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한다
혼술, 혼밥, 뭐든지 혼자가 편한 현대인이 과연 공동체 해체의 주범일까?

올해 초 대중에게 서비스를 시작한 아마존 고.
출근 전, 스마트폰 앱을 켜서 카페에 커피 한 잔을 주문한다. 카페에 도착하자마자 커피를 가져갈 수 있어 시간도 절약되고 ‘시럽과 샷을 하나 빼달라’는 나의 까다로운 레시피를 입 아프게 설명하지 않아도 되니, 참으로 편리하다. 점심때도 마찬가지. 마감 기간처럼 바쁜 날에는 패스트푸드 가게로 향하는데 그곳에서 직원이 아닌 ‘키오스크’ 기계에 오더를 넣는다. 퇴근 후, 친구와 약속이 있으면 앱으로 택시를 호출한다. 앱에 목적지를 입력하면 그에 따른 경로 안내까지 해주어 택시 기사와 어떤 길로 갈지 실랑이를 벌일 일도 없다. 이렇게 우리는 하루 동안 단 한 번도 직접 사람을 대면하지 않고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있다. 앱, 키오스크 등 기계를 통해 업무를 해결하는 방식, 이것이 ‘언택트 마케팅(untact marketing)’이다.

1 아마존 고는 스마트폰 앱을 설치해야 이용할 수 있다.
2 스타벅스의 O2O 서비스 사이렌 오더.
언택트는 ‘contact’에 부정을 뜻하는 ‘un’을 결합한 신조어로 사람끼리 접촉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언택트 마케팅은 쉽게 말하면 무인서비스인데, 생각보다 우리 삶에 다양한 형태로 깊게 녹아 있다. 이를테면 영화, 항공, 기차 티켓의 인터넷 예매, 배달 앱, 무인 택배함 등이 언택트에 포함된다. 한발 더 나아가 올해 초 아마존이 오픈한 ‘아마존 고(amazon go)’는 사람은 물론 계산대까지 없앴다. 앱을 켜고 아마존 고 매장에 들어서면 아마존 계정과 센서를 통해 자동으로 고객을 인식하고 어떤 제품을 담는지 파악한다. 매장을 나오는 동시에 계산이 완료되며 금액은 아마존 계정으로 청구하는 시스템이다.
사람을 대면하지 않는 마케팅은 그 성장세도 가파르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언택트 서비스의 일환인 O2O(Online to Offline)를 활용하는 사이렌 오더는 주 고객층인 20~30대를 중심으로 이용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3월 누적 사용 5000만 건을 돌파했으며, 4000만 건 달성 이후 5000만 건 달성까지 단 4개월이 걸렸다”라는 말을 전했고, 점원의 응대를 거절하는 ‘혼자 볼게요’ 바구니 서비스를 운영하는 이니스프리도 “일부 고객은 점원이 다가가는 것을 부담스럽게 생각하는데, ‘혼자 볼게요’ 바구니를 배치한 것에 대해 소비자의 반응이 좋다”며 언택트 마케팅에 대한 긍정적 견해를 표했다.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가 ‘2018년 10대 소비 트렌드’로 선정할 만큼 각광받는 언택트 마케팅.
이는 ‘혼자’를 선호하는 라이프스타일에서 비롯한 유행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이를 아웃사이더라 조롱한 게 불과 몇 년 전인데, 요즘은 스스로 아웃사이더를 자처하는 20~30대가 급증하고 있다. 그렇다. 젊은 세대는 가급적 혼자 살고, 혼자 먹고, 혼자 놀고, 혼자 쉬는 등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내길 원한다. 언택트 서비스의 주 사용층이 20~30대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들이 만남을 회피하는 이유는 역시나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로’ 때문.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가 명언으로 자리 잡았듯이 우리는 원하든 원치 않든 누군가와 부딪치며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상대방의 성향에 맞춰 행동하며 원활한 관계를 맺고자 노력한다. 가령 부모님과 친구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듯 말이다. 한데 서로에게 원하는 바가 달라서일까? 관계를 쌓을수록 의도치 않게 상처를 주고받는다. SNS의 발달도 한몫한다. 과다한 인맥 관리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SNS상에서도 타인의 눈치를 보느라 ‘SNS 피로증후군’이란 신조어까지 생겼으니 말이다. 덕분에 사람을 만나면 피곤함을 느끼고 어느 순간 ‘혼자가 좋다’는 생각에 도달하는 것. 이에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이민아 교수는 <사회적 연결망의 크기와 우울>이란 논문에서 “하루에 접촉하는 사람이 50명 이하일 때는 많은 사람을 만날수록 우울함의 수준이 낮아지지만 50명 이상 접촉한 경우에는 많이 만날수록 우울함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로 인간관계로 인한 피로가 실제함을 증명했다.

