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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상자

ARTNOW

색면 회화로 한국 미술계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한 김봉태 작가는 지난 20년 넘게 상자를 그려왔다.

춤추는 상자, 플렉시글라스에 아크릴과 테이프, 90×90cm, 2007.

우리는 상자 안에 갇혀 산다. 집도 상자요, 자동차도 상자, 우리 몸도 어떻게 보면 상자 아닌가. 아티스트로서 나를 가둔 상자에서 벗어나 생각할 수 있기를 평생 바라왔다. 그러면 좀 더 신선한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다 문득 슈퍼마켓 앞에 쌓인 빈 박스가 눈에 띄었다. 버려진 상자가 안쓰러워 보였지. 거기에 생명을 불어넣고 싶었다.
닫혀 있던 상자를 열고 색을 칠해 사람처럼 세워봤지만, 좀처럼 똑바로 서지 못했다. 그런데 오히려 그렇게 비틀어진 모습에서 생생한 운동감이 느껴지는 게 아닌가! 마치 그 속에 갇혀 있던 꿈들이 활짝 열린 틈을 통해 바깥으로 나오자 상자가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는 것 같았다. 꿈꾸는 상자랄까. 그렇게 ‘춤추는 상자’ 연작이 탄생했다.
상자로 작업한 지도 20년이 넘어간다. 반투명한 플렉시글라스를 활용해 공간감을 유도하기도 했고, 근작 ‘날으는 상자’에선 캔버스 뒷면을 활용해 스며들고 번지는 느낌을 내기도 했다. ‘펼쳐진 상자’에선 상자를 물에 불려 캔버스에 붙여보기도 했고. 크기를 확 키워 공원에 설치해서 아이들이 마치 정글짐처럼 타고 오르며 놀 수 있도록 제작해보고도 싶다.
상자로 더 하고 싶은 것? 늘 하던 작업도 좋지만 완전히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다.
평창동 작업실에서 마주보이는 북악산 풍경도 그리고 싶고…. 그래! 60년 그림 그렸는데 그동안 아내 초상화 한번 그려주지 못했다. 아내의 초상화를 그려봐야겠다!(웃음)

 

에디터 정규영(ky.chung@noblesse.com)
구술 김봉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