마다 열리는 독일의 ‘카셀 도쿠멘타’, 10년에 한 번 열리는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개막해 미술 애호가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아시아 미술 애호가들이 가장 주목하는 예술제는 홍콩에 있다. ‘아트 바젤 홍콩’이 올해 다섯 번째를 맞아 전년보다 크고 화려한 무대로 미술인들을 끌어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 아트 바젤 홍콩은 3월 23일부터 25일까지 홍콩 컨벤션 전시 센터에서 열린다. 총 34개국 241개의 갤러리가 행사에 참여하며, 메인 행사 ‘갤러리(Galleries)’에는 189개의 모던·컨템퍼러리 갤러리가 참여해 회화, 조각, 설치, 사진, 영상 등 다양한 장르의 미술 작품을 선보인다. 한국에선 아라리오갤러리와 학고재, 국제갤러리와 티나킴 갤러리, 원앤제이, PKM갤러리가 갤러리에 부스를 낸다.
더불어 자국의 독보적 중견 작가를 소개하는 큐레이터 프로젝트 ‘인사이트(Insight)’ 섹션에선 신규 참가 갤러리 여덟 곳을 포함한 27개 갤러리가 개인전 혹은 그룹전을 선보인다. 한국에선 313아트프로젝트가 참여해 박기원 작가를, 갤러리엠은 센 정과 이진한 작가를, 리안갤러리는 박종규 작가를, 박여숙갤러리는 김종학과 유성호 작가를 각각 소개한다.
신생 갤러리들이 주축이 되는 ‘디스커버리(Discoveries)’ 섹션엔 신규 참가 갤러리 열두 곳을 비롯해 총 25개의 갤러리가 참여한다.
‘인카운터(Encounters)’ 섹션에서는 2개의 전시실을 이용해 조형물 등 대형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시드니 컨템퍼러리 아트 연구원인 아트스페이스(Artspace)의 상임이사 알렉시 글래스-캔터(Alexie Glass-Kantor)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 섹션의 큐레이팅을 맡았다.
한편 올해 아트 바젤 홍콩은 ‘아트바젤 마이애미비치’의 하이라이트 섹션인 ‘캐비닛(Kabinett)’을 새로 도입해 미술사적 접근을 기반으로 한 개인전과 테마 위주의 그룹전, 설치, 필름·비디오 프로그램, 예술사적 가치가 높은 컬렉션 전시까지 큐레이팅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메인 부스에 이어 가장 기대되는 캐비닛의 참여 작가로는 현재 불가리아 출신의 미국 대지미술 작가 크리스토(Christo)와 이란 출신 필름 디렉터 아바스 키아로스타미(Abbas Kiarostami), 상파울루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멀티미디어 작가 듀오 오스 게메오스(Os Gemeos), 레바논 출신 미국 작가 에텔 아드난(Etel Adnan), 홍콩 작가 리 킷(Lee Kit), 중국의 왕진쑹(Wang Qingsong)과 일본의 다나미 게이이치(Keiichi Tanaami), 이탈리아의 대표적 추상화가 피에로 도라치오(Piero Dorazio), 독일의 사진작가 칸디다 회퍼(Candida Hofer) 등이 결정된 상태다.
지난해 12월, 아트 바젤 홍콩 개막을 3개월여 앞두고 서울에서 만난 아델린 우이(Adeline Ooi) 아시아 디렉터는 새롭게 신설하는 캐비닛 섹션에 대해 “그간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아시아 미술을 제대로 소개할 수 있는 루트가 많지 않았다”며 “미국과 유럽은 물론 아시아 미술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짚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한국의 초기 단색화라든지, 1970년대 비디오 작품 같은 것도 이 섹션을 통해 선보일 수 있다. 여느 부스와 달리 큐레이터의 의지가 반영된 특색 있는 섹션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비쳤다. 참고로 한국에선 올해 국제갤러리와 티나킴갤러리가 갤러리 섹션에 이어 캐비닛 섹션에도 참여해 아방가르드 단색화 작가 권영우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는 페인팅과 과거의 사진, 편지, 리플릿, 인터뷰 그리고 카탈로그 등으로 채울 예정이라고.
아트 바젤 홍콩은 2008년에 시작된 ‘홍콩 아트 페어’를 2011년 스위스 아트 바젤에서 인수, 이름을 바꿔 2013년부터 개최해온 대형 예술제다. 이들은 그간 아시아권과 미국, 유럽의 현대미술을 이어주는 일종의 교량 역할을 해왔고, 중국 미술 시장의 급성장과 함께 기존의 아트 바젤을 압도할 정도의 규모를 갖춰나가고 있다. 또한 아시아 지역의 예술 작품만 선보이는 것에 그치지도 않는다. 역으로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갤러리가 아시아로 최고의 작품을 가져오는 장이기도 하다. 아트 바젤 홍콩이 올해도 좋은 성과를 내길 기대해본다.

4 미술에 대한 열정과 자금력으로 현대미술계를 움직이는 데이비드 즈워너
5 가고시안 갤러리를 떠나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와 전속 계약을 맺은 쿠사마 야요이
마침내 홍콩에 착륙하는 데이비드 즈워너
뉴욕에서 독보적 행보를 이어오며 현대미술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갤러리스트 데이비드 즈워너(David Zwirner)가 올 여름과 가을 사이 홍콩에 새 갤러리를 연다. 이미 뉴욕 첼시에 단일 갤러리로는 최대 전시 공간을 확보한 그의 드높은 야망이 마침내 아시아까지 넘보는 것이다. 수년 전부터 아시아에 새 공간을 낼 것이라고 공언해온 그의 갤러리가 들어설 공간은 홍콩 출신 작가이자 건축가인 윌리엄 림(William Lim)이 설계해 현재 공사 중인 24층 빌딩 ‘H Queen’. ‘데이비드 즈워너 홍콩’은 이 빌딩의 2개 층을 사용하며 본격적으로 아시아 현대미술 시장 공략에 나설 전망이다.
런던과 뉴욕 등지에서 100명이 넘는 스태프를 거느리고 본격적으로 현대미술 시장에서 놀아볼 채비를 하는 이 야심찬 갤러리스트가 홍콩에 자리 잡는 것은 사실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는 몇 해 전부터 “아시아 컬렉터들의 서양 예술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을 보았다”는 말로 서양 예술에 대한 아시아의 수요에 깊은 관심을 드러내왔기 때문이다. 제프 쿤스와 도널드 저드, 이자 겐츠켄, 리처드 세라, 쿠사마 야요이를 비롯한 세계적 예술가를 50명 이상 거느린 그의 홍콩에서의 행보를 미리 점치는 건 쉽지 않겠지만, 이것 하나만은 분명하다.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로 내수 경제가 얼어붙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도 꺼지지 않은 예술의 불꽃을 발견할 것이라는 사실. 2011년 홍콩에 분점을 낸 가고시안 갤러리, 그 이듬해에 홍콩 시장에 들어온 화이트 큐브와 함께 홍콩의 새 시대를 만들어갈 이들의 행보가 기대된다.
에디터 이영균(youngkyoon@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