3 패스트푸드 가게에서 직원보다 키오스크가 더 많은 건 이제 흔한 풍경이다.
4 택시 서비스 ‘우버’를 사용하면 운전기사에게 직접 목적지를 말하지 않아도 된다.
이렇듯 불편한 소통보다 편한 단절을 선호하는 이들은 메뉴 주문같은 간단한 일을 해결할 때도 이제 사람보다 스크린을 찾는다. 이에 대한 우려의 시선은 당연히 있다. 우선, 언택트 마케팅에서 비롯되는 언택트 디바이드(untact divide)다. 언택트 디바이드는 비교적 스마트폰 사용률이 낮은 50대 이상이 언택트 서비스에서 배제됨을 의미한다. 즉 언택트 서비스가 관계뿐 아니라 세대 단절을 야기한다는 의견. 다른 하나는 바로 ‘공동체 붕괴’로 사람들이 개인주의로 돌아서면서 공동체의 소중함을 잊는다는 것인데,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든다. 개인주의를 ‘이기주의’로 보고 있는 건 아닌지.
개인주의의 사전적 정의는 ‘개개인의 가치와 생각을 이해한다’임에도 이를 이기주의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완전히 틀린 말이라고는 하지 않겠다. 개인주의자를 표방한 이기주의자도 더러 있으니 말이다. 한데 외향적이거나 내향적이거나 사람의 성향은 각기 다르다. 그렇기에 누군가는 개인적 행동으로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 ‘따로 또 같이’라는 문구처럼, 혼자만의 시간은 나를 되돌아보며 타인을 이해함으로써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를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섣불리 분류하는 게 옳은 행동일까? 언택트 마케팅이 관계를 단절시킨다는 것도 다소 과한 해석일지 모른다. 비록 그 수는 적을지언정 키오스크가 즐비한 매장에도 직원은 있다. 여전히 고객은 필요에 따라 대면과 비대면 중에서 선택이 가능하다. 또한 달리 생각하면 언택트는 스크린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청각 기능이 약한 사람과 관계의 창을 열어줄 가능성이 있다. 김난도 교수가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언택트라는 기술이 들어간 만큼 적절한 시점에 섬세하게 적용해야 하며, 언제 어느 시점에 컨택트하고 어떻게 언택트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듯이 언택트 마케팅을 잘 활용한다면 우려할 일은 없을 것이다.
영국 출신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 도리스 레싱의 소설 <19호실로 가다>의 주인공 수잔은 가족관계 안에서 자신의 가치에 대해 혼란을 겪는다. 그녀는 정체성을 회복하고자 호텔 19호에 자기만의 공간을 꾸리고, 이내 관계에서도 안정을 되찾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19호의 존재를 가족에게 들킬 위기에 처하자 그녀는 다른 남자를 만난다고 둘러댄다. 수잔은 가정에 혼란을 안기면서까지 자신만의 공간을 지키려 한다. 그녀에게는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혼자’라는 건 나를 재정비하고 더 나아가 보다 나은 관계를 위한 완충제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 서로의 성향을 이해하는 것은 관계 단절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다.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선호하는 삶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보는 건 되레 단절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자.
에디터 이효정(hyojeong@noblesse.com)