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LETTER

노블레스 매거진의 뉴스레터를 신청해보세요.
트렌드 뉴스와 이벤트 소식을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닫기

나는 왜 투자하는가

MEN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자가 늘어난다. 하지만 이들에게 투자를 결정한다는 건 진검 승부처럼 비장한 일이다.

벤처 투자자 3명에게 투자의 근거를 물었다.

고통을 관찰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류중희_퓨처플레이 대표


재킷 Lardini by San Francisco Market, 니트 톱 East Harbor Surplus by San Francisco Market, 셔츠 Orian by San Francisco Market, 팬츠 G.T.A by Sanfrancisco Market, 안경 Optical W.

+카이스트 박사 과정을 마치고 2006년 올라웍스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올라웍스가 인텔에 인수되면서 2년간 상무로 일했는데, 이때 글로벌 기업이 잠재력 있는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그때부터 퓨처플레이라는 회사를 계획했다.

+ 한국 스타트업은 좋은 아이템으로 열심히 사업을 일궈도 실리콘밸리 같은 대박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스타트업을 인큐베이팅하는 역할을 내가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만든 회사가 퓨처플레이다. 삼성과 현대만 있는 나라가 아니라 그 조직 안에 숨어 있는 수많은 엔지니어가 자기 브랜드를 가지게 하고 싶었다.

+ 퓨처플레이는 단순한 벤처 투자사가 아니라 벤처 빌더를 목표로 한다. 예컨대 창업자들을 보면 아이디어는 있지만 실무에 약한 경우가 많다. 전문가인 우리가 달라붙어서 같이 발명해주고 특허도 만들어주는 개념이다. 말하자면 우리는 돈뿐 아니라 우리의 전문성을 같이 투자한다. 실제로 회사에는 엔지니어와 변호사, 변리사 등이 주요 직책을 맡고 있다.

+ 투자 포트폴리오는 대부분 현재진행형이다. 가장 잘 알려진 기업은 맞춤형 공기 서비스 기기 어웨어(Awair)를 만든 비트파인더라는 기업이다. 직물이나 가죽 등을 쓰다듬는 동작만으로 스마트폰 같은 기기를 조작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개발한 임프레시보라는 기업도 있다.

+ 현재 40개 정도의 회사에 투자하고 있다. 현재진행형인 기업이 많기 때문에 평균 수익률을 말하긴 힘들다. 다만 우리가 투자한 기업은 평균적으로 1년에 10배 정도 가치가 오른다.

+ 투자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사람 그리고 기술이다. 사업가로서 자질이 있는지도 봐야 하고, 기술의 시장성도 봐야 한다. 물론 미래의 시장성이 큰 기술인지도 중요하다.

+ 개인적으로 좀 ‘똘끼’가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싶은 사람이 계속 미친 짓에 집중하면 언젠가 잭팟이 터질 수 있다고 믿는다. 한국에는 긍정적인 의미에서 미친 사람이 드물다. 직접 투자한 곳 중 가장 ‘크레이지한’ 회사는 뉴로게이저(Neurogazer)다. 예일 대학교 신경과학과 교수가 CTO로 있는 회사인데, 사람의 뇌를 MRI로 스캔해 그 모양만으로 어떤 능력이 출중한지 알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든다. 치매 예방이나 교육에 적용할 수 있는 놀라운 기술이다. 몇 년 전만 해도 O2O나 MCN 같은 것이 유행했는데 현재 성적표는 예상보다 실망스럽다. 곧 VR과 사물인터넷의 시대가 올 거다. 우리가 많이 투자한 영역이기도 하다.

+ 고통의 단위는 뭘까? 바로 돈이다. 고통을 해소하는 데 내가 쓸 수 있는 돈이 바로 고통의 크기다. 사람들이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 돈을 낼 정도의 고통인지 관찰하는 능력이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그 기저에 있는 건 결국 공감 능력이다.

+ 나는 악명이 높다. 창업자들에게 독하다 싶을 만큼 솔직하게 단점을 얘기하기 때문에. 하지만 다소 감정이 상하더라도 빨리 성취하고 결과를 낼 수 있게 하는 것이 내 역할이다. 창업자는 부정적인 얘기를 잘 소화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CEO의 진정성을 본다

김요한_DSC인베스트먼트 책임 심사역


재킷 Lardini by San Francisco Market,재킷 Breuer, 카디건과 셔츠Brooks Brothers.

