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섬
꽃은 생활 속에 존재하는 예술이다. 꽃으로 위안을 받고, 꽃을 기준으로 아름다움을 수식한다. 또 꽃은 절제된 아름다움으로 감정을 정화하고 인생을 투영해낸다. 플라워 아티스트 유승재는 꽃의 그런 점에 주목했고, 침잠해 있던 내면을 치유하고 개화시킬 아트 오브제를 만들었다. 그녀가 보내온, 꽃보다 아름다운 당신에게 바치는 서정시.

매혹적인 라눙쿨루스, 얼굴을 활짝 피운 아네모네, 우아하게 살랑이는 스위트피, 작고 가녀린 금낭화…. 제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수십 가지 꽃이 모인 트라이앵글 형태의 섬은 화려하지만 불안하고, 고립된 듯 보이지만 자유분방하다.

아네모네로 피어난 아도니스. 아네모네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사랑한 아도니스가 숨을 거둘 때 흘린 피 위에서 피어났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꽃이다. 봄이 되면 바람같이 피고 져버리는 덧없이 슬픈 꽃. 역설적으로 화사한 붉은빛 꽃잎을 피운 아네모네, 그 실루엣이 애틋하게 아름답다.

탐스러우면서 부드러운 작약 섬에 스며든 강렬한 아름다움. 핑크빛 꽃잎이 겹겹이 물결을 이뤄 우아함과 섬세함의 극치를 표현하는 작약으로 가득 메운 섬이 고요한 힘을 발산한다.

불안정하지만 힘 있는 줄기로 물을 딛고 홀로 몸을 늘어뜨린 분홍 튤립의 섬세한 선이 부유하는 듯한 미감을 전한다. 작가의 감성에서 꽃은 그런 존재다. 처연한 감상을 주다가도 마음을 행복의 빛으로 물들이고, 이내 동경하게 만드는….

굴곡을 이루며 견고한 이끼로 뒤덮인 섬, 그 거칠고 축축한 자리에 무던히 피어난 양귀비꽃.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진실을 외면한 망각의 터널을 지나 다시 희망의 빛으로 채색된 시간을 알알이 표현하고자 했다.

얌전히 떨군 꽃봉오리를 키워 피기 직전에 고개를 드는 양귀비. 불안함과 순수함, 고귀함과 무심함 사이에서 각자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보는 이의 감정을 흔들어놓는다.
유승재는 1999년 오픈한 ‘헬레나 플라워’의 대표다. 고품격 웨딩 스타일링뿐 아니라 샤넬, 까르띠에, 시슬리 등 유수의 명품 브랜드 런칭 행사와 쇼룸 장식을 맡고 있다. 꽃을 바라보고 만지고 꽃으로 작업하는 일 자체에서 행복을 느끼는 그녀는 지난 2003년부터 그녀만의 방식으로 창작한 꽃 오브제 작업을 통해 내면과 감성을 표현하는 설치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2008 부산 비엔날레에서 대형 냉장고 안에 꽃을 설치한 < Real & Fake_flower refrigerator >, 2012 G-Seoul 아트 페어에서 이동기 작가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선보였던 < Flower Garden > 등이 있다.
에디터 이정주(프리랜서)
사진 김경수 플라워 아트워크 유승재(헬레나 플라워) 세트 스타일링 권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