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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시마 미술관 네트워크의 새로운 허브

ARTNOW

예술섬 나오시마, 안도 다다오의 설계로 완성한 열 번째 미술관인 나오시마 신미술관이 오는 5월 31일 개관을 앞두고 있다.

조각가이자 설치미술가인 나이토 레이(內藤禮)의 ‘Matrix’ 단 한 작품만 선보이는 데시마 미술관. Photo by Mitsumasa Fujitsuka.

일본의 다도해 세토내해에 위치한 수백 개의 섬 중 세계가 주목하는 섬, 나오시마가 있다. 오랫동안 구리 제련소가 나오시마의 경제를 책임졌지만, 한편에선 산업폐기물과 환경 훼손으로 신음하다가 예술을 통해 쇄신을 거듭한 스토리는 이미 유명하다. 먼바다를 내다보는 쿠사마 야요이(Yayoi Kusama)의 ‘호박’(2022) 이미지 역시 그곳에 직접 가보지 않은 사람의 뇌리에도 각인될 만큼 인상적이다. 이제 나오시마라는 이름은 ‘지역 재생’이라는 키워드를 넘어 ‘예술과 문화의 섬’ 상징으로 통용될 정도다. 1987년 일본을 대표하는 교육 기업 베네세 홀딩스(Benesse Holdings)의 후쿠다케 소이치로 명예회장 주도로 시작한 ‘나오시마 프로젝트’는 30여 년간 헌신에 가까운 투자를 쏟아부은 결과물로, 연간 수십만 명의 방문객이 오직 ‘예술’을 좇아 나오시마를 찾게 했다. ‘경제는 문화의 종복이어야 한다’라는 소이치로 명예회장의 신념은 특별할 것 없던 작은 섬에 수준 높은 미술관, 현대미술 거장들의 설치 작품, 현대미술 페스티벌 등을 안착시켰다. 세계인이 나오시마로 향해야 하는 당위성을 예술에서 발견한 것이다. 그런 믿음을 토대로 1992년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Benesse House Museum), 2004년 지추 미술관(Chichu Art Museum), 2010년에는 이우환 미술관(Lee Ufan Museum)과 데시마 미술관(Teshima Art Museum), 2022년 밸리 갤러리(Valley Gallery)를 설립했다. 예술 작품을 위한 집이 들어선 나오시마에선 쿠사마 야요이,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 리처드 롱(Richard Long) 등의 작품을 곳곳에서 마주할 수 있다.

지추 미술관 전경. 클로드 모네와 월터 드 마리아, 제임스 터렐의 작품 9점이 자리한다. Photo by Noboru Morikawa.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마을을 일구는 과정에서 미술관 건축을 도맡은 이는 바로 스타 건축가 안도 다다오(Tadao Ando)다. 그는 호텔 겸 미술관으로 운영하는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을 비롯해 땅 아래 지은 지추 미술관 등 건축물 하나하나가 섬의 지형, 숲과 바다를 품은 자연경관, 예술과 공명하게 했다. 거대한 마스터플랜 없이 마치 유기체가 진화하는 듯한 모습으로 서서히 나오시마의 풍경을 새롭게 창조한 것이다. 그리고 2025년 5월 31일, 안도 다다오의 설계로 완성한 열 번째 미술관이 개관을 앞두고 있다. 새 미술관의 이름은 나오시마 신미술관(Naoshima New Museum of Art). 특히 ‘신(新)’이라는 표현은 “더 넓은 범위의 활동, 예술을 통한 다양한 관점, 현대사회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강조할 뿐만 아니라 혁신과 새로운 시각을 창조하고자 하는 베네세 아트 사이트 나오시마의 지속적 미션을 다시금 천명하는” 의미라고. 소이치로 명예회장도 한 인터뷰에서 “새 미술관은 지금까지 35여 년에 걸친 활동의 집대성이 될 것”이라고 밝히며 기대감을 높였다.

올해 5월 31일 개관하는 나오시마 신미술관. 외관은 나오시마 전통 목조건축을 연상시키며 실내는 자연광을 적극 활용했다. Ⓒ Tadao Ando Architect & Associates.

나오시마 신미술관은 지하 2층, 지상 1층으로 이루어진 3층 건물로 4개의 갤러리 공간과 카페, 야외 정원이 들어선다. 미술관의 설계 전반에서 자연과 건축물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춘 안도 다다오 건축 특유의 접근 방식이 드러난다. 미술관이 들어설 언덕의 주변 환경을 반영해 경사진 형태의 지붕과 미니멀한 미학의 시그너처 스타일이 대표적이다. 건물 외관은 삼나무를 불에 그을려 사용하는 나오시마의 전통 목조건축을 연상시키는 검은색을 주조로 하고, 자갈 벽을 세워 미술관 건물이 자연 속에 이질감 없이 녹아들 수 있게 했다. 자연광을 적극 활용한 것도 주요 특징으로 꼽힌다. 실제로 지하 갤러리로 내려가는 길 곳곳에 채광창을 내어 자연광이 중앙 계단을 비추게 한 것. 미술관 디렉터로는 프랑스 파리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에서 14년간 재직한 베테랑 큐레이터 미키 아키코(Akiko Miki)를 선임했다. 신임 디렉터를 주축으로 나오시마 신미술관은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예술가를 중심으로 장소 특정적 작품, 신작 커미션 등을 제작하고, 자체 컬렉션을 구축할 계획이다. ‘30년 유산을 반영한 미술관 네트워크의 허브’로서 나오시마를 기반으로 삶의 터전을 꾸려가는 주민들과 전 세계에서 이 섬을 찾는 사람들의 교류를 통해 더 큰 반향을 일으키는 창의적 플랫폼 역할 또한 미술관이 목표로 삼은 바다. 고정된 ‘공간’ 개념을 넘어 다양한 형태의 협업을 일으키고, 새로운 움직임을 창출하겠다는 의지에서 비롯한 계획이다. 이와 함께 외부 순회 전시와 공공 프로그램 등 더욱 다양하고 역동적인 활동도 예고한 상태다.

올해 5월 31일 개관하는 나오시마 신미술관. 외관은 나오시마 전통 목조건축을 연상시키며 실내는 자연광을 적극 활용했다. Ⓒ Tadao Ando Architect & Associates.

그 청사진을 엿볼 수 있을 개관전은 맥락에 맞는 작가들의 기존 작품과 더불어 전시를 위해 새로 제작한 커미션 작품을 나란히 선보인다. 한국 작가 서도호를 포함해 마사 아티엔자(Martha Atienza), 무라카미 다카시(Takashi Murakami), 사니타스 프라딧타스니(Sanitas Pradittasnee), N. S. 하르샤(N. S. Harsha), 아이다 마코토(Makoto Aida), 인디게릴라스(indieguerillas), 판나판 요드마니(Pannaphan Yodmanee), 차이궈창(Cai Guo-Qiang), 침↑폼 프롬 스마파!그룹(Chim↑Pom from Smappa!Group), 헤리 도노(Heri Dono) 등 다양한 국적과 장르, 세대를 아우르는 작가 12명(팀)을 초대했다. 미키 아키코는 개관전에 부쳐 “소이치로 명예회장이 현재와 미래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로 우리 시대, 사회, 환경, 그리고 기존 삶의 방식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나오시마 신미술관의 온라인 티켓 예매는 오는 4월 11일부터 가능하다.

 

에디터 정규영(ky.chung@noblesse.com)
이가진(미술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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