+서울대학교 약대를 졸업하고 한미약품연구소에서 근무하다 현재 회사로 옮겼다. 전공을 살려 바이오 기업 전문 투자 심사를 맡고 있다.

+바이오라는 분야가 꽤 광범위하다. 흔히 말하는 신약 기술도 있고, 의료 기기나 화장품까지 포함된다. 신약 기술에도 줄기세포나 항체 의약품처럼 다양한 것이 있다 보니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총 17개 업체에 350억 원 정도를 투자했다. 일반인은 잘 모르는 업체가 대부분이다. 가장 널리 알려진 건 메디힐이라는 마스크 팩을 생산하는 회사 아이큐어다. 피씨엘이라는 체외 질병 진단 기업은 기술력이 상당히 높아 확신을 갖고 투자한 케이스인데, 다행히 이번에 상장에 성공하면서 서로 윈윈한 케이스가 됐다.

+아이템만 좋다면 비용 투자는 물론이고 다른 인적·물적 네트워크도 연결해준다. 바이오업체는 연구비나 시간이 굉장히 많이 드는 편이고 창업 과정에서도 복잡한 일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처음 창업하는 이들에겐 이런저런 조언을 많이 하는 편이다.

+바이오 분야는 짧게는 3년에서 10년 이상까지 가는 긴 투자다. 그러자면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CEO의 진정성이 중요하다. 끈질기고 책임감 있게 연구를 계속할 수 있는지 보는 거다. 조직원에게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리더십도 마찬가지다. 결국 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마이크로바이옴이다. 몸속의 미생물을 연구하는 분야인데, 비만이나 당뇨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 치료에도 쓰일 수 있다. 2~3년쯤 지나면 크게 부상할 거라고 본다.

+투자자 입장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세상을 좀 더 이롭게 한다는 자부심은 있다. 투자할 때도 난치병으로 투병 중인 환자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나의 결정이 어려운 상황에 놓인 이들을 도울 수도 있다는 점이 직업의 기쁨 중 하나다. 실제로 창업자 중에도 사명감 있는 이들이 많다.

영화 투자의 기본은 시나리오

이지수_마그나인베스트먼트 책임 심사역


블라우스, 팬츠, 브레이슬릿 모두 본인 소장품

+주로 영화와 전시, 드라마에 투자해왔다. <해적>, <신의 한 수>, <검사외전>, <계춘할망> 등에 직접 투자를 결정했다.

+ 시나리오가 1차적 투자의 근거가 된다. 영화 한 편 만들려면 수많은 난관이 생긴다. 뼈대인 시나리오부터 어긋나면 답이 없다. 이후에 배우와 감독, 제작사, 배급사, 배급 시기까지 함께 관찰해 투자를 결정한다.

+ 투자를 가장 망설인 영화는 <해적>이다. 영화 속 수많은 CG의 현실감도, 그 가상의 세계관에 관객들이 동의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었다. 이야기의 힘을 보고 투자했는데 결과적으로 2014년 여름의 승자가 됐다. <계춘할망>은 시나리오가 너무 좋았고, 개봉 전까지 편집본만 수십 번을 본 터라 애정이 많은 영화였다.

+ 전공자만큼이나 영화 비전공자를 선호하는 투자사도 있다. 전문가가 아니라 일반 관객의 수준에서 볼 수 있는 사람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 투자수익률은 해마다 다르다. 적자인 경우도 있고, 흑자인 경우도 있다. 개별 작품의 흥행도 중요하지만 영화 시장 전체의 분위기에 더 영향을 받는다.

+ 투자자로서 자주 받는 오해는 ‘감독에 대한 갑질’이다. 감독의 영역을 침범해 스토리나 캐릭터를 맘대로 바꾼다는 등의 얘기. 하지만 사실 그렇게 간섭할 만한 여력이 없다. 메인 투자사로 나서는 경우에는 애정을 가지고 의견을 제시할 때도 있지만, 지나치게 무례한 부탁은 하지 않는다. 투자 금액이 제작사로 넘어간 뒤부터는 우리에게 주도권이 없다.

+ 영화 외에도 콘텐츠 투자에 대한 관심은 계속 가지고 있다. 현재 가장 관심이 가는 건 역시 가상현실이다. 같은 콘텐츠라도 확장성이 무한하니까.

+ 지금 한국 영화의 흥행을 결정하는 건 남자 배우다. 빠른 시일 내에 여배우가 주인공인 액션 블록버스터가 흥행하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

에디터 이기원(lkw@noblesse.com)
사진 장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