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타투 하나 하고 싶다
점잖고 보수적인 남자들도 한 번쯤 타투에 관심을 가진다.
타투야말로 가장 손쉽고 의미 있는 일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름 가득한 얼굴에 가죽 재킷을 걸친 할아버지, 백발 할머니의 타이트한 원피스, 각양각색의 슈즈와 선글라스, 유모차를 미는 아빠의 다부진 체격까지. 유럽의 주요 도시에서는 거리의 사람들이 저마다 볼거리요, 영감의 원천이다. 옷과 액세서리뿐 아니라 문신으로 패션을 완성한 이도 심심찮게 보인다. 목선을 타고 셔츠 안쪽으로 이어진 한 줄의 레터링(짧은 문구를 새겨 넣은 타투)이 구릿빛 팔에 불거진 힘줄 못지않게 섹시한 인상을 풍긴다. 손등의 나침반, 아킬레스건 아래 화사하게 펼쳐진 꽃잎 등 문신의 형태와 컨셉은 무궁무진하다. 카페의 직원 셋 중 하나가 문신을 했을 정도로 대중화된 해외의 타투 풍경은 이처럼 다채로운 모습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세대나 지역에 따라 여전히 음침한 표식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이레즈미(일본 전통 타투) 같은 화려한 타투를 하고 소도시에 가면 아직도 “어디 식구냐?”라는 질문을 받기 일쑤다. 타투를 소속의 표식이나 힘을 과시하는 장치로만 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온라인상에는 타투 시술을 받기 위한 관련 문의가 넘쳐나는 분위기다. 타투의 매력에 빠진 사람은 늘어만 간다. 자신만의 개성을 부각하는 데 관심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고개를 돌릴 때마다 목선을 따라 올라온 검은 줄기가 눈에 띄는 방송인 허지웅의 타투는 그의 오묘한 이미지를 증폭시키는 데 한몫한다. 윤도현이나 이효리 등 건강한 삶을 지향하는 유명인도 꾸준히 타투에 대한 애정을 과시해왔다. 따지고 보면 타투는 색조와 선을 강조하는 화장이나 매일 잊지 않고 착용하는 손목시계와 다르지 않다. 아끼는 이미지, 강조하고 싶은 가치를 영구적으로 소유할 수 있다는 데 강점이 있다. 향수를 뿌리지 않아도 향기가 몸에 녹아 있다면 얼마나 편하고 뿌듯할까. 피부에 색을 입히는 타투는 영원히 머무는 향기와 같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았을 때 더욱 뿌듯한 일체형 장식. 몸과 하나 된 액세서리다.
타투의 종류도 여러 가지다. 여행지의 엽서에서나 볼 법한 파스텔 톤 감성 타투가 있는가 하면 반려묘나 반려견을 캐릭터화한 일러스트 타투,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블랙 워크 등 문신의 장르는 다양하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사람들은 잘 보이지 않는 부위에 손톱보다 작은 타투를 새기기도 한다. 타투란 지극히 개인적인 역사의 기록이기에 그 내용도 제각각이다. 돌아가신 어머니 이름을 한자로 새긴 회사원, 인생을 뒤바꾼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그날의 이미지와 날짜를 그린 50대 중년의 남자 등 사연은 다양하다. 거국적 역사에 동참하기도 한다. 시대의 아픔을 기억하겠다는 의미에서 노란 리본이나 배 한 척을 새기는 경우다. 비록 작은 문양과 짧은 글귀지만 문신을 통해 개인의 의지와 신념을 나타낼 수 있고, 취향과 성격 또한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타투이스트에게 한국은 사막과 다름없다. 타투이스트를 양성하는 정식 기관도 없고, 공식적으로 작품을 겨룰 무대도 없다. 그럼에도 세계적 아티스트가 끊임없이 탄생하고 있다. 해외 매스컴의 타투 관련 기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할 정도로 국내보다 해외에서 유명하다. 실제 국내 아티스트 중 40%에 육박하는 이들이 해외로 떠나 활동 중이다. 다행히 한국에 남은 아티스트도 많다. 인스타그램에서 ‘타투’, ‘타투어’, ‘타투이스트’ 등의 키워드를 치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티스트의 도안을 살펴보고 어떤 그림체와 느낌이 본인에게 맞을지 확인한 후 문의하면 된다. 마음이 끌리지만 끝내 신경 쓰이고 불안하다면, 등이나 어깨 뒤쯤 가리기 쉬운 부위에 미니 타투로 시작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문신이 허세와 포장이라는 말은 옛말이다. 타투는 앞뒤 계산하기보다 눈치 보지 않고 신념을 지키는 사람에게 더욱 어울린다. 주관이 뚜렷하고 오라가 남다를수록 과감하고 열정적인 법이니까. 올해는 나만의 타투 하나쯤, 은밀하고 진하게 새겨도 좋을 것이다.
/ MINI INTERVIEW /
겁내지 마세요
단순한 도형과 강렬한 색감으로 독보적 스타일을 구축한 타투 아티스트 디키.
2005년 이래 작업 횟수만 4만여 건에 이르는 이 베테랑 타투이스트에게 몇 가지 조언을 들었다.

Tip 1의뢰 고객의 30% 이상은 30~40대다. 예술계는 물론이고 일반 회사원, 변호사 등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찾아온다.
Tip 2 매스컴에서 우려하는 것과 달리 타투 시술의 감염 사례는 제로에 가깝다. 오염된 바늘에서 혈액이나 체액 따위의 감염 가능성이 생기는데, 타투이스트들은 일회용 멸균 바늘을 사용한다. 시술용 장갑과 바늘, 바늘을 고정하는 손잡이까지 일체형이 있는데 굳이 300원 아끼자고 바늘을 재사용할 이유가 없다.
Tip 3문신할 부위는 선택하기 나름이지만 부위별 발색이 다르다. 미리 인지하고 결정하길 권한다. 색이 옅거나 더 진하게 나오기도 하고 피부 질감에 따라 번지기도 한다. 경험 많은 타투이스트는 피부 체질과 부위 등을 고려해 고객이 원하는 디자인에서 수정한 도안을 제안한다.
Tip 4시술을 받고 원하는 색이 나오지 않았다 해서 무리해서 덧칠을 하기보다 몸이 받아들이는 만큼 자연스럽게 두는 게 좋다. 체형에 맞게 형태가 바뀌는 맞춤형 옷처럼 피부 체질에 따라 문신도 다르게 나올 수 있다. 그림이 편안한 형태로 자리 잡도록 두는 것이 피부에 무리를 주지 않고 자연스러울뿐더러 가장 아름답다. 주름이 없을수록 깔끔한 작업을 기대할 수 있고 피부가 흴수록 색이 잘 나온다. 피부색이 어두운 사람은 컬러 작업보다 블랙으로만 하는 게 낫다.
Tip 5 동전 크기의 미니 타투는 10분, 주먹 사이즈는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손바닥 크기는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일단 문신을 하면 제거하긴 쉽지 않다. 보통 레이저로 색소를 파괴하지만 한 번에 이뤄지지 않을뿐더러 깨끗이 지우기 힘들고, 화상 같은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섣불리 결정했다 나중에 지울 거라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낫다.
에디터 이기원
글 안미리 사진 Getty 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